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 지역들
조 흥 제
1995.10.10.
‘우리나라의 무창포, 제부도, 송이도 등 갈라지는 바다.’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철 지난 바닷가, 황량한 가을 바다도 색다른 맛이 있다. 더구나 넘실대던 바다가 눈앞에서 갈라지고 멀리 섬까지 마른 땅이 솟아나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다면 더욱 괜찮은 바닷가 나들이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세계적 명소가 된 전남 진도 말고도 서남해안에는 현지 주민들과 알음알이로 찾아 온 사람들만 즐기는 ‘갈라지는 바다’가 산재해 있다. 물때만 맞춰 찾아 가면 개펄에 머리를 내민 낙지들을 즉석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을 누릴 수 있다. 이 중 대표적인 3곳을 소개한다.
▲무창포=충남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일대는 음력 보름 한 차례씩 바다가 갈라진다. 백사장에서 서쪽 앞 무인도 석대도까지 1.5㎞ 가량이 10~20m 너비로 열린다. 10월엔 10일 오전 10시18분과 10시45분을 전후해, 밤에는 11시부터 1시간 장관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바가지와 젓가락을 들고 갯벌로 나가 소라, 맛살, 조개 등을 줍는다. 밤에 전등을 비춰 여기저기서 머리를 내민 낙지들을 주워 담으면 바로 산 낙지다. 보름달 아래 무인도까지 거닐기만 해도 그만이다. 물때는 대천해수욕장에서 21번 국도를 타면 무창포에 닿는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직행버스로 웅천까지 간 뒤 시내버스를 타도 된다.
▲제부도=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뭍에서 제부도까지 난 길이 2.3㎞, 너비 3m짜리 시멘트 포장길은 물에 잠겨 있다. 하루에 2번씩 드러난다. 물이 빠진 도로변 개펄에는 굴과 미역이 뒹굴고 낙지가 빠끔히 머리를 내민다. 바지락, 맛살, 게도 많다. 민박집이 드물어 길이 끊기면 곤란하다. 수원에서 남양쪽으로 가다 306번 지방 도로를 타고 서신으로 가면 제부도 이정표가 보인다. 서울에서 지하철 1, 4호선 금정역에서 내리면 서신행 버스가 있다. 서신농협에서 마을버스가 수시로 있다. 화성군청 수산과 (0339-73-2023).
▲송이도=전남 영광군 법성포 앞바다 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바다가 하루에 2차례씩 수십만 평 평원으로 둔갑한다. 바닥이 단단하지는 않아 아직은 볼거리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송이도에서 민박을 하면서 낚시를 즐기다 인근 안마군도의 수려한 경관을 둘러 본 뒤 법성포로 돌아와 30분 거리에 있는 불갑산 연신봉에 올라 보는 것도 괜찮다. 서해 최고 낙도를 볼 수 있다. 진나라 마라난타가 우리나라에 불교를 처음 포교 갈 때 지었다는 불갑사도 있다. 광주에서 영광까지 직행버스로 1시간 거리. 영광~법성포간 일반 버스가 다닌다. 영광군청 문화공보실(0686-53-3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