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9일 오후 전북도내 1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전면 수입 반대 전북대책회의`는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이 적힌 종이를 태우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문학으로 보는 한국경제사-4]1950년대 시작된 ‘Made in USA’ 전성시대는 저물고 있다. ‘양과자’는 흔해 빠진 것이 돼 버렸고 광우병 파동(2008년)까지 있었다. 쇠고기에 관한 한 ‘Made in USA’는 상상할 수 있는 최고급 물품에서 ‘만악(萬惡)의 근본’처럼 수직낙하해 버린 셈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변해 가고 있다. 예컨대 1950년대 미국의 원조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미국 필요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잉 생산과 해외 시장의 붕괴로 고통받았으며 해외 원조는 그 돌파구 중 하나였다는 주장이다.
마셜플랜을 통해 유럽을 집중적으로 도왔지만 일부는 유럽 외부에도 배분됐는데, 전승국의 일원도 아니고 혈연적·문명적 연관도 거의 없는 남한이 하필 원조 지역으로 선택됐던 까닭은 소련과의 체제 경쟁이 치열하던 냉전 상황과 관련된다.
공산화를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해당 지역의 경제 성장이라고 미국은 판단했으며, 특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남한에서 경제 성장이 일어난다면 더없이 극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미국에 남한은 자본주의의 ‘쇼윈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적 친미나 무조건적 반미에서 벗어나 ‘용미(用美)’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물론 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관련된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더 이상 미국의 일방적 지원을 요구할 필요가 없을 만큼 커졌으며 최대 교역국 역시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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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은 강화돼 왔다. 1970년대까지는 영어사전을 찢어 먹으면서 단어를 외웠다. 그렇게 읽고 쓰는 영어 능력을 갖추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수출역군’이 될 수 있었다. 1980년대에는 말하고 듣는 영어 능력이 중시되기 시작했으니 정철, 민병철 등 영어회화 카세트테이프 상품들이 집집마다 꽂혀 있었다. 1983년 국세청이 회화 카세트테이프 업체들에 세무조사를 단행했을 정도였는데, 매출액의 50분의 1 정도만 신고해 30억원을 탈세했다고 한다.
2000년대에는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할 수 있도록 다섯 살 꼬마의 혀를 수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방법이 예외적 야만이라면 영어유치원은 제법 세련되고 인기 있다. 이 유치원에서는 한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영어 이름을 갖게 했으니 ‘조선어말살’과 ‘창씨개명’이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완수되는 셈이라는 비아냥을 얻기도 했다. 조기 유학도 성행해 사전을 찢어 먹던 세대는 이제 ‘기러기아빠’로 살게 됐다.
최인훈이 ‘크리스마스 캐롤’ 연작(1963~1966년)에서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고통”이라 했을 때 ‘고통’ 중 하나는 영어로 상징되는 사회적 억압들이라 해도 좋다. 이후로도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8년·장미희 주연으로 1989년 영화화), 고종석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2004년) 등 꽤 많은 작품들이 미국 중심주의의 세태를 묘파하고 그 의미를 물었다. 정말이지 어느 책의 제목처럼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문강형준·2009년).
물론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영어는 세계적 공용어 중 하나이며 인터넷 보급에 따라 그 중요성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치게 영어일변도다. 예컨대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2003년 이후)이고 최대 수입 시장임에도(2007년 이후) 중국어에 대한 대접은 너무 다르다. 거의 모든 대학이 영어 능력을 졸업 요건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어를 그렇게 하는 대학은 과연 몇 곳이나 되는가.
전광용의 ‘꺼삐딴 리’(1962년)는 식민 치하에서 일본어를, 광복 뒤 북한에서 러시아어를, 월남해서는 다시 영어를 배워 출세가도를 달리는 의사 ‘이인국’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이인국이 조금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중국어까지 4개 외국어를 요구받았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언어들이 모두 포괄된다. 물론 ‘꺼삐딴 리’는 윤리를 묻는 작품이지만, 이 문제를 일단 괄호 속에 넣어둔다면 역설적으로 이 4강과의 균형적 외교와 경제 관계가 필수적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 않은가.
주변 4강의 언어만이 아니다. 프랑스어나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영어를 강요하지는 말아야 하며 또 누구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보편교육의 기회도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파시즘’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1950·1960년대 한국에서처럼 외국어 능력이 자본 축적에서 중요하게 작동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구의 경우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 근검절약에 의한 것이냐(막스 베버), 내국적 착취에 의한 것이냐(마르크스), 아니면 식민지 수탈에 의한 것이냐(월러스타인)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제3 세계적 양상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염상섭의 ‘양과자갑’은 한국 현대경제사의 한 특징적 장면을 포착한 셈이지만 이런 사정까지를 본격적으로 감안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국 대기업이 태동하고 있던 적산 ‘공장’이 아니라 적산 ‘가옥’에 주목할 뿐이기도 하다.
‘양과자갑’이나 ‘꺼삐딴 리’처럼 ‘속물들의 풍속’과 ‘지식인의 양심’ 사이의 대비를 보여주는 것은 경제 문제에 대한 한국 문학의 전형적인 인식 틀이다. 물론 중요한 의미가 있고 또 문사(文士)적 전통과도 관련되는 것이겠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작가들이 자본에 대해 제대로 그리지 않다니. 자본의 동력학에 대해 좀 더 치밀하게 이해하고, 그 핵심부로 진입해 들어가 본격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만수 동국대 국문문창학부 교수]
첫댓글 종전후 영어가 자본축적과 신분상승의 중요한 도구가 된것은, 우리만 그런게 아니고 일본도 그랬고,
50년대 미국이 전세계 GDP의 50%이상을 생산했을때는 세계적인 현상 아니었을까요?
최근엔 인터넷 땜에 영어가 점점 더 많이 통용되고 있고, 예를들면 불어등은 점점 死語가 되어가
배우는 인구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글의 핵심을 파악하기 쉽지 않구먼요...문학경제사라 그런가요??..
시대별 "잘 살아보세 영어" -->"신토불이 입시용 영어"-->"입신 출세용 영어"-->"스펙쌓기 영어"-->"너도나도 영어"
나름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적 관점에서 영어 파시즘이 분명히 외국어 교육에 불평등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아직도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고
지정학적으로도 미국을 의지해야하고 정치지도자들의 사대주의가 잔존하는 한은...
대학현실은 국어국문학과가 철패되고 영어를 제외한 인기없는 불문학등 어문학과들이 통패합되여
교수들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절실한 상황에서 한 국문학교수의 주장은 다른 측면에서
이해할 듯 합니다.
중국어는 영어 다음으로 공부해야 하는 외국어지만 중국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과
대국이지만 동남아에서 골목대장 내지 후진국 취급받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고의로 기피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한국도 G2사이에서 살아 남을려면 적어도
영어 못지 않게 중국어를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분명히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제1의 경제강국으로 으뜸이 될 날도 멀지 않았으니까요.. 글 감사합니다
중국어를 강조하시는 리사이공님의 혜안이 돋보입니다.ㅎㅎ~ 베트남어, 영어, 중국어, 필요한 이 3가지 모두 조금은 하려면... 어휴~~@#~~ 영어의 중요성도 다시한번 상기되네요.. 한국의 보수논객 복거일 같은분은 (말기암으로 투병중 입디다만) 20여년전 부터 우리나라도 싱가폴등 처럼 한글/영어 "2개 공용어"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지요.. 돌팔매맞을 얘기같지만 전혀 황당한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세계화시대 에서 끝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영어가 필요하고 도구이다 라는걸 과격하게 표현하는거 겠지요...
공감합니다.
저도 한때 중국어를 좀해볼려고 마음 가진 적이 있는데
베트남에 거주하다 보니까 월남아 중국어를 동시에 하기엔 무리 같아
중국어는 포기하고 월남어의 만 하게 됐습니다..
평소 외국어의 소신은 적어도 영어는 기본..1인2어 입니다..
글로발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죠 ..
특히 주재국 언어를 모르고 어떻게 회사를
대변한다고 하는건지..
대기업 얘기지만 추세는 그렇습니다.
젊은 회원들도 영어 이외 외국어를 꼭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대충하지 마시고..열심히..
다른 실력이 발군이더라도 외국어 잘 못하면 몸값,경쟁력이 갈수록 떨지고
회사와 상사 입장에선 평범한 부품에 불과하죠..부품교체는 쉽습니다.
근데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곳은 전세계 30%만이라는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