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묘원에 오르는 달
유럽의 성당을 보면 , 종종 성당 울타리 안에 묘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산 이와 죽은 이가 함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통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오래된 성당을 보면, 죽은 이들의 묘지가 성당 안과 밖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구대교구 교구청 내에 '성직자 묘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인상적 입니다.
더욱이 성소의 못자리인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정 안에 '성직자 묘지(하늘묘원)' 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양성받고 있는 신학생들에게 교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신앙교육의장소' 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먼저 죽음을 뜻하는 단어 [死 - 終 - 喪]를 헤아려 보았습니다.
사(死)는 죽어 썩는 것을 말하고, 종( 終)은 끝낸다는 뜻이며, 상(喪)은 사라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음을 다루는 예를 상례(喪禮)라고 하는 것이죠.
가톨릭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병이나 뇌쇠로 죽을 위험에 있을 때 받는 성사가 있습니다.
바로 종부성사(終傅聖事, 공의회 이후 병자성사라 함 :가톨릭교리서 1512-1513항) 입니다.
종부성사란, '마지막도유' 그리고 '마지막 돌봄'이라는 뜻이죠.
조금 더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살아 있으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성사
2. 저승에 가는 것을 준비하는 성사
3. 죽음을 경험하지만 영원한 생명을 믿는 성사
4. 저승에 내려가지만, 다시 부활하여 올라올 것을 믿는 성사입니다.
하지만 이성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2가지 중요한메세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수양(공로)으로는 부족하다는 겸손한 고백이요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도우심(은총)에 의탁하는 희망입니다. 이에, 미사 중
성찬례 감사기도 1양식 기도문을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겸손한 희망을 품고 고백합니다.
<미사통상문 감사기도 제1양식 부분>
+주님의, 끝없는 자비를 바라는 주님의 종인 저희 죄인들도
거룩한 사도들과 순교자들, 요한과 스테파노, 마티아와 바르나바
(이냐시오와 알렉산데르, 마르첼리노와 베드로
펠리치타와 페르페투아, 아가타와 루치아 아녜스와 체칠리아, 아나스타시아와)
그 밖의 모든 성인과 더불어 살게 하시며
저희의 공과 덕이 부족하오나 용서를 베푸시어
그들 무리에 들게 하소서.
그러니, 그리스도인의 [죽음]은 늘 희망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죽음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이죠. 주님의 자비가 저승의 심연까지 닿았으니,
주님께 희망을 두는 이들은 복됩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하늘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11월 2일 위령의 날, 신학원 공동체는 대전교구 성직자 묘지인 "하늘 묘원"에 올라 다 함께
위령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 안에, 먼저 아버지 품으로 떠난
후원회원님들의 가족들, 친지들, 지인들을 기억하며, 희망의 메세지를 함께 나눠봅니다.
하루하루 주님 안에서 편히 머무시길 기도드리며, 시편 말씀과 함께 감사의 마음은 전합니다.
"주님께 희망을 두는 모든 이들아 힘을내어 마음을 굳세게 가져라." (시편 31,25)
대전 가롤릭대학교 11월 후원회 소식지에 올려주신
대전 가톨릭대학교 김정민 스테파노 신부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