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열린아동문학에 올렸던 글이지만 이곳에서도 꼭 말하고싶었던 내용이기에 복사해 올림을 양해바랍니다.
우리 홈피에도 등불을
나는 지금 어설프고 모자란 대로 문학인이란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문예창작과를 나오거나 교사나
교수 출신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순전히 내 글에 대한 인터넷상에서의 사람들의 관심
과 그 관심의 산물인 댓글(리플) 때문이었다.
꼭 10년 전입니다.
저는 인터넷카페 <맛있는 부산>의 회원이었고 2,30대가 주축인 카페에서 최고령회원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온, 오프라인에서 열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일수가 있었던 것은 글 쓰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독서 좀 할 때 아주 잠깐 대학노트 3분의 1 분량정도 소설 비슷한 걸 써 본 것 말고는 성인이 되고는 처음
써 보는 글들이었습니다. 생활잡문이나 단상 같은 글이었지만 나름 재미도 있고 공감도 갔던지 많은 사람이 읽어 주었
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공감 가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젊은이 취향 마인드 때문이지 싶습니다. 저의 사무실 젊은 직
원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주니어와 시니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글을 많이 썼더랬습니다. 한편 글의 내용도 젊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었나 봐요. 저를 잘 모르고 글만 읽은 사람은
저를 자기네 또래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열병처럼 나를 글 쓰는 재미 속으로 빠져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조회수와 댓글이었습니다. 점점 조회수와 댓글이 폭
발적으로 많아지면서 다음 글을 기다리는 고정 팬들까지 생겼지요. 이런 관심이 사람을 고무시키더군요. 정신없이 아
니 신나게 글을 써댔습니다. 일 년 반 동안 쓴 글들이 150편정도, 그것도 한 편이 A4 2,3매 정도 분량으로.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일상은 무기력, 무의미, 그냥 세월에 떠밀려 가는 삶이었지요. 그런 나에게 이것은 너무 큰 사
건이었고 인생의 변곡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저의 글쓰기는 여러 장르를 기웃거리다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동시라는 문예창작교실 선생님의 권유로 동시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동시를 쓰면서 저의
일상은 환해졌습니다. 생기가 넘치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살아낼 이유가 생긴 거죠.
그런데 문학을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일을 겪게 됩니다. 몇 개의 문학단체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저
의 기대와는 달리 카페가 너무 조용합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강산입니다.
문학카페면 글 쓰는 분들의 카페 아닙니까? 글 쓰는 사람들 카페에 와이리 글이 없는 겁니까? 귀한 글들이라 장롱 깊
숙이 묻어만 둡니까? 문학작품만 글은 아니죠. 지금 저처럼 넋두리도 좋고 세상에 대한 쓴 소리도 좀 하고 칭찬글 같은
것은 더 좋죠. 좀 모자란 듯 허술해 보이는 글이 더 인간적일 수 있답니다. 아마 그 때 그 카페에서의 저의 글의 인기 비
결이 이것이었는지 모르죠.
어차피 이 인터넷 공간의 존재이유는 소통입니다. 소통은 속에 있는 얘기를 들어내므로 시작되는 것이죠. 누군가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면 소통하고 싶다는 얘기. 여러분이 그 글을 읽는 이유도 소통을 하기 위한 행위 이지요. 온전한
소통이란 가고오고, 오고가고, 일방의 흐름은 소통이라 할 없죠.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 소통의 통로를 닫아 버립니다.
젊은이들의 카페와 문학카페의 큰 차이점은 전자는 글도 댓글도 풍요로운데 후자는, 소위 글 쓰는 분들의 카페는 오
리려 글의 흉년입니다. 글도 댓글(리플)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는 거죠. 아이러니 아닙니까?
젊은이들은 솔직하고 쿨 해서 진솔한 글들을 가감 없이 올립니다. 반면 우리 문인들은 생각이 많다보니 이런 글 올리
면 내 격이 떨어질지 몰라. 쓸 데 없이 괜히 오해나 받지 않을까. 내 귀한 글 혹시 남이 훔쳐가지 않을까. 에이 다른 사람
도 안 쓰는데 내가 뭘. 바쁜 세상 그따위 쓰고 있을 시간이 어딨어. 바쁘면 글 읽으러 오지도 말아야죠.
제가 올린 이 글방의 415번 글 『제16회 <열린한마당>을 기다리며』는 고맙게도 다른 글에 비해 조회수가 월등히
(789회) 많더군요. 회원수가 206명인데 조회수가 789회 이면 같은 글을 한사람이 4번씩 보고 갔다는 얘기지요. (어허,
이사람 은근히 지 자랑하는 것 좀 봐. 히히 제 자랑하는 거 맞습니다. 제 자랑 좀 하면 안됩니까? 이 재미로 글 쓰는
대요. 뭐) 그런데 놀랍게도 댓글은 단 두 개. 물론 댓글 달아 달라고 쓴 글은 아닙니다만.
제가 쓴 글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많이 읽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글을 잘 쓰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딘가 모자라는 듯 하면서도 공감가는 그러면서도 읽을 메리트가 있어서 일거라 생각
합니다.
어깨에 힘 빼고 조금은 허술하고 꼭 옆집 아저씨 같은 그런 글. 그래서 읽기 편하고 싱긋이 웃음이 번지는 그런 글이
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또 옆집아저씨난 아주머니 같이 농도 좀하고 흉도 좀 보고...
이곳을 방문한 어느 분께서 한마디 툭 던지셨는데요.
‘이곳은 너무 깜깜하도다. 하여 내가 여기 등불하나 밝히고 가노라.’
이렇게 남긴 글 자체가 등불이 된다는 것을 아는 분이죠.
자신의 글도 좋고 아니면 댓글 한 줄이라도 남기시면 그것이 홈피의 등불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죠. 글이 올라
오면 초기 화면에 빨간 표시가 됩니다. 그것이 바로 홈피의 등불이죠. 며칠이 지나도 빨간 표시 하나 없이 깜깜할 때가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젊은이 들이 우리 카페에 들린다면 너무 깜깜해 돌아서지 싶습니다. 카페의 활성화는
젊은 문인들을 유인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문학인 단체도 좀 젊어지지 않을까요?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이다.’란 말 들어보셨죠? 미움의 대상이 된 존재보다 잊혀 진 존재가 더 견딜 수 없다는
얘기지요.
어차피 현대는 소셜미디어가 주도하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 경험,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생성 또는 확장시킬 수 있는 그 한 공간이 바로 인터넷카페인 셈이죠. 따라서 이곳을 풍요롭고 재미있고 유익
한 공간으로 만들 이유와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봐라, 저. 쓰까 마까 카다가 또 그냥 나갈라 카는 거.’
‘왔노라, 읽었노라, 더러바서 한 줄 쓰고 가노라.’ 요딴 글이라도 쓰고 가야 되는 기라.
자 이제 우리의 아지트. 불 꺼진 등대 같은 우리의 보금자리. 이곳에 등불 하나씩 밝히지 않으시렵니까?
깜깜한 우리 카페 불 좀 밝힙시다. 글을 올려주시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래와 같은 댓글이나 이모티콘 하나라도
좋습니다.
바로 지금, 바로 아래 빈 칸에 ‘에이 괜히 읽었네.’ 도 좋고 ‘내사 마, 할말 없데이.’도 좋고 ‘이기 글이락고 써
낳나.’ 도 좋고 ‘잘났어, 정말’(이건 소녀시대 신곡 I Got A Boy 가사)도 좋고 ‘니가 뭔데’(요것은 김원준의 노래
제목)도 좋고 뭐든지 좋으니 한 코멘트 툭 던지고 가시길...
첫댓글 참 좋은 말씀입니다.
단 한 줄이라도 댓글을 달면 그게 바로 소통아니겠습니까?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등불을 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건 무플이다.
그 참 명언이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일일이 옳은 말씀이시라서 박수를 보냅니다. ^^*
우리 회원님들, 무플하시지 말고 꼭지마다 꼭 한 말씀씩 남겨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