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아시아 송 페스티벌
![](https://t1.daumcdn.net/cfile/cafe/127E20404E9B9DAB21)
1. 일시 : 2011. 10. 22.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 장소 : 대구 월드컵 경기장 야외무대
3. 출연가수 :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비스트(BEAST), 이승기, 미쓰에이(miss A), 유키스(U-KISS), 지나(G.NA), 일본 퍼퓸(Perfume), 트리플에이(AAA), 대만 하윤동(Peter Ho), 홍콩 고거기(Leo Ku) , 중국 주필창(BiBi Chou), 태국 타타영(Tata Young)
4. 관람객 : 주최측에서는 4만이라고 하나, 내가 보기에는 3만명 정도(원형경기장의 특성상 원천적으로 관람석의 절반은 사용할 수 없으므로 그라운드에 배치한 좌석을 포함하더라도 정원 6만명의 절반인 3만명으로 계산함이 정확할 듯....)
5. 참석후기
나도 이젠 케이팝에 물들기 시작하는가 보다. 언제 어디에 수퍼주니어, 소녀시대의 공연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마침 지난 토요일 대구에서 이들 공연이 있다기에 입장권이 무슨 몇만원에라도 팔리는 줄 알았는데, 무료 선착순 입장이란다. 그래서 일찌감치 오후 4시경에 가니 승용차로도 갈 수 있었다. 지난 세계육상경기대회때는 원천적으로 승용차 진입을 통제하였는데.... 승용차가 워낙 많아 길가 양옆으로 무단주차한 공간에 빙빙돌아다니다가 자리가 나길래 잽싸게 주차시켜놓고 무료티켓을 받아 입장하였다.
깊어가는 가을, 잘 정돈된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하늘도 파랗게 물들어 지는 석양에 분위기는 만점이었다. 매표소로 가는 길부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난 케이팝 공연에 한국의 중, 고등학생, 대학생이 대부분일 줄 알았는데, 일본, 중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많았다. 길가 노점상에 응원봉, 핫도그, 오뎅을 사려고 중국말, 일본말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서구계통의 젊은이들도 흑백으로 많이 보였다.
이거 내 혼자 보기에는 아까우니, 내자한테도 전화하여 표가 남아 있으니 그냥 오라고 하였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장외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입장하여 전화하자고 하였다. 젊은이들 보기에 챙피하다고 안오겠다는 걸 젊은이들 세상도 한번쯤 구경해야 않늙는다고 억지를 부렸다.
중, 고등,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관람객들 무리에 끼어 줄을 서면서 입장을 하자니, 쪽은 좀 팔렸다. 줄이 열갈래도 더 되는데, 출입문을 열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우루루 몰려간다. 압사사고가 이래서 발생하는가 싶었다. 젊은이들을 훈계할 생각은 처음부터 추호도 없엇고, 그들이 하는 행동, 말, 표정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고 싶었을 뿐이다.
5시경 입장을 하니 아직 빈자리가 많다. 워낙 경기장이 크다가 보니까, 수없이 문을 개방하였는데도 좌석이 차는데 시간이 걸린다. 서편 쪽으로 지는 햇살이 천정에 반사되어 인공조명 보다도 더 화려하다. 서서희 어둠이 깔리고 정확하게 6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는데, 어느 공연에서나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좀 신마이들이다. 어제 처음으로 그룹을 구성했다는 신인들도 있었는데, 이름은 잊어버렸다. 그들에게는 데뷔공연인 셈이다. 처음 6개 정도의 그룹들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그룹인데 젊은이들의 환호성으로 보아 그들 중 몇 그룹들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이어나갈 신인들이라고 보면 되것다. '에이프릴 키스'라는 그룹만 생각이 난다.
사회자의 멘트를 보니까 '2011 아시아송페스티벌'은 아시아 각국의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 대표 문화축제로 40억 아시아 음악팬들이 함께 희망의 멜로디를 나누는 화합과 교류의 장이라고 한다. 난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동안 난 아시아 인이 아니었나.
이날 무대에는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비스트(BEAST), 이승기, 미쓰에이(miss A), 유키스(U-KISS), 지나(G.NA)를 비롯 일본 퍼퓸(Perfume), 트리플에이(AAA), 대만 하윤동(Peter Ho), 홍콩 고거기(Leo Ku) , 중국 주필창(BiBi Chou), 태국 타타영(Tata Young) 등 아시아 6개국 최정상급 아티스트 13개 팀이 출연했다.
이들 13팀의 공연을 보면서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시 한국의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를 따라올 외국 그룹은 없었다. 중국, 홍콩, 태국은 여전히 싱글 가수들이 훌륭한 창법으로 음악을 소화했지만, 팝 그룹들의 화려한 춤과 영상, 노래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중국의 비비주는 북경올림픽, 광쩌우 아시안 게임때 노래를 부른 여가수라고 하였다. 일본은 2개 그룹이 출연했지만 한국의 그룹을 모방한 듯하고, 춤동작이 웬지 어설펐다.
언어는 별루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어차피 한국 가수들도 몇마디 외에는 가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니까. 영어와 현지어를 짬뽕으로 혼합하여 가사내용으로 노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율동과 리듬으로 노래의 분위기를 느낀다. 소녀시대의 '훗', 슈퍼주니어의 '아차'는 가사로 노래를 도저히 이해를 못하나 노래를 들으면 흥겹다. 그러니, 일본, 중국, 프랑스 사람이 들어도 거부감이 없다.
어둠이 깔리고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니 대덕산 기슭에 찬바람이 스탠드에 내려온다. 대구에 있는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대성그룹에서 무릅담요를 출입구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었는데, 들어오기가 바빠 받아오지 못한게 안타깝다. 그러나 추운들 어떠하리, 젊은이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흘들어 스탠드가 장관이다. 노래가 나올 때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중간 중간 비명과 함성을 지르는데 처음에는 시끄럽다가도 나중에는 그 비명소리에 내가 잠겨버리고는 시끄럽다는 느낌도 없었다. 남아프리카에서 월드컵이 열렸을 때 관객이 하도 피리 같은 악기를 불어대 방송중계가 곤란할 정도로 소음이 심하였는데, 그 꼴이다.
중간에 자기가 아는 곡이 있으면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나, 난 몇 소절만 알뿐이고, 구냥 입닫고 들을려니 젊은이들 영역에 침범한 것 같이 미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같이 50대 이상 사람들도 더러는 보여 안심이 되었다. 중간에 아시아 송 페스티발이라는 멘트가 수없이 나오는데, 누가 뒤에서 '에이시아'라고 정확히 발음하는 외국인이 있어 돌아보니 금발의 외국인이었다. 그들도 케이팝에 중독되어 먼 외국에 항공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찾아온다. 자동차 한대 파는 것 보다 이런 문화상품을 파는 것이 훨씬 경제에 도움이 된다. 100명의 외국인이 찾아오면 100대의 자동차를 파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런 문화행사를 보면서 밀양공항이 새삼 생각난다. 일본에서 중국에서 대구로 오려면 대구 인근 100키로 이내 국제공항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구 250만의 대구에 일본, 중국 정기노선이 2개 도시 뿐이라는 거는 말이 안된다.
케이 팝이 성공한 거는 국가가 예산지원을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예산지원을 해 주었으면 망했을 거다. 인터넷 망에 대한 꾸준한 투자, 문화활동에 대한 제약 해제, 소액결제시스템의 완비 등 간접적인 투자를 통하여 음악의 분위기를 형성하여 줌으로써 발전하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음악시장이 좁아, 한국만으로는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한 연예기획사들이 일찌기, 일본, 중국으로 발을 돌린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아시아 대표문화축제라고 하엿지만 약간의 미쓰도 있었다. 소녀시대의 노래 도중 10여초 전원이 끊기는 음향사고로 인해 공연을 다시 시작해야 했으며, 슈퍼주니어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소녀시대의 영상이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거는 좀 시정되었으면 좋것다. 모든게 컴퓨터로 진행된다지만, 사소한 실수로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거는 주의부족이다.
공연 중간 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공연이 중단되었다. 난 다행히 스탠드 중단에 자리를 배치받아 비를 맞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특별석에 앉은 사람은 비를 흠뻑 맞았다. 내심 고소하다는 생각과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공연 무대도 야외에 노출이 되어 있어 비를 맞아 미끄러워 도저히 공연이 되지 않았다. 진행요원이 마포걸래로 바닥을 열심히 딱아 내지만, 내리는 비를 워쩔 것이여. 오늘 공연은 여기서 중단하느냐, 비를 맞으며 공연을 들을 것이냐 절대 절명의 순간에 10분 정도 뒤 갑자기 비가 멈췄다. 이제 다시 공연을 시작하여야 하는데, 그라운드 좌석은 물이 흥건하여 앉을 수 없다. 관객이 우루루 무대 앞까지 서서 점령하는데, 자리에 앚으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서 있다. 아직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최고의 무대가 남아 있는데, 시장바닥의 쇼극장처럼 서서 관람을 하는 장소가 아니다. 혹시라도 공연도중 젊은 학생들이 무대위로 뛰어 들 수도 있는 분위기다.
한 10여분간 장내 아나운서가 진정을 시킨 후에 겨우 공연이 재개되었다. 비가 온 후니 더욱 날씨가 추워보인다. 그래도 형광 응원봉을 들고 비명을 지르는 젊은이들의 열기를 꺽을 수는 없다. 이 공연은 자주 있는게 아니라 꼭 1년에 한번씩 야외무대에서만 있다. 그러니 이런 고통 쯤은 감내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응원하고 자기 돈내서 외국에서 와서는 관객과 무대가 혼연일체가 되어 장장 4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공연을 보는 것은 기성 문화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외국에서는 아마 팬클럽 중심으로 한국에 온 것으로 보였다. 난 국내에서 뮤지컬을 수없이 보러 갔지만, 억지로 박수치고, 심지어 사회자가 앵콜을 요청하는 때도 많았다. 이런 거는 전부 무대와 관객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수퍼주니어의 무대를 끝으로 공연이 끝나 난 출구로 빠져나가는데도 장내에는 함성이 계속 들린다. 무슨 뒷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팬크럽들이 소녀시대, 수퍼주니어를 그냥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주차시킨 곳까지는 1키로도 더 된다. 그길을 가는 중간 쭘 다시 비가 세차게 온다. 허허벌판에 비를 피할 틈도 없고, 마냥 찬비를 맞으며 뛰어서 겨우 차안에 당도하였다. 대충 옷을 벗어 비를 딱고 귀가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밤 11시였다. 오늘 공연은 대구 세계육상경기대회 성공개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무료로 관람하였지만 10만원짜리 뮤지컬, 나훈아 쇼를 보는 것 보다 훨씬 신선한 문화적인 충격을 맞보았다.
첫댓글 공짜 공연으로 뮤지컬이나 나훈아 쇼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느낌이 많았다니? 비를 쫄딱 맞은 보람은 있었겠군.
연예기획사들의 해외 정벌(영토확장)에 성공한 K-POP...20년 뒤엔 또 어떤 세상이 올라는지??
대한민국이 한심하다는 분들도 있지만 요새 여러가지 세상을 둘러 보면 대단한 건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