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2024
동무와 한잔하는 동안에도 봄날은 간다
흰 모란꽃 핀 적막한 마루에 먼지 쓸고
세상 쓸쓸하고도 속상한 얘기를 나눌 때
우리도 모르게 봄날은 지나가는 것이다
사실 봄날이 지는 것을 안다 한들 어떠랴,
이미 버들꽃 날리고 새들은 돌아와 울 때
서로 알면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있을 뿐,
누구도 차마 서러운 말을 못 하는 것이다
봄날이 가면 여름이 온다 말하는 그대에게
나는 잠시 낙화의 귓속말을 전하는 것이다
봄날은 누구에게나 오고 어디에서나 가니
이 봄날의 평등을 그대의 잔에 붓는 것이다,
동무여, 오늘은 그만 마시세.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