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 애주가 중에 劉伶(유령)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술을 마시러 갈 때마다
삽을 든 하인을 꼭 데리고 갔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한번 술을 마시면 한 섬을 먹는 그로서는
언제 죽을지 모를 일이기에 술을 마시다 비명횡사하거든 그 자리에다 파묻어 버리라는 이야기다.
이 사람에 관한 재미나는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유령이 술 때문에 큰 병을 얻었다. 술을 못 먹으니
하도 갈증이 심해 죽기 전에 한 모금만 먹겠다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술을 얻어 오라고 시킨다.
그러자 아내가 술을 업지르고, 술잔을 깨뜨리며 울며 말하기를
"당신이 술을 너무 지나치게 마셔요, 그건 오래 살기 위한 道가 아니니, 이젠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해요"
유령이 말하기를 "참으로 지극한 정성이로고. 그러나 내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되니 귀신에게 반드시
술을 끊게 해달라고 빌겠소. 그러니 젯상에 올릴 술과 고기를 마련해 오시게나" 이에 아내가
정성스럽게 술과 고기를 마련해 오자, 유령은 젯상앞에 무릎을 꿇고 빌면서 말한다.
"하늘이 나를 태어나게 한 이유는, 술로써 명성을 떨치라는 뜻이다. 한번 먹으면 한섬을 먹고,
다섯 되의 술로 해장을 하는 나다. 제발 부탁이건데, 아내의 말 따위는 듣지 마소서" 하며 젯상의
술과 고기를 실컷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렸던 시인 조지훈은 주도에 관한 글을 쓰기도 한다.
하도 재미있어 전문을 싣는다.
시인 조지훈의 주도 18단계
1. 부주 : 술을 아주 못 먹지는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 : 술을 마시기는 하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 혼자 마시는 사람.
5. 상주 : 마실 줄도 알고 좋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매는 사람.
6. 색주 : 성 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 :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9. 학주 : 술의 진경을 배우는 사람(주졸).
10. 애주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주도).
11. 기주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주객).
12. 탐주 : 술의 진경을 채득 한 사람(주호).
13. 폭주 : 주도를 수련 하는 사람(주광).
14. 장주 : 주도 삼매에 든 사람(주선).
15. 석주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
16. 낙주 :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 자작 하는 사람(주성)
17. 관주 :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주종).
18. 폐주(열반주)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난 사람.
* 부주, 외주, 민주, 은주 - 술의 진경, 진미를 모르는 사람.
* 상주, 반주 -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 반주 - 2급,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 반주당 들이다.
* 학주 - 비로서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이란 칭호를 줄수 있다.
* 대주, 기주, 탐주, 폭주 - 이 사람들은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한 사람들이다.
* 애주 -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란 칭호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 장주, 석주, 낙주, 관주 - 술의 진미를 체특하고 다시 한번 한고개를 넘어선 사람들.
* 열반주 - 9단으로 주도의 명인급이다.
* 9단이상은 이미 이승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길 수 없는 위치이다.
말하자면 애주부터 1단이고 열반주가 9단으로 최고수라는 것이다. 시인 조지훈은 스스로 8단 관주,
즉 몸이 아파서 술을 먹지는 못하지만, 술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단계에 까지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9단으로 생을 마감한다. 술을 마시다 장렬하게 열반한 그였기 때문이다.
정말 웃음을 자아내는 건 부주 이하로 급수를 매기기 어려운 이들은 척주, 반주당이란다. 허허...
그렇다면 질문이 든다. 나는 어느 단계에 속하는가?
민망할 따름이지만, 가장 하급에 속하는 부주나 외주에 속한다.
고등학교 때까지야 모범생이라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으나, 이후에는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하였는데, 마실수록 술이 느는 사람은 체질상 따로 있다는 것을 몸이 많이 상한 이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고로... 사람은 좋고, 술자리에는 있고 싶고, 그러나 술에는 약한 나로서는 술을 안 마시려고 하거나 두려워 할 수 밖에...
여하튼 나는 술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관계에 있다.
나는 술을 가까이 하고 싶으나, 차마 가까이 갈 수 없고, 내가 한발짝 다가설 수록 나는 상처를 받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