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버지니아 울프
작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의 삶을 그림에 담았다. 독일의 일러스트 작가인 저자가 울프의 작품, 일기, 편지 등을 참고해 그림을 그렸고, 짧은 문장을 함께 적었다. “오늘은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글을 썼다” 등 글쓰기에 대한 울프의 내밀한 고민이 돋보인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가 느낀 불안과 생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할 것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해낸 버지니아 울프는 이후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위대한 작가이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수상 소감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울프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과 여전히 맞닿아 있다.
《나,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날카로운 펜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아름다운 그림과 압축적인 글로 보여주는 그래픽 전기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 다른 작가의 책을 펴내며 재미를 느꼈던 출판인, 연인과 남편을 모두 사랑한 한 여성의 모습 역시 마주할 수 있다. 울프가 지나온 삶의 장면들은 그의 수많은 명작들, 내밀한 일기와 에세이, 친구와 연인에게 쓴 편지 속 문장들로 재구성되어 독자들을 찾아온다.
은유 (작가)
나는 이 책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아우른 ‘인연의 지도’처럼 보였다. 여자라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겐 책과 사람이 학교였고, 그는 “대화보다 더 좋은 가르침은 없다”라는 깨달음을 일찍이 터득한다. 대화로 영감을 얻고 나면 글쓰기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말로 큰다. 당신이 존재와 영혼의 확장을 도와주는 좋은 대화 상대를 찾는다면 어서 이 책을 열고 살아 움직이는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라고 귀띔하고 싶다.
[Book 1] 나, 버지니아 울프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나는 다른 것은 할 수 없어요. 나는 그냥 써야만 해요.”
작가들의 작가로 손꼽히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그래픽 전기
울프의 수많은 명작들, 내밀한 일기와 에세이,
친구와 연인에게 쓴 편지 속 문장들로 재구성된 삶의 장면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해낸 버지니아 울프는 이후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위대한 작가이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수상 소감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울프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들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과 여전히 맞닿아 있다. 《나,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날카로운 펜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아름다운 그림과 압축적인 글로 보여주는 그래픽 전기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딸, 다른 작가의 책을 펴내며 재미를 느꼈던 출판인, 연인과 남편을 모두 사랑한 한 여성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지나온 삶의 장면들과 울프가 쓴 글 속의 문장들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페이지마다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자기만의 방》, 《세월》 등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을 비롯한 여러 문학 작품과 에세이, 편지, 일기 등을 다채롭게 인용하고 있다. 또한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이자 깊은 우정을 나눈 비타 색빌웨스트, 영혼의 동반자인 레너드 울프, 동시대를 살았던 예술가인 리턴 스트레이치, 덩컨 그랜트,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 캐서린 맨스필드 등과의 교류를 통해 울프의 사고가 확장되어 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뿐 아니라 인간 버지니아 울프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의 삶과 작품 세계가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를 애정하는 독자는 물론 그를 제대로 알고 싶어 하는 초보 독자에게도 더없이 값질 것이다.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수사네 쿠렌달의 감각적인 수채 일러스트로 탄생한 그래픽 전기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 책의 형식은 울프가 가진 복잡성과 변화무쌍한 시대적 배경을 표현하기에 무척 탁월하다.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수사네 쿠란델의 감각적인 수채 일러스트는 버지니아 울프가 일생 동안 겪었던 기쁨과 슬픔, 불안과 격정, 즐거움과 괴로움, 빛나는 천재성을 더없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수채화는 사람들이 울프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인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가 보낸 평범한 일상과 글쓰기에 전념한 순간들을 더 풍성하게 그려내고, 연필의 검고 굵은 선들은 울프가 빠져든 불안과 고뇌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때로는 말풍선 속 울프의 한마디보다 그의 표정에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만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벗어나 이미지와 텍스트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유년 시절 낙원처럼 여겼던 ‘톨랜드 하우스’에서의 일화, 이부 오빠의 성적 학대 때문에 생긴 거울에 대한 공포, 어머니의 이른 죽음과 아버지와의 애증 관계로 고통받았던 10대 시절과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 20대를 거쳐 마침내 글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블룸즈버리 그룹과의 교류, 레너드 울프와의 결혼과 자살 시도, 비타 색빌웨스트와의 만남, 그리고 죽음을 향해 우즈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연대순에 따라 보여준다.
나 자신으로 살고자 분투하는, 존재와 영혼의 확장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버지니아 울프가 건네는
계속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며 집필 활동 중에도 병 때문에 여러 차례 쉬어야 했지만, 결코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글쓰기는 그에게 ‘실존’과 관련된 문제였으며, 영혼의 자유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그는 일기에 소설을 쓰는 것이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정리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적은 바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울프의 짧은 일기에는 새로운 작품을 완성하고 난 뒤의 두려움이나 “오늘은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글을 썼다” 같은 담담한 고백이 적혀 있다.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글을 쓰며 느낀 불안과 심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던 가장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해냈다.
책 속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무언가를 읽거나 글을 쓰는 장면들이 유달리 많이 그려져 있다. 울프의 인생이 실제로 ‘계속 쓰는’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울프는 평생에 걸쳐 다양한 문학적 시도를 해왔다. 그가 위대한 작가로 불리는 이유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울프의 작품을 난해하다고 받아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시적인 내면의 독백이나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의 문법에서 벗어난 서술 방식은 울프의 작품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이 책은 울프의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들을 모아 독자로 하여금 그의 다양한 작품 스타일을 맛보게 해준다. 이 책을 기점으로 울프의 다른 작품들로 뻗어나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줄 책이다.
왜 지금 버지니아 울프를 주목해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은 여전히 울프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책 속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몰두하는 생각들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문제이다.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여성 억압의 현실을 역설한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사회가 여성의 기회를 제한하고 여성을 평가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수상 소감 중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여성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이 개인적 경험의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글쓰기로 확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해방과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젠더 정체성이라는 주제의 선구자였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돌아보며 앞 시대 여성들이 걸어온 길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려보게 될 것이다.
저자 수사네 쿠렌달
일러스트레이터. 복잡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어 사람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력을 느껴 그래픽 노블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산문 〈빵〉,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노베첸토』,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 예술성 높은 작품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었다. 지금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올랜도』를 준비 중이다.
역자 이상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본대학교에서 번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팀장을 지내며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옮겨왔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아빠가 좋아요』, 『꼬마 거미의 질문 여행』, 『초등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있다.
[Book 2] 버지니아 울프 (그래픽노블)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강렬한 인생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리우바 가브리엘레가 그래픽노블로 펼쳐 낸 버지니아 울프의 평전이다. 20세기 최고의 모더니즘 작가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80년이 넘었다. 그 세월 동안 우리 눈에 비친 버지니아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지닌 존재다. 페미니스트 아이콘에서부터 미친 여자,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가라는 타이틀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타 색빌웨스트와 격정적인 관계를 즐기던 과감한 버지니아도 있다.
이 책은 작가로서 본격 궤도에 오른 버지니아가 자신보다 열 살 어린 작가이자 귀족인 비타 색빌웨스트를 만난 날부터 시작한다. 1922년 12월 14일,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운명을 느꼈고, 곧 짧지만 격렬한 육체적 사랑을 나누게 된다. 비타는 작가로서의 버지니아를 흠모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마흔 살에야 비로소 작가로서의 출발선에 선 버지니아 역시 흠모받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
비타를 만난 이후, 버지니아는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 그리고 비타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녀에게 헌정한 『올랜도』 등을 차례대로 발표한다. 작품들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버지니아는 작가로서 점점 더 명성을 얻지만, 전쟁과 폭격, 그리고 비타와의 연인 관계가 끝나면서 어릴 적부터 줄곧 앓아 온 우울증이 더욱 심해졌다. 런던의 폭격을 피해 루이스 지방의 멍크스 하우스로 내려온 버지니아는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먹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1941년 3월 20일, 버지니아는 집 근처 우즈강을 향해 걸어간다.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 그리고 올랜도의 세계
리우바 가브리엘레는 버지니아 울프의 인생과 함께 그녀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비타와 사랑에 빠질 무렵, 버지니아는 1923년 6월의 어느 하루 동안 상류층 여주인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준비하는 이야기인 『댈러웨이 부인』을 출간하려는 참이었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자유 간접 화법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면세계,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긴 터널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버지니아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댈러웨이 부인』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1927년 출간한 『등대로』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실험적인 서술 기법을 발전시키며 20세기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등대에 가고 싶어 하는 한 아이의 바람으로 시작한다. 부정적인 말들을 무심하게 내뱉는 아버지와 아이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자상하게 달래는 어머니, 버지니아는 바닷가의 낡은 저택을 배경으로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유년 시절과 부모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
『등대로』를 출간하고 그다음 해, 버지니아는 비타를 모델로 한 환상적인 이야기 『올랜도』에서 비타를 남자이고, 여자이고, 빛나고, 활기차고, 열망으로 가득 찬 인물로 그려 낸다. 이 소설은 시인의 기질을 지닌 귀족 청년 올랜도가 어느 날 갑자기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후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신비로운 일대기를 다룬다. 한 인물이 다른 성(性)을 모두 경험하고 여러 시대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판타지적인 전개를 통해, 성 정체성이란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고 복잡다단하게 발현되는 것임을 드러내는 버지니아의 양성적 상상력의 정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리우바 가브리엘레는 버지니아와 비타의 개인적인 공간도 아름답게 재현했다. 비타가 화려하게 꾸민 롱반의 고급스러운 주택과 정원, 버지니아와 레너드가 함께 사용한 루이스의 소박한 멍크스 하우스는 두 여성의 다른 스타일을 반영하듯 각자의 개성으로 꾸며져 있다. 두 사람의 옷차림뿐 아니라 꽃무늬 찻잔, 거실의 커튼과 화병 등 공간과 소품들 모두 고증을 거쳐 섬세하게 묘사해, 글로만 접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인생을 더욱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저자 리우바 가브리엘레 (Liuba Gabriele)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로 활동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2019년 영국의 천재 아티스트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을 다룬 그래픽노블 『에이미Amy』를 출간하였다. 2021년 시집 『풍경Paesaggi』과 그래픽노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를 차례대로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가 비타 색빌웨스트를 만나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마흔 살의 어느 날부터 그녀가 스스로 죽는 날까지를 그리고 있다. 리우바 가브리엘레는 버지니아 울프의 불안정한 마음을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하여 대사 없이도 독자에게 긴장과 감동을 선사한다.
[Book 3]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세계적인 작가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담아, 이 책을 읽은 독자 누구든 단 한 문장으로 작가의 특징을 정의할 수 있게 큐레이션한 [디 에센셜] 시리즈 4종(조지 오웰, 다자이 오사무,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이 출간되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불리는 모더니즘 스타일의 글쓰기를 통해 내면에 솟아나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발견했던 작가다.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가 평생 천착했던 ‘자유’ 라는 주제를 구심점으로 네 편의 단편 소설 두 편의 에세이를 엄선했으며, 이를 함께 읽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케이스스터디가 될 것이다.
울프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메리 카마이클’이라는 가상의 여성 작가를 만들어 낸다. 메리 카마이클은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하는 은유로, 여성 간에 공유하는 공통의 경험과 운명을 상징한다. 울프는 그의 저서 『생의 모험』을 언급하며, “클로이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라는 문장에 주목하는데, 이것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소설 속에서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로,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묘사되던 여성의 존재가 비로소 클로이와 올리비아라는 두 여성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었다. 울프는 이처럼 파격적인 상상을 통해 여성 해방의 조건을 탐구하면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실존했던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으로 끌어와 본격적으로 고찰하기 시작한다. 또한 이 책에 수록된 또 다른 에세이「런던 거리 헤매기」에서는 1930년대 초 영국의 여성들이 비로소 누리게 된 약간의 자유를 어떻게 확장하고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논의를 확대해 나간다.
한편 단편 소설 「유산」,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 「큐 식물원」, 「벽에 난 자국」은 모두 역자 이미애가 새로 번역한 작품으로, 기승전결의 서사를 갖춘 전통적인 소설부터 모더니즘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쓰인 소설까지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게 구성했다. 울프는 우리 외부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사건이 아니라 ‘심리의 모호한 영역’에 집중할 때 비로소 다층적이고 모순된 삶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 착상을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고유한 글쓰기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이 책에 수록된 「벽에 난 자국」은 ‘벽에 난 자국’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의식 세계로 침잠하는 모더니즘 소설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작품 중 하나다.
오늘날 우리가 울프를 읽는 이유,
여전히 유효한 ‘500파운드’의 힘
1970년대 이후 여성 문학 비평의 중심이었던 울프. 매일 새로운 논의가 전개되는 역동적인 페미니즘의 장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그녀의 작품을 읽는가? 여기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는 울프가 지닌 두 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바로 그의 냉철한 ‘자기객관화’와 정확한 ‘문제 파악 능력’이다.
먼저 울프는 자신의 특권적 위치와 상반된 시대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작가였다. 울프는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하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 인명사전』을 편찬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울프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마음껏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리며 자랐고 오빠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클라이브 벨, 리턴 스트레이치, 경제학자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울프는 동시에 자신이 누린 특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자율성이 박탈된 채 살아가는 대다수 당대 여성들의 삶에 깊이 공감했던 작가였다. 울프는 단편 소설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평범한 여성들의 그림자 같은 삶을 극적으로 조명했으며, 에세이「런던 거리 헤매기」에서 여성이 겪는 직업 선택의 한계와 직업 현실에서 마주하는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울프는 모든 여성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열쇠로 ‘고정 수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그는 먼 친척의 죽음으로 매년 500파운드의 유산을 받게 된 뜻밖의 상황을 통해 물질적 안정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처음에 그는 유산으로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맛보았다. 대신 주업인 글쓰기에 오롯이 전념할 수 있었고 직업 세계에서 차별을 겪으며 남성에게 품었던 적개심도 점차 관용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그 후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그는 이런 관용의 태도조차 의식하지 않게 되었으며 비로소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예술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객관적 안목을 습득하게 되었다고 선언한다. 이렇게 “투표권보다 돈이 더 중요해 보였다.”로 귀결되는 울프의 고백은 물질과 예술의 관계, 그리고 물질과 삶의 관계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논평이자 성적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 책에 수록된 울프의 대표 소설 x 에세이
「유산」
한 중년 남성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남성 가부장의 시선으로 본 ‘완벽한 결혼’은 어떤 모습일까? 1944년 작가 사후 발표작.
「V 양의 미스터리한 일생」
19세기 런던 최고의 지식인 계층에서 태어나 지적 문화를 향유했던 울프. 그와 달리 대다수의 여성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기며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은 듯한, 그래서 흐릿하고 모호한 유령 같은 존재, 우리 곁의 V 양에 대하여. 1906년 발표작.
「큐 식물원」
1919년경 울프는 본격적으로 실험적인 소설을 다수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사실주의 기법에서 벗어나 주관적 개성을 추구했던 후기 인상파의 화법을 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물원을 오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풀밭을 기어가는 달팽이의 세계를 대조하여 보여 주는 흥미로운 작품.
「벽에 난 자국」
1917년 울프가 남편 레너드와 호가스 출판사를 운영하기 시작한 뒤 수동 인쇄기로 출간한 첫 번째 소설. 벽에 난 자국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과정을 통해 화자의 의식 흐름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전통적인 소설 기법에서 모더니즘으로 이행하는 전환기적 특징을 드러낸다.
「자기만의 방」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 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토대로 썼다. 여성이 자유로운 삶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로,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을 ‘자기만의 방’을 강조한 이 에세이는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으로 평가받는다. 1929년 발표.
「런던 거리 헤매기」
런던 거리를 산책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조화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한 산문. 런던이라는 보물 더미에서 건져 낸 유일한 전리품 ‘연필 한 자루’로 세상에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담았다. 1930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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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저자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열세 살이 되던 1895년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처음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인 후 1941년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워넣고 우즈 강에 투신자살하기까지 수차례의 정신 질환과 자살 기도를 경험한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20세기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로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일궈놓은 선구적 페미니스트. 울프는 그동안 남성 작가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 특유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남성과 여성의 이분된 질서를 뛰어넘어 단순히 여성 해방의 차원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간 해방의 깊은 문학을 지향했다. 아울러 이성적 언어 이전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서 죽음의 문제만큼이나 삶의 심연에 천착해 깊고 다양한 문학 세계를 이루었다.
1929년 발표한 에세이 『자기만의 방』이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인 1930년 발표한 『런던 거리 헤매기』는 런던 거리를 산책하며 일견한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조화로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한 산문이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꿈꾸던 세상
1941년 3월 28일 산책을 나간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이스트서섹스주 루이스의 자택을 나선 그는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워 넣은 채 템즈강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신은 2주 후에야 발견됐다. 그가 남편 레너드 울프에게 남긴 유서는 “추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 성차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간직한 채 나는 지금 저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로 끝난다.
버지니아 울프는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이자, 페미니즘의 선구자였지만 성폭력 트라우마에서 스스로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6살 때부터 의붓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한 그는 몸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심을 갖게 됐고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일생을 불행 속에 살았다.작가로서 버지니아 울프는 남녀차별이 권력문제라는 점을 꿰뚫고 인본주의 세상 실현을 문학적 지향점으로 삼았다.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그의 에세이집 ‘자기만의 방’은 1928년 케임브리지대 여자대학 두 곳에서 한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수정ㆍ보완해 이듬해 발표한 작품이다.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지 불과 9년이 지난 당시 영국은, 남성에게 귀속되지 않은 여성 개인의 고유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여성과 픽션’에서 울프는 여성의 독립을 위한 전제 조건을 성찰했다. 울프는 여성이 자유로운 창작을 하려면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 자기만의 방이란 일정한 돈과 영역의 확보를 의미한다. 독립된 경제 주체로서의 활동과 아내나 어머니로서가 아닌 개인의 정신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에세이 ‘여성의 직업’에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라고 강요하는 집안의 천사를 죽이라”면서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한다.
울프는 ‘자기만의 방’을 쓰면서 100년 후인 2028년쯤에는 여성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벽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상상했다. 그때로부터 90년이 흐른 지금 울프가 바라던 대로 여성은 다양한 영역에서 남성과 대등한 기회를 얻고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 ‘금녀의 벽’이라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다.그러나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돼 최근 한국으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는 완전한 양성평등의 세상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버지니아 울프가 성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그랬듯 여전히 많은 현대 여성이 오랜 시간 성폭력 트라우마에 대한 침묵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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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 진심을 고백한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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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 버지니아 울프]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까지|작성자 후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