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행 서천 신성리 & 순천 대대포구 | 가보고픈 여행지

[인생]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
신경림 시인이 바라본 갈대다. 초겨울 여행지로 갈대밭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 한 구절 읊을 수 있는 시심을 자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철에도 찾아가기 좋은 갈대밭 여행지로는 전남 순천 대대포구, 충남 서천 신성리 금강변,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해남 고천암호, 덕적도 북리 해변 등을 꼽을 수 있다. 갈대밭을 산책하고 주변의 문화유적지 한두 군데쯤 답사하고 그 고장 별미까지 맛보고 오는 여행, 겨울철이기에 더욱 어울리는 나들이이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

여행코스 |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한산모시관→신성리 갈대밭→금강하구둑 철새 관찰→장항읍 해안도로 드라이브→군산IC

영화 한 편 때문에 멋진 여행지로 부상한 곳이다. 금강 물줄기를 한 치라도 더 높은 곳에서 보기 위해 강변을 뒤덮은 갈대들은 부지런히 키재기 다툼을 벌인다. 7만 평 규모, 그 너른 갈대밭에 서면 화해와 용서를 배운다.

충남 부여군 양화면과 맞닿은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서리 내려앉은 논길을 가로질러 제방도로에 오르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갈대밭은 황홀경이다. 신성리 마을 사람은 갈대밭을 '갈밭'이라고 줄여서 말한다. 순천 대대포구의 갈대밭은 여행자의 눈높이와 딱 맞는 장관을 보여주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여행객의 눈높이 아래에서 제 모습을 보여준다. 제방도로가 갈대밭보다 높으니 그럴 수밖에.

갈대밭은 용산리까지 이어진다. 제방도로 길이로 치자면 약 1.5㎞ 가량 된다. 이곳에 이처럼 갈대밭이 훌륭하게 조성된 이유는 금강 하류 지역이라 퇴적물이 쌓이기에 적당하고 범람의 우려로 강변 습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서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이곳에서 촬영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 주말이면 수백 명의 여행객이 갈대밭 속에 들어가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주인공들의 대사를 읊어본다.

갈대밭 다음 행선지는 한산모시관((041)951-4100). 이곳은 모시의 본고장인 서천군 여행 중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 모시관 경내로 들어서면 행랑채 비슷한 방마다 전통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고 전통 공방에는 모시를 짜는 베틀도 있어 경주 양동마을이나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순천 낙안읍성 같은 민속마을을 찾아간 기분에 푹 젖어든다. '모시짜는 여인상'이라는 조각품 앞에 서면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 옛날 무더위 속에서도 졸음을 참아내며 모시를 짜던 정경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철새를 관찰하기에 좋은 금강하구둑에서부터 장항읍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카페-레스토랑-횟집이 줄을 지어 서 있어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녹이고 활어회로 미각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곳이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41):서천군청 문화공보실 관광진흥담당 950-4224. 서천의 숙박시설은 한일장(951-7911)-VIP장(952-1220)-목화장(956-7587)-비치하우스(956-3230)-해맞이파크(952-2531)-백이모텔(952-4812) 등. 맛집은 바다횟집(활어회, 956-7932)-군장활어회센터(활어회, 956-6531)-우렁각시(전골, 956-6157)-한국관(영양돌솥밥, 953-1301)-바다매운탕(매운탕, 952-0182)-한산회관(칡냉면, 951-9444) 등.


순천 대대포구 갈대밭

여행코스 |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순천시내에서 숙박→대대포구→별량면 화포해변→낙안읍성 민속마을→선암사→호남고속도로 승주IC

이른 새벽 동틀 무렵 순천만 대대포구 갈대밭에 나가 물안개 젖은 갈대밭을 만나는 순간 여행자의 마음도 서서히 우러나는 찻물처럼 넉넉한 기운으로 충만한다. 은빛으로 일렁이는 드넓은 갈대밭, 그 사이로 뱀처럼 구불거리는 갯골, 물길과 갈대밭 위로 스멀거리는 물안개 등의 환상적인 어울림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순천만 갈대밭의 총면적은 약 15만 평.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온 이사천의 합수 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3㎞쯤의 물길 양쪽이 죄다 갈대밭으로 뒤덮여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거나 성기게 군락을 이룬 여느 갈대밭과는 달리,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웃자란 갈대들이 빈틈없이 밀생한 갈대밭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이곳 갈대밭을 찾아가면 뜻하지 않은 손님을 만날 수도 있다. 흑두루미-재두루미-황새-저어새-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 조류를 포함, 약 140종의 텃새와 철새가 이곳의 드넓은 갈대숲과 개펄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한다. 순천만의 갈대밭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일몰과 대대포의 환상적인 새벽 안개를 모두 감상하려면 천상 그 근처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

대대포구 갈대밭을 만난 다음에는 낙안읍성 민속마을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낙안읍성을 둘러보려면 낙풍루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드넓은 낙안벌과 주변의 산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여행메모(지역번호061):순천시청 문화홍보과 관광 담당 749-3022. 숙박시설로는 호텔아젤리아(승주읍, 754-6000)-씨티관광호텔(남내동, 753-4000)-로얄관광호텔(장천동, 741-7000)-순천각(동의동, 753-5511)-동경장(풍덕동, 741-6500) 등이, 낙안읍성의 성밖에는 궁전모텔(754-6951)이 있다. 맛집으로는 낙안읍성민속마을 안의 민속잔치집(향토음식, 754-6589)과 순천시에 대원식당(한정식, 744-3582)-태화정(한정식, 722-8094)-은성숯불갈비(불고기, 743-9437)-대대선창횟집(장어구이, 741-3151)-강변장어구이집(장어구이, 742-423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