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서 선입견을 갖는 외지 사람들은 고흥에 와서 회나 장어탕을 먼저 찾는다. 바다를 보며 팔닥팔닥 뛰는 횟감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좋은 방법이긴 하나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만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고 말해주고 싶다.
음식은 그 지방의 특산물을 먹어보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내밀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음식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테면 고흥하면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니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맛집을 공략한다면 틀림없이 만족스러운 한끼 식사를 할 수가 있는 법이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고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맛집 '과역 기사님식당'을 권해주고 싶다. (고흥군 과역면 고흥로 2959-3. T061 834 3364.월요일 휴무)
메뉴는 단 한가지로 단촐하다.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1인 9천원에 삼겹살구이와 생선을 포함해 구수한 시레기된장국에 가짓수를 세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밥상을 가득채운 한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 맛집의 비결은 한결같음이다. 보통은 유명세를 타면 조금은 불친절해지거나 값을 올리는 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곳 과역기사님식당은 여전히 친절하고,여전히 아침마다 신선하고 싱싱한 재료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든다.
상다리가 휘어질만큼 나오는 전라도식 한상을 먹으면서 드는 의문은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염려하지 마시라 먹다남은 음식은 결코 재활용을 하지 않는다.
이곳 메뉴는 앞서 말했듯 딱 한가지 뿐이라 뭐를 추천하고 말고 할 게 없다.
그러나 삼겹살이 불판에서 구어지기도 전에 밥 한 그릇을 뚝딱비워내는 밥도둑이 있다.
신선한 굴에다 갖은 양념을 다해서 만드는 어리굴젓이다.
어리굴젓은 만들기가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신선도와 숙성시간을 못 지키면 결코 쉽지않은 음식이다. 이 두가지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않으면 굴에서 비릿한 맛이 나기마련인데 이곳 식당은 어리굴젓 숙성이 잘되어 입에서 살살녹는다.
흰밥 위에 어리굴젓 한점을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알싸하고 맛있는 어리굴젓 하나로 밥 한그릇을 뚝딱비워냈다.
어리굴젓 솜씨 하나만봐도 이집의 내공을 짐작할 수가 있다.
김치는 물론이고 도라지무침에서부터 입안에서 톡톡터지는 톳나물에 게장까지도 맛있는 데다가 잘 구워진 도톰한 가자미구이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