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호 알기를 성격이 더럽고, 무식하며, 나중에는 정신적으로 파탄을 일으킨
한 낱 '그림쟁이'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수 백 편의 편지를 남깁니다.
지적 수준이 아주 놓은 글들 입니다. 자기의 그림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 고갱에게 보낸 편지를 올립니다.
고호의 ‘사랑하는 친구 고갱에게’
편지, 고맙네. 나의 작은 노란집에 혼자 남아 - 아마도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는 것이 나의 의무였듯이 - 친구들이 가고 나면 조금은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네.
롤랭은 마르세이유로 전근되어 방금 여기를 떠났네. 그가 최근 며칠, 아기 마르셀을 웃기고, 자기 무릎 위에서 놀게 한 광경은 감동적이었지. 전근으로 가는 가족과 떨어지게 되었네. 어느 날 밤, 자네와 내가 동시에 ‘통과하는 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 사람도 너무 가슴 아파 했다네. 그가 자기 아기를 위해 노래하는 목소리는 이상하게 울려서, 슬픔에 잠긴 침모나 유모의 목소리 그리고 프랑스 나팔과 같은 청동의 음색을 듣는 것 같았지.
지금 나는 후회하고 있다네. 자네에게 여기 머물러서 때를 기다리라고 그렇게 간청하고, 여러 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지만 지금은 내가 자네를 출발하게 한 것이 아닌지------ 물론 그 출발이 그 전에 계획된 게 아니라면 말인네. 그랬다면 내가 자네에게 나에게 그런 사정을 솔직히 말해주는 게 옳았을지 모른다 싶어 후회하고 있어.
여하튼 나는, 필요하다면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서로 좋아하고 있다고 믿고 있네. 즉 유감스럽게도 변함없이 아무런 수단이 없는 우리들 화가의 일, 한 푼도 없어서 그런 수단이 필요할 경우, 다시금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네. 자네, 편지에서 내 그림 한 점- 노란 배경의 해바라기-를 갖고 싶다고 해지. 자네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네. ‘자냉’에게 작약 그림이 있고, ‘코스트’에게 접시꽃 그림이 있다면 나에게는 해바라기 그림이 있지. 나는 그 무엇보다도 해바라기를 선택했어.
나는 먼저 자네가 이곳에 두고 간 물건을 돌려주겠네. 지난 일을 곰곰이 생가해보면 자네에게 그 작품에 대한 권리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싶네. 그러나 그 그림을 선택한 자네의 감식안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똑 같은 것을 두 점 그리도록 노력하겠네. 그렇게 되면 결국은 두 점은 자네가 소장하게 되는거지.
오늘 롤랭 부인을 그린, 나의 사고로 인해 손 부분이 미완성 상태였던 그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네. 색의 배치로는 빨간색은 순수한 오렌지까지 마치고, 그것이 피부 부분에서는 분홍색을 거쳐 황토색까지 높아지고, 또 올리브 녹색이나 베로네제 녹색과 섞여 있지. 인상주의의 색 배치로는 나는 더 좋은 것을 고안해내지 못했네. 이 그림을 어선 속에, 그것도 아이슬란드의 원양어선 같은 배 안에 간다면, 어부 중에는 그들이 마치 요람 속에 있는 듯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네.
아 사랑하는 벗, 그림에서 성취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보다 이 전에 베를리오즈나 바그너가 음악에시 이미 달성한 ------ 슬픔으로 상처받는 마음을 위로하는 예술을 만드는 것이네! 자네나 나처럼 느끼는 인간이 조금은 있지 않겠나!!!
내 아우는 자네를 잘 이해하고 있네. 동생은 자네가 나처럼 역경의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래, 그게 바로 동생이 우리를 이해하는 증거일세. 자네 물건을 곧 보내겠지만 아직도 허탈감에 싸여 있어서 미쳐 자네 물건을 보내지 못하고 있네. 며칠 지내면 용기를 낼 수 있을거야. 그리고 펜싱 마스크의 장갑(유치한 싸움 도구의 사용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하게나), 이 끔직한 전투용구는 그때까지 두도록 하겠네. 지금 나는 매우 담담하게 편지를 쓰고 있지만 자네가 남긴 물건을 묶기에는 아직 손이 닿지 않아.
신경의 열기, 또는 정신 속에서 - 그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은 수많은 바다 위를 건너다녔네. 나는 네들란드 유령선, 또 오를라를 꿈에 보았다네. 다른 때라면 노래하는 방법도 모르는 내가 그때는 오래 된 자장가를 부른 느낌이었지. 요람을 흔드는 여인이 노래하고, 그것이 뱃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내가 병들기 전에 색채 배치를 표현하고자 한 것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모르기 때문이라네.
마음으로부터 악수를
-자네의 빈센트가-
** 이 편지에는 고갱이 자신의 습작을 남겨두고 가면서, 고호의 해바리기 그림 두 점과 바꾸자고 했다. 이 편지는 고호가 거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바라기 그림을 고호 자신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편지에 적었다.
이 편지를 읽으면 아를르에서의 생활이 보이는 듯하다. 고호가 색의 배치에서 인상파를 넘어서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심하는 모습도 보인다.
첫댓글 얼마 전 파리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빈 센트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수필에서 名畵를 만난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 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