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무례’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 조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12월23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당시 개그맨 정태호씨는 박 당선인을 향해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님 잘 들어”라며 “당신”, “절대 하지 마라” 등 ‘반말’을 했다. 이 소식은 지난 24일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이후 29일 오전 스타뉴스 등에 의해 확산되면서 뒤늦게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유지’(심의규정 제27조1항) 조항을 적용했다. 지상파텔레비전심의팀 관계자는 30일 “당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방성 발언을 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며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훈계조로 반말을 하는 건 바람직한 정치풍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KBS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씨(가운데).
 
 
위원들은 가장 낮은 수준인 ‘의견제시’ 조치에 합의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100여건이 넘는 민원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중에서도 방통심의위가 내리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코미디’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모든 것이 코메디”라고 밝혔고, ‘파워 트위터리안’인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해당 기사를 링크하며 “공주님께 무례하게 굴면 이렇게 됩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행정지도 조치에 대해) 찬반이 있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위원들 사이에서) 다른 논의도 있었지만 의견을 같이 해 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태호씨는 당시 방송에서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학생, 기업을 위한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며 “하지만 한가지는 절대 하지 마라. 코미디. 코미디는 절대 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 웃기는 건 우리가 할 테니까 나랏일에만 신경 쓰기 바란다”며 “진짜 웃기고 싶으면 개콘에 나와서 웃기든지!”라고 말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씨와 서수민 PD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서 PD는 당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녹화하는 때(매주 수요일 저녁 7시~9시)엔 누가 당선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박근혜 버전과 문재인 버전 두가지를 만들어두고 주어만 다르게 한 채 내용은 동일하게 제작했다”며 “(‘왜 이렇게 웃겨’라는 대목은) 특정인을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한국 정치권 전반을 풍자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도 이 부분을 고려해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삼을 게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어 “저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그를 하는 줄 알았다”면서 “왜 이런 불필요한 행정조치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저잣거리의 정치풍자는 임금에 대한 성적 모멸감까지도 풍자와 해학으로 받아들여졌고 절대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것이 조선시대에도 그랬다”며 “조선시대만도 못한 엉뚱한 코미디 조치”라고 말했다. 
 
서수민 PD는 30일 통화에서 “방송에 대해 다양한 의견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의견을 잘 수렴해서 방송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서 PD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코미디의 사회적인 의무, 어디까지 되고 어디까지는 안 되는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개그맨들도 하던대로 (코미디를) 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