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풍수 ~~~
회장님.사장님.CEO 한결같이 풍수
“風水…風水”
사옥을 지으려고 하는데 풍수적으로 좋은가요?"
자리좋은 집터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나요?"
집 아래로 수맥(水脈)이 흐른다는데, 이사 가야 할까요?"
고액 예금주들에게 자산관리·상담 서비스를 해주는 은행 Management 센터가 개최한 '풍수지리 설명회'였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병원장, 전직 기업 임원 등 40여명의 부자 고객이 참석해 풍수지리학회장의 강연에 1시간 내내 귀를 쫑긋 세웠지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풍수(風水) 경영’이 유행이다.
투자나 사업확장을 할 때 풍수 전문가들이 알려준 장소에 공장이나 사옥을 짓는가 하면, CEO의 책상 위치까지 풍수를 따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00은행은 풍수를 보려는 기업고객들이 늘자 얼마 전 ‘풍수 컨설팅’을 시작했다.
풍수지리관계자는 “불경기일수록 풍수 컨설팅 수요가 늘어난다”며 “나도 요즘 한 달에 2~3건씩 기업인들에게 풍수를 봐준다”고 말했다. 00그룹의 경우 빌딩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창업을 했는데, ‘좋은 터’ 덕분에 건설사를 인수하는 등 승승장구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00빌딩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던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관청이 있던 터로, 지세 좋은 북한산 자락이 끝나는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그래선지 이 빌딩 임대료는 불황에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빌딩 관리사무실장은 “터가 좋다는 소문을 듣고 입주하려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청계천변 SK그룹 사옥에는 거북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럿 있다. 화기가 서린 자리라 불기운을 막기 위해서 거북을 두었다고 SK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 사옥터는 구한말 화폐 주조소가 있던 곳. 돈을 불러모으는 자리여서 신한은행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금융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00증권 회장은 풍수 전문가의 말을 듣고 사무실과 책상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새로 건물이 건설될 때마다 주민들의 항의와 소송이 빗발친다고 한다. 환경파괴나 소음 발생 때문이 아니다.
풍수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재미있는 건 법원도 유명한 풍수전문가들을 동원해 주민들과 맞선다는 점이다. 홍콩 정부는 매년 이런 '풍수 대책비'를 예산에 배정한다.
지난 80년대 후반 일어난 '풍수 대전쟁'은 유명하다. 싸움은 1986년 초고층 홍콩상하이은행 본점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이 은행에서 멀지않은 곳에 중국 본토의 자존심인 중국은행이 있었는데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치자 풍수지리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중국은행의 신사옥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뒤집어졌다. 홍콩상하이은행의 예금고가 뚝 떨어지고 직원들이 급작스런 병에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총독이 외유중에 급사하고, 후임 충독도 병이 나자 시민들은 더욱 놀랐다. 총독 관저는 중국은행과 홍콩상하이 은행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와 회사의 성쇠가 풍수에 달려 있다는 관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최근까지 10년 불황을 겪었는데 천황의 황궁 근처에 지하철이 개통돼 그 밑에 있다는 용의 맥 하나가 끊어져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조상묘를 잘 써야 가문이 융성한다고들 믿는다. 최근 조상산소에서 나오는 방사선 원소 C14가 같은 혈족에게 파장을 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