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 라파엘 신부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에페소 4,1-6 루카 12,54-59
순간의 선택이...
한동안 인터넷에 엽기 급훈이라는 것이 소개되었습니다. 신세대 취향에 맞게 톡톡 튀는 여러 가지 급훈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가 보고 있다’라는 게 있는데 ○○○은 그 반 담임 선생님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내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 12개의 급훈이 있었지만 생각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옆 반 급훈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자’, ‘정직한 사람이 되자’라는 틀에 박힌 급훈이었는데
그 반 급훈은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해서는 차가운 지성이 필요한 법이지요.
이웃과 사소한 싸움이 원수지간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런데 반대로 감정에 휩싸이다 보면 정작 지금 벌어지는 일의 시작과 끝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일 자체에 휩쓸려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법인데 뜨거운 가슴이 앞서 나가면서 머리까지 익혀버리기 때문이겠지요.
‘아주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기 전에 일의 전후를 냉정히 바라보고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도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에게 어울리는 화끈한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전주교구 이정석 라파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