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을 맞은 윤여표 총장의 얼굴은 밝았다. 약사 출신의 교수에서 식약청장으로, 다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한 후 다시 대학에 돌아오니 '홈그라운드 아니겠느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여표(58, 서울약대) 충북대 신임총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분주한 날들이 계속되지만 보람있는 일을 맡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이제야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된다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오랜시간 머물던 학교를 떠났다 다시 돌아오니 학교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보지 못하던 이것 보이는 거죠. 이제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취임식에서부터 '여느' 취임식과는 다른 행사를 계획했다. 축사를 생략하고 지역 국회의원부터, 학생, 교내 임직원, 환경미화 아주머니들에게 '총장에게 바란다'는 주제로 멘트를 받아 제작한 영상을 취임식에 상영했다. 사람을 중시하고 혁신적으로 인재를 등용해온 그의 여태까지의 행보가 총장이 된 이후에도 어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상아탑으로 머무는 대학의 모습은 지금 사회와 맞지 않는 듯 합니다. 2017년부터는 대학정원보다 고졸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하죠. 특히 지방대는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있습니다. 이 중요한 때 총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강조한 것은 '창의 공동체'라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지역과 외부 기업,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 운명체로서 대학이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9명의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늦은감이 없지 않게 선거를 치른 윤 총장이 학교 관계자와 교수 뿐 아니라 지역 관계자들을 선거인단으로 한 간선제에서 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청장으로서의 인지도와 함께 한명 한명의 선거인단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의 말을 경청한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열린 캠퍼스, 산학협력, 평생교육원 등의 공약은 기본이었다.
이처럼 총장으로서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청장으로서의 경험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만들고 터를 닦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에게 있어 식약청장을 역임한 2년 반 동안의 기간은 새우깡 쥐머리 사건을 필두로 광우병, 멜라민, 신종플루, 탈크 사건 등 다사다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이슈를 끌고가면서 최장기 식약청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식약청장으로 기억하고 계십니다. 워낙 많은 이슈가 있었고 그 덕에 매스컴을 많이 탄 탓이죠. 하지만 선거에 있어서는 '약사'라는 점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약대 도움도 전혀 받지 않았고요, 당선 후에도 보직임명에서 약대교수를 중용하지 않았습니다. 출발은 약사였지만 약사로서가 아니라 종합국립대학의 총장으로서 일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충북대에 대한 비전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뤘다. 캠퍼스의 광역화와 바이오클러스터의 중심 역할을 기반으로 창의인재 양성, 지역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창출, 창의 클러스터 구축 등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별도로 신약개발과 관련한 큰 비전이 있다.
"청주에 있는 개신캠퍼스를 오송과 오창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캠퍼스를 건축 중인데, 이 지역을 보건의료생명산업지구로 특화할 겁니다. 청주와 오송, 오창을 이으면 삼각형의 트라이앵글이 형성되는데, 여기에 15만평의 대지에 충북대학교를 건축 중입니다. 이 안에는 정부기관은 물론, 연구기관과 제약사 등 산학연관 모두가 연계돼있죠. 융복합 연구관을 비롯해 ICT(전자정보계통) 특성화를 위한 시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세종시에 중앙행정부서 공무원들 위한 대학원을 만들어 행정-특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저녁에 와서 공부하고 학위를 딸 수 있는 대학, 충북대의 위치를 이용한 좋은 장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학생들과 공무원들이 동문으로 연계되는 점도 기대할 수 있겠죠."
윤 총장은 차후 4개 캠퍼스를 광역화해 첨복단지와 연계한 신약개발 컨트롤타워가 충북대학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학·연·산·관이 연계돼 바이오메디컬 허브로서의 역할을 충북대학이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거점 국립대 총장으로서는 약사가 최초라고 말합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총장으로 선출됐을 때 그간의 많은 일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는데, 신종플루 백신 생산을 지켜보고 허가를 내준 일도, 제약사 공장을 찾아다니며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습니다. 청장이었던 시절도 소통과 현장을 중심으로 일해왔다 자부합니다. 총장으로서도 역시 같을거라 기대합니다. 모든 정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소통하는 총장이 되겠습니다. 저의 기반이 되어준 약사와 약업계 관계자들도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