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사를 준비한다.
강북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전세값도 오른 모양이다. 한달전 주인이 와서 산다고 하면서 집을 빼달란다. 그런데 며칠전 아내가 우리 사는 빌라 반장을 길에서 만났는데, 주인과 전화 통화를 한 모양인지 먼저 아는 체를 해 얘기를 했는데, 전세 값이 2000은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 말 중에 주인이 사는 게 아니라 전세로 다시 낼 생각을 가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여기서 2년 반을 살았는데 한달 7,80만원 올랐다고 하면 되는가? 물론 2000은 주인의 기대치고, 현실은 1000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지만.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니 전국이 들썩이는 것 같다. 집 갖고 땅 가진 사람들은 목을 빼고 집 값 땅 값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옆 동네 노회찬 씨가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진 것도 이런 거품에 대한 갈증 때문인 것 같다.
그래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더 보게 되는데, 정말 곳곳 처처 모두 부동산 같다. 세상에 부동산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정말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서도 장사가 되는 모양이다.
귀농할 마음이 있어 시골농가 전원주택 그런 말에도 눈이 가는데, 가평은 한 평에 100만원이었다. 명동도 아닌데 그렇다. 정말 경기 강원 근처는 명암 내밀 곳이 없을 것 같다. 그래 나는 돈문제 때문이라도 아버지 고향인 충남이나 전라도 밖에 갈 곳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니 얼마나 어머니께서 우스개로 하신 말씀이 우스개가 아니었다. 큰형과 작은형 아이가 각각- 물론 다른 시기였지만, 할머니한테 할머니 집에서 살겠다고 했단다. 그래 말이라도 반가워서 와서 살으라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나중에 크면 저한테 주세요'라는 것이었다. 웃긴 웃었지만 동시에 등골로 뭔가 차가운 것이 스쳤다. 초등학교 2,3학년 아이들이 제 집이 잘 사나 못 사나 모두 똑같은 말을 하다니... 이미 지난 세대에 속하는 우리들에겐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라 참으로 낯설고 진기했다. 내 특유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버릇이 또 나와, 이 아이들의 무의식 깊이 침투한 끔찍한 돈의 논리와 각박한 사회현실을 생각하니 오싹하기까지 했다.
나는 왜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내가 돈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졌던 마지막 세대가 될까? 아무튼 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것은 돈에 매여 자유롭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그래 돈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을 가급적 하지 말고 그냥 객관적으로 보려고 참 노력을 많이 한다. 하지만 돈이 왜곡시켜놓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심리 자연 등 모든 것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 물신에 대해서는 가치판단과 처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돈이 처벌받을 대상이 아니지만.^^
돈의 역사에 대해 한번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즈음에는 돈의 발생을 교환의 편리성에서 찾는 것조차 의심이 간다. 심증에 돈은 애초 권력(힘)의 집중과 독점에 의해 나타나는 부의 축척과 지배 수단이라는 것이다. 조개건 돌멩이건 희소성과 그것의 독점이 돈의 탄생 배경이다. 편리성은 소유의 편리와 통제의 편리를 의미할 뿐이다.
지금 우린 돈 없는 사회를 생각할 수 없다. 대안화폐제도조차 돈의 단점을 배제하려하지만 돈의 논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계량화된 편리라는 비인간적인 척도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런 역설이 성립한다. 돈이 많이진 사회일수록 불행해진다. 집 값 땅 값이 이렇게 오른 상태에서 미래의 아이들은 유산상속 없이 어떻게 살겠는가? 평등이란 원래 기만의 수단인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애초 어떤 정당한 경기도 할 수 없다. 물론 소위 물주부모를 잡고 태어난 아이는 토끼고 가난한 부모의 밑에 태어난 아이는 거북이다.
첫댓글 농사짓는 집이니 계약을 길게 하자고 하는 주장을 모른 체 하고 2년 전세 살고 있는데 다시 계약할 때 어떤 조건을 말할지.. 어쩌면 그 조건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먹지도 못하는 그 돈이 사회를 지배합니다^^;;
이거참 그런 쓸쓸한 일이! 저는 지금 사시는 곳이 들풀님 가족이 완전히 자리잡은 터전인 줄 알았습니다. 독점적 소유를 반대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제 땅이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인지라... 잘 해결되기 바랍니다.
참 아니러니한 세상만사지요..! 의식주로 고통받는건....원시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오히려 지금시대가 더 위험하지요..수많은 광고로 정신까지 어지럽히니~~ 나중 귀농을 생각중인데 마땅치가 않네요..금전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