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디어】 김현준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달 초, 디젤 엔진을 단 SM5를 출시했다. 리터당 16.5km(복합연비 기준)를 달릴 수 있는 고효율 중형차, ‘SM5 D’다. 출시 당시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한 번 가득 주유로 1,000km 이상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얘기가 이번 도전의 발단이었다.
연비 좋기로 소문난 일부 수입 디젤차들에게도 1,000km는 만만한 숫자가 아니다. 눈금을 보며 살살 운전해야 가능한 거리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SM5 디젤, 정말 1,000km 가능할까? 여기서 중요한 건, 평상시 운전습관 그대로 1천km가 가능하냐는 거다. 살살 몰아서 얼만큼 갔다는 얘기는 그 자체로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SM5 D를 타고 평범하게 달렸던 2박 3일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풀어냈다. 계기반 사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1,000km 질주를 위해 부산으로 향하기 전, 계기반의 모든 정보를 초기화했다. 연료탱크가 완전히 가득 찬 상태는 아니었다. 가득 넣고 시내에서 50km 정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일단 무시하고 떠난다.
막히는 서울 시내를 빠져 나와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주행가능거리가 쑥쑥 늘어난다. 시내를 통과할 때에는 600km 이하였는데, 고속도로 흐름에 맞춰 달렸더니 800km를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주행가능거리가 최대 얼마까지 찍힐 지 궁금해졌다.
1시간 정도 달렸다. 주행가능거리가 최고치에 도달했다. 계기반에 1,060km가 표시됐다. 달려온 거리는 101.8km, 평균 연비는 16.6km/l다. 1,060km에 도달한 이후로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한동안 숫자가 유지되더니, 달릴수록 줄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1,000km 주행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가속페달을 살살 달래면서 이른바 ‘연비주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료게이지가 1/8칸 정도 떨어졌다. 평균 연비는 18.1km/l로 최고치를 찍었다. 욕심을 내면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았지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퇴근 후 야간 장거리 주행은 너무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봉인’을 풀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강하게 디뎌 밟고 엔진을 채찍질 했다.
SM5 D에는 최고 110마력, 최대 24.5kg.m를 내는 1.5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QM3에 들어간 1.5리터 디젤 엔진과 거의 같지만, 여러 부품을 바꾸면서 최고출력은 20마력, 최대토크는 2.1kg.m 높였다.
>>> 르노삼성자동차 SM5 D 가속영상
1,475kg짜리 차체에 얹어진 110마력 디젤 엔진은 딱 적당했다. 부족하지도 않고 여유도 없다. 가속페달에 지그시 힘을 더하면 부드럽게 속도를 높이고, 큰 힘이 필요할 땐 기어단수를 적극적으로 낮춘다. 기어 한두 단쯤은 무시하며 속도를 높이는 2리터 디젤 엔진들의 파워와는 차이가 조금 있다. 그래도 아쉬울 정도는 아니다. 시속 110km까지는 별다른 스트레스가 없다. 130km/h까지도 나쁘지 않지만, 그 이상은 조금 답답해 진다.
도로가 뻥 뚫리면 밟고, 엉켜있는 차들을 만나면 흐름에 맞췄다. 연료는 아끼지 않고 마음 껏 썼다. 이 때만해도 1000km 달성은 힘들어 보였다. 신나게 달린 결과, 연료가 1/4 조금 넘게 소모되는 동안 270km 가량을 주파했다.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며 얻은 기록. 410km를 달리며 경유 25.3리터를 사용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도로 위의 차는 듬성듬성해졌다. 시간을 단축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실질적 한계속도로 항속 주행했다. 연비는 포기한지 오래다. 일반적인 운전 패턴이라 위안하며 부산으로 향했다. 4시간 정도 달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린 거리는 410km 정도. 경유 25.3리터를 소모했고, 평균 연비는 16.2km/l를 기록했다. 놀라운 건 연료게이지였다. 연료를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때부터 1,000km 주행에 성공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은 부산 시내를 돌아 다녔다. 가는 곳마다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도로다. 가다 서다를 지겹게 반복하며 달린 실제 거리는 60km 남짓이다. 그런데 주행가능 거리는 100km나 줄었다. 앞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590km라고 나온다. 590을 눈에 새기고 서울로 출발했다.
부산으로 향할 때보다 서울로 돌아올 길의 교통 흐름이 더 빡빡하다. 도로 제한속도 언저리로 달릴 수 있는 게 고마울 정도였다. 그런데 도로제한속도에 맞춰 속도를 줄이는게 매끄럽지 않았다. 습관에 따라 시속 100km에 맞췄는데, 자꾸 내비게이션이 더 줄이란다.
계기반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헤맸던 이유가 보인다. SM5 D의 속도계는 100km/h가 작은 숫자, 110km/h가 큰 숫자로 적혀 있다. 프랑스식 배열이다. 프랑스 자동차들은 맨 뒤 ‘0’을 제외한 나머지 숫자가 홀수인 속도를 크게 적는다.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는 속도 제한이 110, 130인 도로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는 보통 짝수가 크고, 홀수가 작다. SM5 가솔린 모델도 짝수가 크다. 하지만 SM5 D의 계기반에는 홀수가 크게 적혀있다. SM5의 수출형 모델인 르노 ‘라티튜드’의 계기반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튼 적응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조금 필요했다.
서울을 향해 출발하고 얼마 안 돼서 연료를 절반 정도 사용했다. 이때까지 508km를 달렸다. 계기반에는 앞으로 570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나오며, 평균 연비는 15.9km/l다. 이때부터 교통 흐름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평균 연비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혼잡한 영동고속도로를 피해 국도로 옮겨 탔다. 정체까진 아니지만 시원하지도 않다. 정속 주행도 쉽지 않다. 지루한 교통 체증을 뚫고 서울에 도착했다. 연료게이지 바늘이 1/4칸을 가리키고 있다. 800km에 달하는 서울-부산을 왕복하면서 사용한 연료는 42리터다. 15.9km/l까지 떨어졌던 평균 연비는 막히는 도로를 통과하면서 오히려 17km/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330km라고 나온다.
이대로라면 1,100km까지도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을 다녀오면서 운전자는 지쳤는데, SM5 D는 지치지 않았나보다. 1,000km 주파를 위해 200km를 더 달려야 했다. 힘든 몸을 이끌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 시내 전용도로를 누비며 950km까지 채웠다. 주유경고등이 들어왔고, 앞으로 130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표시된다. 이쯤 되니 SM5 D의 넘치는 스테미너가 감당 안 된다.
▲ 최종적으로 1,006km를 달렸으며, 평균 연비는 17km/l다. 참고로 SM5 D의 복합 연비는 16.5km/l
남은 50km는 출근길에 더했다. 이미 주유경고등이 들어온 터라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2박3일 동안 SM5 D와 함께 하며 쌓인 믿음이 있었다. 50km를 채우는 동안 멈춰서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결국 SM5 D 타고 1,000km 달리기는 최종 성적표 ‘1,006km’를 받아 들며 성공했다. ‘의심’이 ‘궁금’과 ‘혹시’를 거쳐 ‘믿음’으로 바뀌었다. 최대한 멀리 달리기 위해 경제운전을 했다면 1,100km는 너끈하게 돌파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SM5 D는 디젤 엔진을 달며 경제성을 챙겼다. 까끌한 우레탄 핸들이나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 잘 맞지 않는 계기반을 제외하면 편의성도 떨어지지 않는다. 르노삼성차가 내세운 ‘유러피언 실용주의’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부산을 오가며 1,000km를 함께 달린 SM5 D 스페셜 모델의 가격은 2,695만 원이며, 여기서 몇 가지 옵션을 뺀 그냥 SM5 D는 2,580만 원이다.
핸들 그립감 장난아니게 좋더군요.
프라이드 팔고 사고싶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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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통 중형급이며 60~70리터 던데....
@[서울]gecko 아무래도 그댓굴은 아닌것 같아서 ㅋㅋ
가득 넣으면 11만원 정도 나오니 1000키로 탄다면
탐이 나긴 하네... 아 부럽
그래도 전 3gt
연비에 목숨걸고 타야겠어요 ㅋㅋ
걍...맛있는 거 사드시고 출퇴근은 자전거로 ㅋㅋㅋㅋㅋㅋ
1.6리터 dci 130 올리면 딱 좋겠구만...르노에서 안주나?
가득주유에 1000km... 내차도 가능...
오호~~나도 도전해볼까나?
2.0 디젤에 더 무거운 차체, 연료탱크 57리터 가지고 (국산차와 다르게 더 들어가지도 않죠) 한번 주유하면 천km 찍는 뱜 디젤이 정말 무서운거네요 ㅎㅎ
와~~~내차로 암만 잘찍어도 700키로가 한계던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