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김해리
모션현혹이론
어쩌다 얼룩을 들여놨군요
온순하게 풀을 뜯던 계절을 지나면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냄새를 맡게 되죠
치료는 단순합니다
얼룩이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되짚어 보세요
눈을 감고 동물원에서 보았던 얼룩무늬를 불러보세요
처음 본 무늬는 어땠는지 언제 가슴이 뛰었는지
흰색과 검정 중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서로 먼저라고 우기는 모습이 회색으로 보일 때는
그냥 웃어주면 됩니다
우울한 날에는 얼룩무늬를 걸치고 외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줄무늬는 날씨에 민감하니까요
굵거나 선명하게 혹은 가늘고 희미하게 바뀌는
마치 시각을 교란하기 위한 모션현혹이론처럼
온기란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죠
검은색은 흰색보다 온도가 높다고 합니다
죽으면 더 깊어지는 사랑처럼 말이죠
선생님, 그런데 이 말은 언제 멈추죠
말에게도 먹이와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제야 정신과 의사는 말을 멈추었다
검은 바지에 하얀 가운을 걸친 얼룩말
거침없이 달려와 표류 중인 보호색
갈기를 세운 열기가 주춤거리다 숨을 고른다
김해리_한국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수료.
내밀한 사유와 밀도 있는 구축
올해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 부문 응모작은 총 174명의 750편이었다. 신춘문예라는 성격을 고려해 작품의 완성도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내밀한 인식과 도전적 문체에 관심을 갖기로 하고 심사에 임했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 수준은 높았으나 개성적인 목소리가 없어 선뜩 만족스러운 작품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거론된 작품은 장윤덕의 「그늘의 역사」, 김종태의 「소행성 STGR」, 방미영의 「고드름」, 김해리의 「모션현혹이론」 4편이었다.
먼저 장윤덕의 「그늘의 역사」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는 ‘그늘의 역사’를 고즈넉한 산문체에 담담하게 엮어 내는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대적 풍경들을 묘사하면서 절제 된 사유의 진술과 서사적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김종태의 「소행성 STGR」은 시적발상에 있어 독특함을 보여줬지만 후반부에서 평이한 낯익은 문법들로 인해 문장의 탄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컸다. 방미영의 「고드름」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밀도있는 접근으로 작품의 안정감과 완성도가 돋보였으나 소재 면에서 새롭지가 않고 문학적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김해리의 「모션현혹이론」은 얼핏 시공을 뛰어 넘는 사유가 난조를 보이는 듯하나 시적 압축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가는 주제의식이 돋보였다. 곧 치열한 생존의 현장에서 끝내 떨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불안한 심리가 사유의 세계로 튼튼하게 구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또 다른 응모작들도 선명한 이미지로 고른 수준을 보여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당선작으로 선했다.
심사위원 김동수 시인, 김기찬 시인
첫댓글 김해리 선생님 많이많이 축하합니다. 이제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김해리 시인님~
전라매일 신춘문예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해리 시인님
전라매일 신춘문예 당선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승승장구하시길요.
축하합니다
치열한 생존의식, 불안한 심리의 압축적 표현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읽으며 아하하고 감탄해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적 발상이 좋네요.
축하드립니다.
착시에 대한 멋진 시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김해리 선생님의 글을 대합니다
축하 합니다.
해리님~
다시 한번 읽어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다시 한번 더 축하 축하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상 잘하고 갑니다^^
글이 너무 좋아 보고 또 보게되네요.
김해리 선생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온기란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죠~~~
잘 감상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제서야 올해 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읽어 봅니다.
늦었지만,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시를 잘 몰라서 무엇을 의미 하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송구하지만, 해설을 부탁드려도 괜챦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