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파워를 키우는 것이 불황 극복의 지름길이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특히 초기 비용 부담이 크고, 그 효과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 산술적으로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파워를 키워 성공한 사례는 많다. 이웃 일본의 경우 10년 불황 속에서 꿋꿋이 버틴 기업들의 생존비법 첫 번째가 ‘브랜드’라고 밝혀지기도 했다. 결국 브랜드파워 관리는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능률협회가 발표한 ‘한국산업브랜드파워조사’에서 산업별 1위를 차지한 브랜드 중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들은 어떤 것일까.
현대차 에쿠스(EQUUS) 에쿠스는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대형 세단 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스타일과 성능, 안전도 면에서 수입차와 직접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총 5200억원을 투입, 27개월 만에 모델 개발에서 시판까지 마쳤다.
에쿠스(EQUUS)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독창적인 명품 자동차(Excellent, Quality, Unique, Universal, Supreme automotive)’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에쿠스가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이름값을 충분히 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특히 1999년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폐지돼 수입차의 국내 대형차시장 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시, 현재까지 국산 자동차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에쿠스는 국내 최고급 차라는 위상에 걸맞게 출시 이래 수많은 명사들이 선택해왔다. 특히 2001년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2002 한·일 월드컵 기념 공연 의전차량으로 쓰였다.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는 각국 정상의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10만여대의 판매기록을 세운 에쿠스는 출시 10년 만에 월드 톱클래스 럭셔리 세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차는 프로젝트명 ‘VI’로 개발에 착수, 3년여간의 연구개발 기간에 총 5000억원을 투입해 신형 차를 선보인 것.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3월 11일 신차발표회장에서 “현대자동차는 신형 에쿠스를 앞세워 국내뿐 아니라 국외 시장에도 본격 진출해 유럽의 고급 명차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명차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비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 에쎄(ESSE) 하루 평균 320만명이 선택하는 에쎄(ESSE).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로, 시장점유율 24.4%를 차지하고 있다.
국외서도 인기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40여개국 수출을 통해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 판매량은 국내외 포함 총 16억2000만갑에 달할 정도다.
그렇다면 ‘부드럽고 순한 초슬림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에쎄의 브랜드파워 성공 비결은 뭘까. 이는 크게 ‘브랜드 중심 경영시스템 운영’과 ‘과감한 리포지셔닝’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치와 시장 트렌드를 신속하게 읽고, 그 결과를 브랜드에 적극 반영했다는 것.
실제로 에쎄가 국내 첫 출시된 후 ‘슬림’ 타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왕이면 덜 해로운 담배’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에 따라 KT&G는 타르 함량을 대폭 낮춘 확장 브랜드 에쎄를 출시, 애연가와 그 가족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대나무 활성 숯을 이용한 이중 필터 ‘ESSE순’의 경우 출시 8일 만에 1000만갑을 판매했다. 이는 국내 담배 역사상 최단기,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것이다.
에쎄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도 정교한 브랜드 경영시스템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로 ‘한국 대표 초슬림 브랜드’라는 선도적 위치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선진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공략을 거침없이 물리치겠다는 각오다. 특히 탄탄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1위를 넘어서 세계 1위,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KT&G는 담배 사업 이외에도 홍삼 사업과 바이오 및 제약, 부동산 사업 등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인삼공사, 영진약품을 주요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 애니콜(Anycall) 브랜드는 1994년 처음 탄생했다. 이듬해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에 힘입어 국내 휴대전화시장 점유율 1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도 사용자 감성을 자극하는 UI(User Interface)를 장착한 애니콜 ‘햅틱’과 ‘햅틱2’를 잇따라 히트시켰다. 국내 휴대전화시장에 터치스크린폰 바람을 일으키는 등 프리미엄 휴대전화 브랜드로의 명성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
‘한국산업브랜드파워’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 외에 국외 소비자조사에서도 8년 연속 ‘고객 충성도 1위’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브랜드조사 기관 브랜드키즈는 지난 3월 미국인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63개 품목에 대한 소비자조사 결과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부문에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 공동 1위로 뽑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휴대전화시장에 진출한 11년 만인 지난해 7월 누적판매 1억5000만대를 기록한 데 이어 연간 시장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최고 휴대전화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애니콜 브랜드파워의 성공비결은 ‘최고의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삼성전자 애니콜의 국내 브랜드 가치가 5조원을 돌파, 10년 새 1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LG전자 휘센 LG전자 휘센은 2000년 브랜드를 출시한 이래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 에어컨 브랜드다.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국내외 경기 불황에도 LG전자 에어컨의 글로벌 매출은 총 5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1월 에어컨 업계 최초로 누적 판매 1억대를 돌파했다.
이처럼 휘센을 중심으로 한 LG전자 브랜드가 성공을 이룬 것은 기술력 이외에 높은 고객만족도 유지에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어컨은 고객이 광고를 통해 접하기 시작해서 구입과 사용, 설치, 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 만족해야 높은 고객만족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올해 에어컨사업본부(Air Conditio ning Company) 시대 원년을 맞은 LG전자는 사업 전 문화와 통합 시너지 극대화, 신사업 분야에 대한 성장 가속화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휘센 브랜드 역시 지난해부터 ‘에어컨디셔너’에 새로운 생활가치와 감성을 부가한 ‘라이프컨디셔너(Life conditioner)’ 개념을 도입하며 브랜드 가치를 확대해 가고 있다. 올해의 LG 휘센 에어컨 디자인 콘셉트는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시크릿 아트 컬렉션(Secret Art Collec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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