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세브란스 김현우 교수님께 수술 받았어요.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만 5세 남아로, 희귀난치질환 가지고 있는 (심한) 뇌병변 장애 아이입니다.
카페에 세브란스 병원이나 장애 아동 수술 후기는 많지 않은 것 같아 남겨 봅니다. ^^
<수술 결정 전>
고관절 쪽 선천적인 문제는 없는 아이였는데,
작년 11월 양산부산대에서 정기 검진하던 중, 한쪽 고관절이 80% 빠졌다는 진단을 갑자기 받았습니다.
먼저 분당서울대, 중앙대, 서울삼성 가 보았는데 어쩌다 보니 수술은 계획에도 없던 세브란스에서 하게 되었네요.
- 분당 서울대 성* 교수님: 엑스레이만 보고 바로 수술 날짜 결정, 아이 가지고 있는 질환명에 대한 질문이나 촉진도 없음.
- 중앙대 최* 교수님: 중앙대에서 수술할 수 없다고 거절. 희귀난치 질환 가지고 있는 아이이니 무조건 본원 서울대 가서 수술해야 하고, (분당 서울대도 안 됨) 수술한다고 해도 또 빠질 우려가 너무 크다고 걱정하심. 아이 질환에 대해 관심 보여 주시고 촉진도 꼼꼼히 해 주심. (단순 고관절 탈구만 있는 아이들은 교수님께 수술 받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 서울삼성 심* 교수님: 은퇴 앞두고 초진 안 받으셔서 패스.
<수술 결정>
서울대 조태준 교수님 진료일 기다리다가 주변에서 세브란스 추천해서 김현우 교수님께 갔어요.
준비해 간 의료 기록지 전부 보시더니 그냥 두면 4~5년 뒤 통증 시작될 거라,
아이 힘들어지기 전에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아이는 수술 뒤에도 탈구 재발할까 염려하는 시선들이 많아서 걱정이 많다고 했더니
"엄마, 그건 내가 안 빠지게 수술 잘 하면 되지, 그런다고 수술 안 하면 얘 삶의 질이 점점 떨어져서 안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자신 있게 말해 주시는 교수님 믿고 그자리에서 수술 결정했습니다.
1. 수술 내용: 왼쪽 골반 및 허벅지 절골, 아킬레스건 연장술(저희 아이의 경우 보행은 되는 상태였습니다.)
2. 수술 시간: 오전 7시에 수술실 이동 - 9시 시작 - 12시 30분 병실 들어옴.
3. 입원 기간: 5박 6일(수술 하루 전 입원 기간 포함)
- 아이 컨디션 보시고 퇴원 날짜 결정하더라구요. 회진 오실 때마다 퇴원 날짜가 점점 당겨졌어요....ㅋㅋㅋ
4. 준비물
- 기저귀: 밴드형 날개 잘라서 일자형 기저귀 대신 사용, 깁스 바깥에 할 기저귀는 한 사이즈 큰 걸로 준비.
수술 3일차까지 소변줄을 하고 있어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음.
- 설압자: 깁스 속에 기저귀 넣을 때 아주아주 유용함.
- 엄마손 팜컵: 마취 가스 빼 주는데 유용함. ★
- 휴대용 선풍기: 아이 깁스 사이 통풍시켜 주는 용도
- 수유 패드: 가져가긴 했으나 한 장도 안 썼음.
- 보호자 이불: 낮엔 덥고 밤엔 너무 추웠음... ㅠㅠㅠ
5. 깁스: 한 쪽은 발끝까지, 수술 안 한 쪽은 허벅지 가운데 까지 석고로 처치. 가운데 고정 바 있는 A자 깁스 형태.
6. 수술 후 아이 상태
- 통증: 무통 달고 나오고, 첫날은 좀 아파하는 것 같음. 그때는 추가로 진통제 요청하면 됨.
이틀째 무통 리필 했지만 교수님이 빼라고 하셔서 무통 제거...(다른 선천적 질환 있는 아이라서 그런듯)
그런데 딱히 더 아파하지는 않음.
- 발열: 밤마다 열이 계속 남. 39.6도까지 갔는데, 수술 후 5일차 되니 더이상 열은 없음.
마취 가스 덜 빠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서 열심히 팜컵으로 두드려 줌.
- 소변줄, 피 주머니: 수술 3일차에 전부 제거. 이때부터는 커다란 침대에 태워서 산책도 가능함.
교수님이 누워만 있으면 아이 우울증 온다고 한번씩 나갔다 오라고 권유함.
- 음식 거부: 밥, 물, 간식 전부 거부하고 거의 안 먹음.
- 항생제를 오래 맞다 보니 설사 증세 보임.(집에 와서 유산균 같이 먹이니 좀 덜함.)
7. 퇴원 및 귀가
- 입원(수) / 수술(목) / 퇴원(월): 열은 계속 있는 상태였지만, 아이 컨디션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니 집에 가도 좋다고 함.
- 승용차 뒷좌석에 차박용 에어매트 깔아서 눕혀 옴.서울에서 부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었음.
-----
오늘로서 수술한지 12일차 되었습니다.
아이 컨디션은 예전처럼 돌아왔고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있어요.
깁스가 등 가운데까지 올라와서 앉아있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욕창 생길까 자세를 계속 바꿔 줘야 해요.
(병원에서도 욕창 방지용 매트를 깔아 주시길래, 집에서도 깔아 주고 있습니다.)
잘 때도 두 시간에 한 번씩은 바꿔 줘야 하니 신생아 키울 때처럼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네요 ㅠㅠ
하지만 아이가 너무 잘 버티고 있는게 고맙고 대견해서 같이 힘내는 중입니다.
기저귀 가는 것도 요령이 생기니 크게 어려움은 없네요.
수술 전에는 걱정이 너무 많았다가 수술하고 나니 너무 후련해요.
장애가 있는 아이라서 그동안의 좋지 못한 자세로 인해
근육에 구축과 변형도 있었는데, 이번 수술 때 같이 다 손 보고 나왔어요.
앞으로 깁스 풀고 열심히 재활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빨리 회복하고, 금세 적응하고, 훨씬 잘 이겨내 주네요.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에 길게 적어 보았어요.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03 20:5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4.04 09:19
첫댓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ㅠ 그렇지만 꼭 아이 완치되어 방긋웃는모습으로 맞이해줄꺼같아요 힘내세요 어머님 ㅎ
아이도 가족들도 모두 애쓰셨어요!!
얼른 회복하고 더 잘 걸을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