입대해서 첨 맞는 일요일 이었다. 배식을 다하고 막사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시계를 보니(범준이가 102보 앞에서 사준 시계이다) 9시였다.
미사가 시작하는 시간이군, 내마음대로 입당 성가를 정해 불렀다. 자비송, 대영광송... 계속 속으로 흥얼 거렸다. 마치 9시 학생미사에 왔있는 기분이라 기분은 좋았다. 오후엔 처음으로 성당으로 갔다. 신부님이 사는 성당이 아닌 그냥 공소처럼 지어놓았다. 지금은 신부님 성함과 본명을 잊었지만 그땐 모두 기억해서 100일 휴가때 주임신부님께 아는 분이라 여쭈어볼 참이었다. 종교행사를 다녀온뒤엔 소대별로 축구를 했다.
소대마다 20명씩 뽑아서 총 40명이 공 두개로 축구를 했다. 축구가 아닌 그냥 공던져주고 놀아라 하는 식이었다. 구경한다고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 응원을 하라고... 어떻게든 가만히 있는 꼴을 못보는 놈들이었다. 축구가 끝나면 모포와 침낭 메트리스를 볕이 드는 곳에 널어다 두었다. 그러다 보면 밥을 먹으러 가고, 어덯게 쉬는 일요일이 더 일찍 지나가는것 같다.
야간엔 입소식 준비를 한다고 소리만 질러댔다. 200명이 넘는 인원이 경례를 할때 한명도 틀리지 않을때 까지, 정말이지 한시간이 넘도록 경례연습을 할때 마지막에 틀리는 넘들은 잡아다가 패죽여야한다.
입대해서 입소식 퇴소식 할때는 정신 바짝차리고 할 필요없다. 어차피 연습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니 조교넘들이 괜히 협박해서 시간때우는 것이다.
입소식을 대충때우고 원래 1주차는 널널하다 줄서는 것, 걷는것, 옷입는 것, 뭐 이것저것 배우다가 보면 시간이 잘간다. 총이라도 지급 받게되면 그때만 조금 짜증나지 6자리 밖에 안되는 총번이 왜이리 왜우기가 짜증이 나는지... 나중에 군대가번 군번이나 총번이나 앞의 3자리, 4자리 끊어서 외워라, 그게 쉽다. 예를 들면 내 군번이 99-71041099인데
어차피 99야 입대한 연도이고 7104외우고 1099외우면 쉽다. 총번도 마찬가지이다.
총검술은 배울때 3킬로그램이 조금 넘는 무게인데 왜그리 무겁게 느껴지던지, 10월의 땡볕이 그렇게 무거운줄 몰랐다. 조교들의 총검술 17개동작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범을 보이는데 절로 감탄이 나왔다. 우리나라 총검술은 북의 창격술의 대응으로 만든 것인데 창격술 시번도 보여주었다. 정말 창격술은 화려했다. 우리나라꺼 보다 더 멋있어 아이들이 환호를 질렀더니 중대장 한테 미친넘들이라며 30분간 뺑이를 쳤다.
정신교육시간도 많았고, 갑작스레 기합을 줄때도 많았다. 첨에야 기합줄때야 모두들 얼어 있었지만 나중엔 서로들 얼굴쳐다보며 ㅋㅋㅋ거렸다.
그리고 어차피 자리야 정해주는 것이지만 중간에서 약간 뒤쪽이 좋다.
조교넘의 눈에 안띄려면 중간 약간뒤쪽이 좋다 그래야지 조교가 차레대로 시키는 동안 머리 훽훽굴려서 애들이랑 바꾸지...
지금 생각하면 훈련소때는 그냥 자포자기 하는 기분으로 산것 같다.
아, 편지가 있었구나. 편지는 2주차가 지나야지 붙일수 있다.
애인을 군에 보낸 여인네들은 2주동안 을 못참고 딴 넘들 만나는데 그러지마라. 못붙이게 할뿐이지 안에서는 열라게 종이쪼가리에 쓰고있다.
나역시 엄마와 교사들에게 틈이 날때마다 편지를 썼다. 물론 그당시의 아가쒸에게도 썼지만... 위에 이름만 바뀌고 내용은 똑같다.
나중에 영태 장호 범준이가 편지 세장을 놓고 비교해봤다고 한다.
편지를 붙이고 오기까지의 2~3일간의 텀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마칠것 같다. 처음으로 엄마한테 편지가 도착했다. 입대전에 사진관에서 엄마와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다음 부터 교사들과 친구들의 편지가 속속히 도착했다. 소대아이들이 놀란다. 왜그리 많이 오냐고...제대할때까지 내가 받은 편지는 대략 2000통가량 된다. 말년에도 꾸준히 쓴다고 중대장에게 칭찬아닌 칭찬도 받았다.
군인에게 편지는 유일한 통신 수단이다 우리가 보내는 문자처럼 빨리는 받을순 없지만 평상시 군에간 친구에게 편지 안쓰던 넘들도 편지만 써대는 것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운 통신수단이 아닐수 없다. 우리나라는 군인들 때문에 우체국이 망하지 않는 것이다.
훈련소에서 하루하루 적응해 나갈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던건 교사들과의 추억을 하루하루씩만 떠올렸던 거다. 하루하루씩만...
혼자계시는 엄마 걱정도 많이 되었지만 내가 잠들기전 하는 기도로 엄마는 그리 외롭지 않으시리라 생각했다.
기도안하는 교사였지만 이등병때까지는 잠들기전 혼자 속으로 기도를 차 많이 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