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손손-
등장인물
조일대 - 연극배우
여자 - 일대의 애인
조이대 - 조일대의 아버지
이이자 - 조일대의 어머니
조삼대 - 조이대의 아버지
조삼순 - 조이대의 고모
조사대 - 조삼대의 아버지
사대처 - 조삼대의 어머니
조오대 - 조사대의 아버지
조육대 - 조오대의 아버지
조칠대 - 조육대의 어머니
로이 - 조이대의 베트남 여자
오빠 - 로이의 오빠
동생 - 로이의 작은 오빠
이께다 - 사대처의 정부
무사 - 조일대의 연극동료
최씨 - 조일대의 장모?
1. 현대, 극장
극장에 관객이 다 들어오고 무대에 조명이 비추면 무사 차림의 조일대 관객들에게
일대 : 하루는 24시간
안녕하세요
오늘도 불철주야 삐삐와 핸드폰과 싸우시느라
고생하시는 관객 여러분
그럼 부탁합니다.
이어 복수심과 적개심으로 가슴이 끓어오르면
일대 : 폭풍과 절벽 속에서 나는 살아왔다.
가난과 상처 속에서도 나는 기다려 왔다.
내 눈을 봐라! 그리고 내 눈 속에 검은 세월을 기억해라.
무사 : 아버님의 원수! 드디어 널 만났구나.
일대 : (칼을 뽑으며) 너희 가족은 모두 죽어야 한다. 죽어도 싸다.
무사 : 눈보라가 몰아치던 그날 밤! 아버님은 네 놈의 칼 끝에 운명을 달리하셨다.
일대 : 각오가 됐는가? 청춘이여, 복수의 칼날을 받아라.
자! 이제 피의 시간이 되었다.
무사 : 아버님은 사지 육신이 다 찢긴 채 피눈물로, 적십자병원 영안실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일대 : 말이 많다! 어차피 숙명은 숙명! 운명을 거역하지 마라.
무사 : 아버님의 혼이 울고 있구나. 너의 영혼을 지옥 끝으로 보내주마.
(무사와 이대의 칼싸움. 쓰러지는 일대)
무사 :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아버님!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원한이 이제서야 끊어졌습니다.
(잠시 후 뜬금없이 여자 등장)
여자 : (크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요즘 항간에 물의를 일으키는 비아그라. 비아그라 잘 아시죠
저희 회사에서는 비아그라에 대치하기 위해 강력 정력제 대따그라를 생산, 아주 저렴한 값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력제가 다 그렇지 뭐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 제품의 효능이 얼마나 센가? 그건 직접 뿌려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어요 실 예로 피곤에 지친 우리 아버지. 퇴근만 하시면 돈도 싫다. 밥도 싫다. 마누라도 싫다. 오직 잠만 다오. 하시는 아버지께 대따그라를 뿌렸더니 원 투 쓰리, 삼 초, 삼 초만에 갑자기 쏟아나는 힘에 발광하시며 "아싸, 가오리" 하시더니 옆에 있던 어머니를 힘껏 안으셨는데 그만 목이 똑, 뿌려 부러지신 거예요. 이렇게 강력한 제품. 그 이름도 빛나는 대따그라. 일단 한번 뿌려 보세요.
뿌려 보시고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이 제품의 돈을 받지 않습니다.
무사 : 넌 누구냐? (대따그라여자, 발견)
(겁에 질리는 여자) 대따그라! (약을 뿌리고) 으악 열난다 아아아아 (옷을 벗 으며 소리지르며 퇴장)
여자 : 도련님! 도련님! (일대에게 약을 뿌려준다) (부활하는 일대)
여자 : 도련님!
일대 : 낭자! (이때 다시 등장하는 무사)
무사 : 아 열난다. 징그러운 놈
일대 : 폭풍과 절벽 속에서도 살아온 나다.
무사 : 웃기지 마라 그놈의 절벽 지겹다 지겨워! 네 놈의 숨통을 완벽히 끊어주마
(일대와 무사의 일합 후 무사 쓰러진다.)
(일대를 일으키는 여자)
일대 : 낭자 고맙소, 고마워.
웅장한 음악 들려오며, 그들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 답례한다.
여자, 무사 퇴장 후 이대와 이자 등장
음악 줄어들고
일대 : 아버지!(사이) 보셨어요?
이대 : 뭘?
일대 : 연극이요?
이대 : 봤다
일대 : 어떠셨어요?
이대 : 개떡같았다
일대 :(사이) 집에는 별일 없으시죠?
이대 : 그 귀걸이가 뭐냐? 사내자식이.
일대 : 연극 소품이에요
이대 : 아무리 그래도 사내대장부가 그게 뭐냐?
일대 : 저 아버지, 어머니는 안오셨어요?
이대 : 뭐하냐, 빨리 안 들어오고, 느려 터져 가지곤
(어머니 목에 깁스를 하고)
일대 : (들어서는 어머닐 보고) 엄마!
이자 : 일대야! 그 동안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냐? 연극 잘 봤다.
이대 : 무슨 연극이 그러냐, 도대체 무슨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다. 요즘 다들 죽네 사네 하는 마당에 참 한심하구나. 당장 때려치우고 집에 들어와.
일대 :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대 : 미친놈! 너 집 나와서 고작 한다는 짓이 이런 짓이었어
좋은 학교, 사학과에 잘 다니다 이제 뭐 하는 짓거리야. 넌 우리집안의 대들보야. 더 이상은 안돼.
일대 : 아버지. 아버지는 아버지가 원하지 않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시죠.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기나 하세요?
이자 : 뭐야 당신. 애를 어떻게 간수했길래 다 큰놈이 아직도 저러고 있어.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이거 참 말이 통해야 얘길 해 먹지.
가정이 편안해야 남자가 큰일을 하지.
이자 : 짐은 어디서 자냐?
일대 : 친구네.
이대 : 친구집 누구?
일대 : 흑석동에 있는 친구요
이대 : 멀쩡한 집 놔두고 이게 몇 년째야. 이 년째야, 삼년째야.
이자 : 일년 육개월이요.
이대 : 이젠 집에 들어와서 당장 복학해.
이자 : 그래. 일대야. 이젠 그만 집에 들어가자. 응?
연극을 하든 뭘 하든 반대하지 않을 테니까.
이대 : 연극은 안돼. 집에 들어오려거든 연극은 때려치워.
이자 : 당신도 참 그렇게 해서 애가 들어오겠어요.
(고개 돌리다 목 깁스를 일대가 알아챈다.)
일대 : 엄마 왜이래?
이자 : 별일 아니다. 좀 부러진 것뿐이다.
일대 : 아버지!
이자 : 별일 아니라니까 그런다.
일대 : 엄마 팔 다리도 모자라서 이젠 목이야?
이대 : (사이) 긴말 필요 없다. 당장 집으로 들어와! 이건 명령이야.
일대 : 저 아버지 꼭두각지 아니에요
이대 : 이 자식이. 집 나오더니 뵈는 게 없나. 너 지금 어디서 눈을 부라려?
일대 : 기껏 이런 모습 보여주시려고 오셨어요?
이대 :뭐야? 이놈아!
이자 : 그만하세요. 여보! 일대야 제발. (이때 일대 부르는 소리, 여자 등장)
여자 : 일대씨, 뭐해요? 라면 불어요 (사이) 일대씨...
일대 : 인사드려. 어머님이셔. 엄마 저랑 같이 연극하는 동기 에요.
이자 : (사이) 사귀는 아가씨냐? 아가씨, 좀 전에 연극 잘 봤어요. 어쩌면 그렇게 약 을 잘 팔아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돼요?
여자 : 27살이요.
이자 : 우리 일대가 돼지띠니까 소띠네. 부모님은 뭐하세요?
여자 : 장사하세요.
이자 : 그래요. 무슨 장사?
여자 : 그냥 작은..포장마차요
이자 : 두분 다?
여자 : 아뇨. 어머니만요. 아버진 돌아가셨구여
이자 : 어머니 혼자서 애 많이 쓰셨겠네. 고향은 어디에요?
여자 : 시골인데 지금은 흑석동에서 살아요
이대 : 한심한 놈. 야망을 품고 꿈을 펼칠 나이에 불어터진 라면에 계집까지. 읍참마속해! 네 나이 남이 장군은 풍전등화. 나라를 구했어 그런데 너는 고작 한다는 짓거리가 하꼬방 같은데서 칼싸움이나 하고 광대짓이냐
난 또 예술 한답시고 큰소리 치고 집 나가길래 무슨 쉬리 비슷한 영화나 만드는 줄 알았지
일대 :아버지, 이런 자리에서 꼭 그런 말씀을 하셔야겠어요?
이자 : 그래요 여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나가서 식사나 하면서 얘기해요
일대야 어떠니? 아가씨. 같이 가요. 응?
일대 :아버지하고 먹고 싶지 않아요
이대 : (노려보며) 건방진 놈.
이자 : 너도 참. 그럼 하는 수 없구나. 내일 모래 제사다. 이번엔 잊지 말고 꼭 와. 알았지?
이대 :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갑시다. (나간다)
이자 : 아가씨. 이해해요 (돈봉투를 꺼내며) 맨날 라면만 먹고살겠니? 나간다.(여자 보며) 아가씨도 같이 와요.
일대 : 엄마!
망연히 서 있는 일대와 여자
잠시 후 무대 다른 쪽에 불이 들어오면
2. 현재, 포장마차, 최씨의 집
(손님들과 다투는 최씨)
최씨 : 뭐라? 이 문디 자슥아. 닭똥집이 상했다꼬? 니 말 다했나?
터진 입이라고 씨뿌리면 다 말인 줄 아는 갑는데 실컷 쳐 묵고 한다는 소리가 뭐 우짜고 우째? 개내라, 개내? 상했는가 안 상했는가 함 보자. 보자 안카나. 이 호로 자슥아. (사이) 뭐라꼬?
돈 내놔라, 안내놓기만 해봐라. 이 쌔가 만발이나 빠져 뒤질 놈아! 눈까리를 확 후비파삘끼다!
누워있는 일대와 여자
알람소리에 일대 일어난다.
여자 : 몇 시야?
일대 : 3시
여자 : 벌써, 어떡하지 미안해요
일대 : 왜 일어나 더 자.
여자 : 아냐, 다 잤어요. 뭐 좀 차릴께요.
일대 : 됐어. 보급소 가기 전에 우유라도 사 먹을게.
여자 : 계란 후라이라도 먹고 나가요
일대 : 됐다니까. 나 늦었어. 갔다올게
여자 : 왜 용돈하지. 일대씨 돈 하나도 없을 텐데
일대 : 아냐 난 곧 신문보습소 월급 나오잖아. 어머니 방세 내는데 보태시라고 해
여자 : 저녁때 집에 가요?
일대 : 같이 가자
여자 : 아니, 나는 좀 쉴래
일대 : 갔다 올게 (일대 나가다가 여자 엄마와 만난다)
최씨 : 인자 나가나
일대 : 어머니, 왜 이러세요?
여자 : 와 또 싸웠나?
최씨 : 아이다.(주머니에서 판피린을 꺼내 일대에게 주며) 이거 묵고 나가래이.
내 따루 방하나 계약했다
여자 : 뭔 소린가?
일대 : 방이라뇨?
최씨 : 시장 옆으로 하나 얻었다 여까지 댕길라카이까네 힘들어서 안 그라나.
여자 : 엄마, 무슨 소리고? 웬 방?
일대 : 다녀오겠습니다.(퇴장)
최씨 : 자아는 젊은 놈이 와 저모양이고, 그깟 신문 배달해갖꼬, 언제 돈 벌라고 진 짜로 한심하데이.
여자 : 됐다, 맨날 그 소리가. 그라고 방은 무신 방? 일대씨, 눈치밥좀 고만 멕여라.
최씨 : 가시나야. 니가 내 속을 아나?
여자 : 엄마?
최씨 : 와
여자 : 아니다 (사이) 어제 일대씨, 부모님 극장에 오셨대이.
최씨 : 진짜가? 우뜻테?
여자 : 좋으시드라. 어머님은 나보구 집에 오라는데 (사이) 안갈끼다.
최씨 : 뭐라꼬? 집에 오라카는데 와 안가? 퍼뜩 가야지.
여자 : 난 안 갈 끼다. (비닐 봉다리를 보며) 이게 뭐꼬
최씨 : 어, 니 좋아하는 거. 국 끓여묵자
여자 : 오징어 아이가? (입덧)
바라보는 최씨와 일대
(아아 목련화야) 음악 들려오면서 어두워진다.
3. 1970년대, 덕수궁
음악 줄어들면 젊은 시절의 이자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멀리서 허겁지겁 들어오는 이대
군인 복장이다.
이대 : (사진을 확인한 후) 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죄송합니다.
이자 : (수줍게) 예...
이대 : 장 소령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듣던대로 아주 미인이십니다.
이자 : 그쪽도 미남이신데요. (둘이 웃는다)
이대 : (사이) 꽃이 많이 폈습니다.
이자 : 네 그러네요.
이대 : 목련 개나리 진달래 도라지
이자 : 도라지요?
이자 : (바라보며 웃는다) 네.
이대 : 모처럼 고궁에 오니까 너무 좋은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정식으로 통성명을 안했군요. 저는 조이대라고 합니다.
이자 : 저는 이 이자에요
이대 : 듣기론 이번에 졸업하셨다구요?
이자 : 네
이대 : 그럼 앞으로 계획은?
이자 : 뭐 특별한 일은 없어요. 아직
이대 : 네, 혹시 노래 잘 부르십니까?
이자 : 아뇨? 노랜 잰병이에요 (웃는다)
이대 : 존 바이스라고 외국가수 있죠?
그 사람하고 너무 닮았네요 이자씬
존 바이스 좋아하세요?
이자 : 전 배호밖엔 잘...
이대 : 아 그 양반도 좋죠
안개낀 장춘단도 좋고
돌아가는 삼각지도 그렇고
이자 : 전 마지막 잎새를 들으면, 눈물이 나요. 끝부분 있죠?
(자기 필에 노래 부른다)
어느 가을날
아아아앙 마지막 잎새
아 죄송해요 (웃으며)
이대 : 아닙니다. 이자씬 가식이 없군요. 순수한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이자 : 아이... (둘 걷는다)
이대 : (비장감) 얼마나 추웠을까요
저희 고조 할아버지는 옛날에 이 앞에서 사흘 밤낮을 진흙바닥에서 꼼짝도 않고 무릎 꿇고 있었대요
이자 : 어머 왜요?
이대 : 글세 나라가 뭔지요
조국이라는 게 옛 분 들에게는 그렇게들 절실했나 봅니다.
구한말 때 최익현 선생님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그 분의 왼편에 앉아 평생을 상소문을 쓰시면서 말년을 보내셨지요
이자 : 네 참 뼈대있는 가문이신가봐요?
이대 : 죄송합니다. 제가 실없는 소릴 해서 아 이자씨 이럴게 아니라 우리 어디서 식사나 하면서 (중국집이다.식당 맨 등장)
식당 : 두 사라이 짜장이 울며이 물만두 즐거이 시간 띠흥해!
이대 : 이자씨 한테서 어머님 냄새가 납니다. 제가 왠지 이자씨를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사이) 첫 눈에 반한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봅니다.
이자 : 이번엔 월남에 가신다고요?
이대 : 아닙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구요. 설사 베트남에 간다고 해서 사무 보직이라서요. 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한 3개월 정도만 있으면 아무래도 승진과 연관이 있어나서
이자 : 아..그러세요
이대 : (다가서며) 저..이자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로 포즈 하려고 하는데 괜찮습니까?
이자 : (고개를 숙인다)
이대 :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고개라도 끄덕여 주세요
이자 : (한참후에) 제가 이대씨를 잘 도와드릴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이대 : 그 말씀은 허락하신다는 뜻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손을 잡으며) 이자씨, 행복이 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행복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자 : 이러시면 안돼는데 아아 (쓰러지는 이자)
다시 흐르는 목련화 음악
어두워 진다.
4. 1948년, 일본
음악 줄어들면 일본식 다다미 방 안
삼순의 이빨을 교정해 주는 삼대
방 안에는 철사로 만든 여러 개의 틀리들이 보이고
삼순 : 오빠 다 된거야
삼대 : 조금만 있어봐
삼순 : 아 아 아파
삼대 : 가만있어봐 자 다 끝났어 이제 움직여봐
삼순 : (다다다다 움직인다) 입술에 찔려
삼대 : 처음엔 그런거야 입 행그고. 그래도 따가우면 아픈데가 야스리로 갈아
사처 : (밖에서) 산지로, 산지로, 가자꾸나, 얼른 나와요
삼순 : 엄마! 나 어때?
사처 : 네 오빠 손 재준 여전하구나 (들어와서) 그나저나 여태 이러구 있으면 어떡 해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어. 이러다간 약속시간에 늦겠다.
삼대 : 어머니, 나, 가기 싫어요
사처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오늘 맞선은 정말 중요한 자리다. 우리한텐 과분한 자리라니깐, 청진 살 때부터 황씨 집안 하면 길 가던 강아지도 벌벌 떨지 않 았어
삼순 : 엄마, 그 딸 부자 황 부자 집 말하는 거야?
사처 : 그래
삼순 : 그 집도 일본에 살어?
사처 : 그렇다니깐 며칠 전 가쓰오부시 사러 갔다가 딱 마주쳤지 뭐냐. 알고 봤더니 우리랑 같은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넜더구나. 46년도에. 이게 보통 인연이냐
삼순 : 그럼 그 집 몇째 셋째? 넷째? 아니면 막내딸이랑 선보는 거야?
사처 : 아니 첫째 딸
삼순 : 아직도 시집을 안갔데?
사처 : 안 간 게 아니라 마땅한 혼수가 없었던 거겠지 그 첫째가 인물 좋기로는 유명하지 않았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거야. 그 떵떵거리던 집안이랑 사돈 맺을 생각만 하면..... 에민 떨려서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단다.
삼순 : 조금 있다 환자 올거야요
사처 : 아 손님이야 나중에 오라고 하면 되잖니?
삼대 : 어쨌든, 전 가기 싫어요
사처 :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일어나
삼순 : 난 오빠가 왜 맞선보러 나가기 싫어하는지 알지롱
삼대 : 너 조용히 해!
사처 : 야나기노마찌? 그렇게 추잡한 곳을 들락거려? 거기다가 마이꼬상이라니 얘야, 일본여자들 하이 하이 하면서 눗웃음치니까 예뻐 보이지? 여자란 자고로 지조가 있어야 되는 법이다. 지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이 아무 남자앞에서나 발라당 나자빠지는걸 니가 몰라서 그러는 거라구. 알겠니?
삼대 : 어머님 왜 일본 사람에 대해 편견이 그렇게 심하세요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거라구요
삼순 : 그게 엄마, 나이도 오빠보다 다섯 살 많은데다 얼굴은 쪽제비같이 생겨가지 고 그 일대에서 그 계집애 안 거친 남자가 없다는 거야. 별명이 빨간담요래
삼대 : 아니에요. 덧니가 나왔다고 고민 하길래 한 두 번 치료해준 것 밖에 없어요
삼순 : 오빠도 그러고 보면 정말 수준 이하야. 어디 여자가 없어서 게이샤야. 게이 샤가.
삼대 : 시끄러. 입닥치지 못해.
사처 : 미쯔꼬 말이 사실이야? 그런 여잘 만나고 다니는거야?
빨간담요에? 게이샤라니? 엄마한테 차근차근 얘기해
삼대 : 술집에 나가든 식당에 나가든 의술을 베푸는데 직업이 무슨 상관이 있어요
사처 :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만 너 혼자 사고라도 친거 아니야?
삼대 : 엄마까지 왜 이래요
사처 : 어째든 일본 여잔 절대 안 된다. 우린 조선사람 아니니.
혼인은 한 핏줄끼리 해야하는 거야. 게이샤라니. 아버지 아실까봐 겁난다.
니가 가문에 먹칠을 해도 유만부동이지. 조상님 낯을 어떻게 본다니
삼대 :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전 단지 의사와 환자 사이로 만났다니까요.
직업적인 관계로요. 어머니도 제가 집안에서 야매로 사람들 이빨이나 뽑아준다고 저를 우습게 보는 거에요. 저도 이렇게 사는 게 지겨워요. 정말 지겹다구요. 반듯한 병원하나 없이 매일 공구통 이나 들고 나도 남들처럼 흰 가운 입고 회전의자에 앉아 환자를 만나고 싶다구요
사처 : 그러니까 선보러 나가자는거 아니냐. 선을 봐야 뭐가 풀려도 풀릴거 아냐.
지금 우리 형편에 네 병원 자릴 처지가 돼냐
병원이 어디 한 두푼 드는 것도 아니고
삼대 : 어째든 난 안가요
그리고 난 지지리 궁상, 조선 년들 꼴도 보기 싫어요
그러니 엄마 혼자 나가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구요. (나간다)
사처 : 너 지금 제정신이냐, 어딜 가는거야, 얘 산지로.
삼순 : 흥 바보, 멍청이.
혼자 남은 삼순 조명이 서서히 변하고
삼순의 의상 처리로 자연스레 70년대로
5. 1970년대 이대집
들어오는 이대
몹시 지쳐있다.
이대 : 다녀왔습니다.
삼순 : 왔니? 늦었네
이대 : 아버님은요?
삼순 : 병원에..
어때? 서울 생활. 적응이 좀 되니?
이대 : 그럼요. 벌써 6개월이 넘었는걸요
삼순 : 가서 바나나 많이 먹었어? 베트남 좋지?
이대 : 좋긴요 사람사는데 다 똑같죠
삼순 : 아 나도 어딘가 훌쩍 떠났으면 좋겠다. 너 술먹었니? 요새 무슨 소민 있어?
이대 : 고민은요
삼순 : 네 처 둘째 때문에 홀몸도 아닌데 걸핏하면 외박이고 어쩌다 집에 들어와도
술이 떡이되서 12시 다 돼서 들어오고 일대 에미 생각좀 해 무슨 군인이 그러니? 예비군도 아니고 몸 생각도 해야지.
이대 : 들어가 주무세요
삼순 : 갱년긴가? 잠이 와야지 테레비도 다 끝나고 (들어간다)
아차 편지 또 왔다. 근데 이게 무슨 글씨니? (웃으며) 너 베트남서 여자 사귀 었니?
이대 처 들어온다.
삼순 : 잘게
이자 : 늦으셨네요. 식사 차릴까요?
이대 : 됐어. 일대는? 자니?
이자 : 네. 요새 바빴어요?
이대 : 몰라서 물어?
이자 : 오늘 입학식 했어요 일대
이대 : 입학식이라니?
이자 : 일대, 하루종일 아빠 찾으면서 울면서 보챘어요
이대 : 어느 유치원이여?
이자 : 리라요. 남산에 있는
이대 : 자자!
이자 : 얘기좀 해요
이대 : 자자니깐 피곤해
이자 : 30분이면 돼요
이대 : 내가 누군가? 노가다 띠는 사람인가? 내가 누구지?
이자 : 육군 대위 조 이대씨요
이대 : 그럼 불꺼!
이자 : 이게 뭐죠? (편지 다발)
이대 : 불끄라니까!
이자 : 이게 뭐냐니까요? 당신 말 듣고 싶어요
이대 : 보면 모르나 편지 아닌가
이자 : 거기서 무슨일 있었죠?
이대 : 거기?
이자 : 베트남이요!
이대 : 그만해라
이자 : 당신 달라졌어요 (사이) 나 아직도 당신 사랑해요
나 덕수궁도 다시 가고 싶고 당신이랑 짜장면도 먹으면서 행복해 지고 싶어요. 나 좀 보세요. 매일같이 날라 오는 이 편지
이대 : 내 성질 알지? 나 일어나면 당신 죽는다.
이자 : 전엔 이렇게 않았잖아요
이대 : 하나!
이자 : 당신만 보면 숨이 막혀요
이대 : 둘!
이자 : 무슨 얘기든지 좀 해봐요?
이대 : 이년이 사나이 가는 길에 말이 많아
사사건건, 트집에! 하루 왼종일, 인상쓰고! 쫑알쫑알! 종달새처럼! 지겹지도 않아? (사이) 죽을래?
이자 : 죽여요
이대 : 허허허허 그래 죽어라 이년아 (팬다)
이자 : (맞으며) 죽여요!
짐모리슨의 음악 들려오며
무대 한 쪽에서 전통 베트남 복장을 한 리로 환영처럼 들어온다.
6. 1970년대 초 베트남
리로 : 차라리 날 죽어요! 이대씨, 약속한 한달이 벌써 지났어요
어떻게 된 거에요. 우리 예기는 어떻게 되는거죠? 당신 지금 살아 있어요?
나는 지금 숨은 쉬고 있지만 나는 지금 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차라리 날 죽여요! 차라리 날 죽여요!
이대 :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나도 힘들단 말야 (이대 처 뛰쳐나간다)
리로 : 누가 힘든 거 몰라요? 그래도 이러다 영영 못 만나면 어떡해요
이대 : 나도 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널 데려간다는 건 맨몸으로 적진에 뛰 어드는 거라구, 알아?
리로 : 그래도 같이 가는 게 나아요. 떨어져 있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요
이대 : 너, 나 미치는 꼴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 (애원한다) 제발 고만 해!
리로 : 왜 자꾸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이대 : 진짜 미치겠네..(리로이를 쓰다듬으며) 울지마, 나도 모르게 너무 화가 나서..
자아, 그만 울어. (눈물을 닦아준다) (주머니에서 돈을 내주며) 먹고 싶은 거 사먹어. 아끼지 말고, 알았지? (리로이 이대를 쳐다보며 슬픈 미소를 띄운다...그리고 계속 운다) 나 너 버리지 않아, 너 나 믿지? (사이) 갈게.
한 달만 참아 한 달만 원 먼스! 원 먼스!
이대 여자에게 돈을 주고 나간다. 리로이 계속 울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오빠 나타나며
오빠 : 그만 해. 그만 울어! 그 자식 어차피 떠날 놈이었어.
리로 : 아니..아니..
오빠 : (한숨쉬고) 내 이럴 줄 알았어, 바보같이... (로이 손에 돈 뭉치를 발견) 너 그게 뭐야?
로이 : (돈을 움켜쥐고) 그 사람이 주고 갔어요
오빠 : (로이 쪽으로 다가가 돈을 뺏으며 화난다) 콩까이 개새끼!
로이 :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오빠가 뭔데 그런 말을 해요. 그 사람 꼭 올꺼야.
오빠 : (설득하며) 아직도 모르겠니? 그 자식 안 와. 널 버린 거란 말이야
(사이) 애기 생각도 해야지.
로이 : 아냐..아냐...아니란 말이에요. 오빤 몰라요
그 사람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내 생일 때도 반지랑 꽃이랑 주면서 노래도 불러주고 그랬단 말에요 (오열한다)
오빠 : (이해하듯이) 그 자식이 그렇게 좋으니?
로이 : (고갤 끄덕인다) (오빠 로이를 안아준다) (동생 등장...오빠, 로이 일어선다)
동생 : (애써 냉정하게) 누날 데리고 가야겠어
오빠 : (로이를 막으며) 그게 무슨 말이야?
동생 : 몰라서 물어? 이 집에서 쫓아내야지. 새우젓 냄새! 썩은 내가 진동해!
오빠 : 왜? 콩까일 사랑해서? 아니면, 그 자식에 아길 가져서?
동생 : 저급하게 신파로 놀지 마!
누나 따윈, 아니 저 수치스러운 년은 우리와 함께 있을 자격이 없어!
오빠 : 어 이 자식... 가족이란 건 어떠한 일에도 서로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거야.
동생 : (격분해서) 좆같은 소리 집어쳐!
형은 왜 누날 감싸고도는 거야? 왜! 난 절대 저년을 용서 못해.
오빠 : 우린 가족이다. 너한텐 누나구...
로이 : 제발 이러 지마! (동생 보며) 날 데려가면 되니?
동생 : 널 위해 좋은 곳을 마련해 뒀지.(정체성의 순수함에 대해)
로이 : 알았어. (오빨 보며) 오빠, 나갔다 올게.
오빠 : 안돼 날 죽이고 앨 데리고 가! 내가 있는 한은 안돼.
동생 : 이런 식으로, 날 막으면 형도 용서 못해.
오빠 : 개자식! (잠시) 넌 피도 눈물도 없니? 미쳤구나.
동생 : 그래 나 미쳤다! 피도 눈물도 없어! 그런 거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잊은 지 오래야. 저런 창녀 같은 년은 누나도 아니야.
오빠 : 창녀?
동생 : 저년은 창녀보다도 못하지
오빠 : 미친 새끼 (동생 뺨을 때린다) 그래.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차라리 우리 죽자. 죽어 버리자구...
동생 : (총을 꺼내든다) 그게 소원이라면... (탕! 쓰러지는 형)
이 미친년아! 너는 왜 여기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게 사는거야.
운명을 거부하면 고통스럽고 바다들이면 행복한 거야.
(자기 머리에 총을 겨누고) 애기 잘 키워.(탕!)
동생도 쓰러진다.
오열하는 여자
짐모리슨 음악 계속 들려오며
어두워 진다
빗소리
7. 1953년 일본
삼순 : 어머 비오네 여기 일본은 참 비가 많이 와 그치 오빠
우리 청진 살 땐 어쩌다 한번 비오는데
요즘은 비만 내리면 괜히 센티멘탈 해져. 오빠 ! 쌀가게 하야시상 알지?
사실 나 온천하고 집에 올 때마다 하야시상이 자전거로 데려다줬거든
근데, 며칠 전 담배 가게 앞을 지나다가 자전거가 옆으로 나 자빠지는 거야
그때 내가 뭐라고 한 줄 알아. 조선말로 엄마야 이런 거 있지 튀어나온 거 있지?
그때부터 하야시상이 날 쳐다보지도 않아. 온천 하러 가기도 싫다니까.
내가 조선인이라고 얼굴도 안 쳐다봐. 나쁜 놈.
일본남잔 조선여자 쳐다도 안 보는데 오빤 일본 년 하나를 못 잊어서 허구헌 날 일도 안하고 그러구 있어. 그년 생각 하니까 또 야마 도네.
엄마 금가락지 몽땅 들고 튄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려.
찢어진 눈으로 눈웃음 살살 칠 때부터 알아 봤어야 되는데.
삼대 : 그만해. 그래도 네 새 언니잖아. 이대 엄마고, 그 사람 겉으로 내색을 안 해 서 그렇지,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야.
삼순 : 힘들게 안 산 사람 있나 인생은 누구에게나 다 힘든 것야.
나도 온천 가서 땀빼랴 이대 뒷치닥거리 하랴. 힘들어.
삼대 : 알아. 이대가 많이 힘들게 하지, 미안해.
그 사람도 어디선가 미안해하고 있을 꺼야.
그 사람이 얼마나 네 얘기 많이 했는지 모르지.
삼순 : 뭐라고 했는데?
삼대 : 옷도 가끔 빌려주고 맛있는 것도 사줬다며?
삼순 : 언니 뭐 그런 얘기까지 했대? 가끔 삼베과자 사준 거 밖에 없어.
오빠 이상하다. 새 언니 집나간 얘기만 하면 화내더니, 무슨 고민 있어?
나 아까 온천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 식구는 정말 제 각기인거 같애.
아빠랑 우리랑 안 닮았지? 우린 아빠 안 닮은 게 정말 다행이야.
안 웃겨? 내가 노래하나 들려줄까?
새 언니가 노래 하난 기똥찼잖아. 들어봐. (노래 부른다.)
서방님 빤스는 구멍난 빤스고,
순이 아버지 빤스는 꽃무늬 빤스지.
아아-어느 빤스가 더 좋냐고 묻는다며
아아- 창피해서 말못해-
가슴이 벌렁벌렁 나는 야, 몸파는 여자.
신나게 몸파는 여자. (눈깔사탕 후렴)
사처 : 미쯔꼬, 그런 노래 어디서 배웠어? 수준 떨어지게 어디서 그런 노랠 치는 거 야?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이면 온천욕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삼순 : 엄마, 엄마, 나 죽는 줄 알았어. 오늘따라 물이 얼마나 뜨거운지 심장이 터질 려구 그러는거야, 나, 욕탕에서 기어 나왔어.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 다니까.
사처 : 중요한 건 의지력이야. 심장이 터질려고 할 때 기어 나올 게 아니라 헨델을 생각했어야지. 이가 헨델 생각을 했다면 기어 나올 수 가 있겠어?
삼순 : 엄만 몰라. 그 온천물이 얼마나 뜨거운지.
사처 : 헨델은 말이야. 뇌졸중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던 그런 몸으로도 매일 같이 온천수 속에 들어가 있어. 의사들은 세 시간만 있어도 심장이 터져서 죽을 거라고 했지만 헨델은 매일같이 아홉 시간씩이나 온천수 속에 들어가 있었어. 매일같이 아홉 시간. 의지력과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수백 시간도 가능한 거야.
삼순 : 가능하긴 가능하지. 근데 엄마, 손가락이 다 부르트는 거야. 피아노 연습해야 되는데 손가락이 야구 방망이 만해 지잖아. 이것 봐. 팅팅 불었어.
사처 : 무식한 년, 피아노를 손가락으로 치니? FEEL이야. 느낌으로 치는 거라고!
헨델이 메시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엄마가 얘기했지? 헨델은 말이야.
삼 주 동안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않고 자지도 않고 손가락이 퉁퉁 부르트도록 쓰고 또 쓰고 끝까지 썼다고...예술이 손가락 따위에 굴복해선 안 되는 거야.
삼순 : 알았어, 알았어. 엄마. 내가 잘 못했어.
사처 : 잘못한 줄 알면 일어나, 온천욕 하러 가.
삼대 : 엄마
사처 : 너 그거 웬 가방이니?
삼대 : 나, 경성 가기로 결심했어요.
삼순 : 오빠, 정말이야?
사처 : 아유, 네가 이제야 마음 잡았구나. 그래, 지 새끼도 버리고 패물이나 싸들고 줄행랑친 그런 불 여시 년은 잊어버리는 거다. 잊어버려. 아유 우리새끼 장하 다.
삼순 : 오빠, 그럼 니지로는 어떻게 할거야? 데리구 갈거야?
사처 : 니지로를 오빠가 왜 데리고 가. 산지로야, 경성 가는 즉시 새장가 갈 생각부 터 해야된다. 사내놈이 자식 하나쯤 만든 거 그게 무슨 흉이냐? 아무 흉 아니다. 그래, 역시 여자는 조선 여자야. 거기다 조선은 지금 전쟁 끝나고 온 나라가 폐허 아니냐? 그런 폐허 속에서라야 진짠 여자를 찾을 수 있는 거야. 안되겠다. 아무래도 에미가 가서 직접 골라 봐야겠다. 넌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 무조건 새 출발하는 거야. 그래 가서 무순 일?
삼대 : 배운 게 도둑 질 이라고
제가 뭐 할 일이 다른 게 있겠어요.
조선도 이제 전쟁도 끝났고 했으니
본격적으로 의료 사업을 해볼 생각이에요.
삼순 : 그래 오빠. 엄마랑 나마 믿어. 정말 신나겠다. 우리 셋이 여행하는 건 처음 이잖아. 엄마, 오빠. 우리 경성에서 한 번 잘해봐요.
사처 : 넌 온천 욕이나 하러가.
삼순 : 알았어요. (나간다.) 아빠 오셨네.(요지로 등장)
사대 : 그래, 여보! 나 왔소.
삼순 : 아빠, 이게 뭐예요?
사대 : 네 선물이다. 온천 욕하면서 치거라.
삼순 : 우와 고맙습니다. 아버님.
사처 : 고생 많으셨죠?
사대 : 오늘처럼 일이 잘 풀린다면야, 내 더 바랄게 있겠소?
이자도 제때 못 내던 야마다상 있잖아?
오늘 밀린 이자까지 다 내어놓고 저당 잡힌 오와끼땅 그것도 잘 마무리 됐구.
이제야 내 한시름 놓게 됐네. 글쎄 이것 보라구. 손에 돈 냄새가 베었어요.
사처 : 어디보세요. 정말이네요. 아무튼 고생 많으셨어요. 자, 약 드셔야죠.
사대 : 어, 그래 이거 약 맛이 바뀐 것 같은데.
사처 : 예. 태평양 건너온 귀한 약 이에요. 스피로리얼인가 하는 건데요.
이 약을 먹고 나이 70에 세 쌍둥일 낳은 사람도 있다더군요.
사대 : 아니, 이 사람이. 얘들 앞에서...
사처 : 아, 예. 그리고 여보. 산지로가 당신한테 드릴 말씀이 있다더군요.
사대 : 나한테? 그래, 할말이라는 게 뭐냐. 들어보자.
삼대 : 저 아버님, 그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저 경성 가서 병원을 차려볼까 합 니다.
사대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삼대 : 이곳에서 아버지의 일을 도와, 안정된 가정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 성에 가서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사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는 우리 집안의 장손 아니냐.
가족이란 항상 좋은 일 궂은일 함께 해야 하는 법
느닷없이 경성에 가겠다니? 내 잘은 모르겠다만, 지금 조선도 전쟁 때문에 형편이 말이 아니라던데 준비 없이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
삼대 : 한시가 급합니다. 아버님 조선은 가난과 질병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 다. 낡고 부서진 조선이 다시 서려면 의욕 만으론 부족합니다.
새롭고 유능한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그들을 지도하고 계몽하는데 제 인생을 걸고 싶습니다.
사대 : 그래. 내 잘 알겠다네 생각이 그러하다니 내 말리진 않으마.
여기 일은 걱정 말고 이제 너도 너의 길을 가거라.
삼순 : 아빠, 나도 오빠 딸라 갈래요.
사처 : 미쯔꼬, 너는 여기서 피아노 해야지, 온천욕 해야지 그 많은 일을 두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삼순 : 엄마는 피아노만 있으면 음악 되는 줄 아세요?
재능을 펼칠 분위기가 중요한 거지, 여기 일본에선 안 돼요.
사처 : 미쯔꼬, 넌 온천욕 하러 가도록 해라.
삼순 : 엄마
사처 : 헨델은 말이야, 언제나 창조족인 열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걸 잊으면 안돼.
그의 내면에서 열정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헨델의 방은 온통 우주의 음악으로 가득 차서 울리고 있었고...
삼순 : 그만해요. 지금 가잖아요.
서처 : 헨델을 기억해라. 아홉 시간 채우기 전엔 나올 생각하지도 마라.
사대 : (미쯔꼬 퇴장) 지로야, 잘 듣거라
나도 한땐 조선인이었지만 이제 여기 벳부에 정착해 뿌리를 내리게 될게 어 언8년.
내 비록 빌린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산전수전 고생도 많았다만,
이제야 비로소 자리를 잡고 여기 사람들의 인정도 받고 신뢰도 얻으니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 이게 다, 너희들이 나를 믿고 따라준 덕분이 아니 겠니?
삼대 :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아버님.
사대 : 내 조선에서 평생 모은 재산 다 빼앗기고 어제까지도 친구라던 놈이 호시탐 탐 내 목을 노렸을 때도, 내 인생에 후횐 없었다.
목숨까지 위태롭던 그 어려운 상황에서 칠 흙 같은 야밤에 집을 떠나길 몇 날 며칠, 겨우겨우 부산 발 관부연락선에 오르는데, 바닷바람은 날 잡아 흔 들고,파도는 왜 그리 잡아끄는지, 그 때 난 결심했다.
그 망망한 현해탄 멀고도 긴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이 어두운 세상,
이 절망의 끝에서도 나만은 꿋꿋하게 서리라.
지로야, 잘 듣거라.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현해탄을 헤치고 건너가는 너 자신을 돌아봐라,
모든 걸 이겨내고 헤쳐가야 한다.
인간이 바닷물 보다 푸르를 순 없다 알겠느냐?
얼어붙은 관부 연락선의 손잡이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배 고동 소리 들려 오면서 암전
8. 1935년, 함경남도 청진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 들려오면서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창호지 문 그림자로 남녀의 정사 장면이 상진적으로 보여진다
뒤엉킨 손가라과 신음
무까시 무까시 아루도코로니 오지이상또 오바아상가 아리마시타
(옛날 옛날 어느 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코도모가 나이노데 후따리데 사비시쿠 쿠라시체 이마시다.
(아이가 없어 두 사람은 쓸쓸히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루히, 오지이상와 야마에 시바카리니, 오바이상와 카와에센타꾸니이끼마시타
(어느날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할머니는 강에 빨래하러 갔습니다)
오바아상가카와데센타쿠오시데이카스토, 카와카미까라오오끼나모모가나가레 레키마시타 (할머니가 강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상류에서 커다란 복숭아가 떠내려 왔습니다.)
오바이상와 소소 모모오 히롯데 우찌에 카에리마시라
(할머니는 그 복숭아를 주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지아상가 유우가따우찌에 가엣테까라오바아상가 모모오 키로우토시마스토
(할아버지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자 할머니가 복숭아를 자르려 했습니다)
모모가 후터츠니와겟테 나카까라 오도코노코가 우마레마시타
(복숭아가 둘로 갈라지며 그 속에서 남자 아이가 나왔습니다.)
오지이상토오바아상와 다이소우요로꼰데 소노코니 모모타로우토 이우 나오츠께데 다이지니 소다떼마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우 좋아하며 그 아이에게 모모타로우라는 이름을 붙여 소중하게 길렀습니다)
모모터로우와 단단 오오키쿠낫데 다이소우 추요쿠 나리마시타
(모모타로우는 점점 자라면서 굉장히 힘이 세어졌습니다)
이께다 문을 열고 나온다.
옷을 여민다
이어 사대처 등장
다들 일본말로
이 께 : 아저씨가 사준 동촤책을 읽고 있는거냐?
(보쿠가 갓테구레따 홍오 욘데이루노까?)
아이들 : 네, 아저씨. 고맙습니다.
(하이, 오지짱 아리가토고자이마스)
이 께 : 그래그래, 열심히 해야지.
(마아 이이. 잇쇼겐메이니 시테네)
아이들 : 네.(하이)
이 께 : 그래 책은 재미있니? (홍와 오모시로이노?)
아이들 : 너무 재미있어요.(도테모 오모시로이데쓰)
이 께 : 모모타로우처럼 튼튼하고 영리한 사람이 되어 언제라도 적을 이길 수 있어
야 하는 그래서 위대한 황국국민이 될 수 있는 거란다. 알겠니?
(모모터로-노 요유니 죠오부니 낫째 이쯔데모 데끼오 야부레루요우니 시데 쿠레. 소시떼 에라이 코우꼬쿠노 코구민니 나루노다. 와카루?)
아이들 : 네, 알겠습니다.(하이, 와카리마시타)
사 처 : 정말 재미있는 얘기에요, 어쩜 일본은 옛날이야기도 이렇게 훌륭한 걸까 요. (혼또니 오모시로이 하나시데쓰요. 니뽕와 무까시바나시모 고노요우니 스바라시이 데쓰네)
이 께 : 그래? 애들의 일본어 실력이 부쩍 느는 것 같아.
(소우까? 코도모노 니홍고노 지쯔료꾸가 메니 쯔꾸요우니 죠우즈니낫다)
사 처 : 호호호, 산지로는 머리가 얼마나 좋다구요. 천재같아요.
(호호, 산지로와 혼또니 아따마가 이이데쓰. 마루에 덴사이미따이다네)
이 께 : 하하하, 나도 어릴 때 머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
(하하하, 보꾸모 코도모노도끼까라 아따마가 이이따또 이와레단다)
사 처 : 어머나 그럼 당신을 닮아 그런 거군요.
(아라 데와아나따니 닛데이마쓰네)
이 께 : 그런가? 하하하, 하지만 미쯔꼬는 당신을 닮아 이쁘지 않소
(소우까? 하하하, 시까시 미쯔꼬와 기미니 닛데 끼게이쟈나이)
사 처 : 어머 그런가요? 호호, 미쯔꼬는 음악적인 재능도 뛰어난 것 같아요.
(아라소우데쓰까? 호호, 미쯔꼬와 옹꾸니모 사이노우가아루요우데쓰요)
요즘 미쯔꼬가 오르간 치겠다고 매일같이 손가락 연습이에요.
(아! 하즈까시이요, 오르강오 히끗데 마이니치 유비와노 렌슈어시테네)
이 께 : 하하하, 이거 여자 헨델이 나오겠는걸
(하하하, 고레까라 죠세이노 핸데루가 데루노까)
사 처 : 아! 헨델이요? (헨데루)
이 께 : 그럼, 누가 뭐래도 헨델이 끝내주지, 헨델도 어릴때부터 재능이 뛰어나서 9살부터 성마리아 성당에서 오르간니스트를 할 정도였다니깐
(소우 다레요리 헨데루가 이찌방다 카레와 코도모노 도까가라 시이노우가 스구레데 큐사이까라 세이마리아세이토 오르간오엔소우시데따)
사 처 : 그래요. 우리 미쯔꼬도 헨델 못지않게 키울 거에요. 피아노를 가르치면 어떨까요?
(소우데쓰까? 우찌노 밋짱모 헨데루니 오토라즈니 소다데루요. 피아노오 오시에따라 도우데쓰까?
이 께 : 피아노? (피아노?)
사 처 : 품위있고, 우아하고 예술적이고 너무너무 멋있잖아요.
(죠우힌데 마따 게이쥬쯔데끼데 도떼모 스바라시이데쇼)
이 께 : 피아노라, 좋은 생각이군, 당장 시작하도록, 빠를수록 좋으니까.
(소레 요깟다. 스구 오시이떼. 하야게레바 하야이호도 이이다까라)
사 처 : 그럼 내일이라도 피아노를 살까요?
(데와 아시다데모 피아노오 카이니이끼마쇼우까)
이 께 : 그래, 이걸로 당장 사도록 하시오 (요시, 고레데 갓데쿠레)
사 처 : 어머나 고마워요. 역시 당신이 최고예요.
(아라 혼또니 아리가또우 고자이마스, 아빠리 아나따가 사이꼬오요.)
(사대처 앵길 때 사대 등장)
사 대 : 아, 이께다 상 오셨군요.
이 께 : 이제야 오시는군요, 형님.
사 대 :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아이고, 이거 옷에서 냄새도 나고 제 모양새가 말이 아닙니다.
이 께 : 괜찮습니다. 양반도 일하다 보면 옷에 땀이 베는거구 사지가 거칠어지는 법인데, 그렇다고 그게 흉이 되겠습니까? 어서 이리 오세요.
사 대 : 예
삼 대 : (일어) 아버지,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삼 순 : (일어) 아저씨께서 재미있는 동화책을 사 주셨어요.
사 대 : 아니. 이런 귀한 책을 다 사 주시구, 자, 어서 아저씨 고맙습니다. 해야 지?
아 이 : (일어) 아저씨, 고맙습니다.
이 께 : 오마가리
사 대 : 여보, 당신은 차 좀 내와요
사 처 : 예, 알겠습니다
사 대 : 자, 앉으시죠
이 께 : 애들이 보면 볼수록 귀엽습니다. 제 자식 같습니다
사 대 : 별말씀을. 이거 매번 신세만 지니까,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께 : 이번에 흥남 돈사에서 일어난 인부들의 말썽도 다 형님이 애써준 덕분에 잘 해결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 대 : 별 말씀을 다하시는군요. 그 사람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금 좀 올려달라고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 한 겨울에 자기들이 키우던 돼지 새끼를 풀어놓고
앞뒤사정도 모르고 무작정 덤벼 대니까, 결국 남는게 뭐 있습니까?
가만히 쩡하던 돼지만 죽고 괜한 사람만 다치고...
그 정도로 마루리 됐길래 망정이지... 아무튼,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 께 :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나마 잘 해결된 것도 다 요지로상이 애써 준 덕분 입니다. (차를 들고 사대처 등장) 응, 교오꼬, 향이 아주 좋습니다.
사 처 : 예, 보성 햇찹니다. 마음에 드세요?
이 께 : 네 그래서 말씀인데 이번에도 좀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사 대 :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이 께 : 신홍에 양계장을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사 대 : 양계장이요?
이 께 : 예, 막상 양계장을 만들려니까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땅은 꽤 된 다지만 양계장 짓는 문제에서부터 사료수급 문제, 판로 문제, 관리할 사람 까지... 아무튼 형님께서 좀 도와주셔야 겠습니다.
사 대 : 여부가 있습니까? 도와드려야죠.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닭이라면 도통한 놈이 하나 있습니다.
양계장 만들고 종자 구하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아우님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계십쇼.
이 께 : 고맙습니다. 그럼 형님만 믿고 추진하겠습니다.(차를 마신다) 차 맛 참 좋 다. 그럼, 얘기도 다 끝난 것 같고, 오늘은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사 대 : 벌써 가시려구요. 방도 깊었는데, 안방에서 주무시고 가시죠.
이 께 : 아닙니다. 도둑고양이도 제 집에선 도둑질을 하지 하지 않는 법인데 잠은 집에 가서 자야죠.
사 대 : 예, 그럼 살펴 가십시오,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사이)
사 처 : 여보, 이거보세요.
사 대 : 아니, 이게 뭐야?
사 처 : 이께다 상이 가지고 오셨어요
사 대 : 그래, 어대 봅시다
사 처 : 조선에선 구할 수도 없는 귀한 것 이라더군요.
사 대 : 이렇게 고마울수가!
사 처 : 다까시상 말이예요. 이 약 먹고쉰 다섯에 아들자식을 봤다더라구요.
사 대 : 쉰 다섯에 말이요?
사 처 : 예, 우리라고 그런 일없으란 법 있나요?
전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아일 낳고 말겠어요.
사 대 :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요. 우린 아이들이 둘씩이나 있잖소?
사 처 : 그래도, 가문의 피를 이어갈 당신의 아이가 있어야죠.
사 대 : 당신 아이가 내 아기 아니겠소.
미안하오. 내가 무능해서인데, 누굴 원망하겠소.
사 처 : 그런 말씀 마세요. 세상이 불공평해서요.
외구거에선 피임인지 뭔지를 해서 애가 못들어서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애를 생기게 하는 비법은 왜 아직 없는건지..
사 대 : 머지 않아 그런 날이 오겠지. 누가 알겠소, 내일이라도 당장 애 낳는 기 계가 나올지
사 처 : 꿈같은 얘기네요. 여보, 고맙소.
(아이들 등장, 장하다 아이들아 효에 관해)
자 얘들아 이리 앉거라
아 이 : 예 알겠습니다.
사 처 : 그래, 너희들도 이제 다 컸으니까
뿌리깊은 우리가문의 내력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구나.
(코오꼬에게) 여보, 족보 좀 가지고 와요.
자, 이게 우리집안의 족보다. 그럼, 첫 장을 넘겨보자, 잘 살펴보거라.
우리 가문의 시조는 조 원조님 이시다.
그분께선 아득히 먼 옛날
바람과 물의 기운을 빌어
이 땅에 태어나시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하시며,
유달리 마음의 손이 크다하여
일찍이 뭇 사람들은
그분을 거수공이라 받들어 모시며
성정을 다해 따르시었다
이에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만대에 자손이 뿌리 내리고
대대로 조상의 음덕이 우리 가문을 지켜주시니
산지로, 미쯔꼬야!
이처럼, 너희들도 한시도 가문의 기운을 져버려선 아니 된다. 알겠느냐?
아 이 : 예, 잘 알겠습니다.
사 대 : 자, 이제 제사 준비를 하도록 하자.
스지 큐 음악 들려오며 슬로우 모션으로 춤을 춘다
9. 지금, 서울
선조들 음악에 맞추어 들, 춤추면서 나온다
제사상과 촛불이 켜지고
모두들 무릎을 끓어 앉아 있다
이때 일대와 그의 애인 들어온다
일대의 변신한 모습에 놀라고
이처 : 왔어요
이대: 늦었구나
아버님
그럼 시작하시죠?
삼대 : 잘 듣거라
모처럼 모였으니 내 한 마디 하마
산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까마귀도 있고 개구리도 있고
죽은 오소리 새끼들도 널려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시냇물 바위밑 웅크리고 있는 독사다
지천에 널린게 혀를 낼름대는 뱀이란 말이다
가문을 지켜야 한다
언제 너희들의 뒷통수를 내리칠지 모르는
무수한 것들이 눈알을 부라리고 있다
가문을 기억해라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아야 역사를 피할 수 있다
나머지 :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사대 들어온다
모두 놀라며
삼대 : 아 아버님!
모두 : (인사 드린다)
사대 : 들, 별고 없고
내 모처럼 너희들을 만나니 몹시 흐뭇하구나
오늘은....
이때 오대 들어온다
사대 : 아 아버님!
오대 : 다 모였구나! 사대야,
이렇게 훌륭하게 장성한 자손들을 보니 말이다.
할애비가 우리 집안에 대해 한마디하마.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때 육대 들어온다
오대 : 아버님 오셨습니까?
사대 : 할아버지!
일대 : (그냥 멍하니)
육대 : 허!허!
왜 이리 시끄럽냐?
오대 : 아닙니다. 아버님. 어인 일이십니까?
육대 : 내 손주들 얼굴이나 볼까하구...
오대 : 앉으십시오, 아버님.
육대 : 오냐(앉는다) 오대야, 무슨 얘길 하고 있었느냐?
오대 : 조상님들의 얘길 하려던 참입니다
육대 : 음...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마
어디 보자! 음, 우리 조상은 신라 헌강왕 때 사회가 혼란하여 왕권이
이때 칠대 할머니 등장
육대 : 아이구 어머님, 어떻게 여기까지 혼자 오셨어요? 몸도 예전같지 않으실 텐 데...
칠대 : 그러게 말이다 아이구 다리야, 이젠 걸어 다니기도 수월하지 않구나.
다들 앉아, 그래, 뭣들 하고 있었어?
육대 : 예, 저희선조들의 업적에 대해 얘기해 주고 있었습니다.
칠대 : 그래, 어디까지 했어?
육대 : 조 아무개 대 님 얘기를 학 있었습니다
칠대 : 그래? 다들 잘 듣거라 우리 집안은 대대손손...
모두들 조아리고 이야길 듣는다
일대 천천히 위패를 들고 일어서면
음악 흐르면서 무대 어두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