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기행
조 흥 제
1991년 7월 28일
KBS 드라마 작가 과정 8기생들의 모임인 ‘두레회’에서 강원도 정선 아리랑의 발상지와 뗏목을 엮어서 서울까지 온 아우라지에 갔다.
아침 7시 동대입구 태극당 앞에서 대절버스에 승차. 대형버스에 자리가 꽉차 보조의자까지 동원하는 사태를 빚었다. 장마중이어서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로 가다 진부에서 태화 쪽으로 방향을 잡다. 이곳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이다. 조금 가니 태화장이 있는데 메밀 꽃 필 무렵의 무대인 소 장수가 소를 팔던 장터라고 한다. 1시 경 목적지인 정덕국민학교에 도착했다.
정덕 국교는 59명의 학생이 있는 작은 학교다. 우리 두레회에서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아동도서 200권을 기증하고 교장선생님과 같이 기념촬영. 복도에 옛날 이발 기계, 짚신, 삼베, 칼 등이 진열되어 있어 없어져 가는 우리의 전통생활용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완전 학교 급식으로 비용은 학생 일부, 교위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다음은 화암 약수터에 들르다. 정선군동면 화암리 그림바위 산속에서 바위를 뚫고 신비롭게 샘솟는 화암약수는 1910년 이 마을 사람이 발견했는데 탄산이온, 철분, 칼륨, 불소 외 9가지의 원소가 함유되어 있어 위장병, 피부병, 빈혈, 안질에 좋다고 한다.
화암 8경은 제1경이 화암약수, 제2경이 거북바위로 장수바위라고도 불리며 이 바위를 만지면 오래 산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제3경은 용마소, 태어난 장수 아기를 죽이자 용마가 주인을 찾아 헤매다 이 소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제4경은 화암종유굴로 국내 최대의 종유석(높이 40m, 직경 100m), 제5경 화표주, 전설에 의하면 신선들이 이 기둥에 신틀을 걸고 짚신을 삼았다고 한다. 제6경은 소금강, 동면에서 몰운대에 이르는 강변을 굽이쳐 기암절벽으로 형성되어 그 아름다움이 그림바위로 표현되어 있다. 제 7경은 몰운대, 층층 화벽과 반석으로 되어 있어 전망이 뛰어나 예부터 많은 문인을 비롯, 풍류객이 찾고 있다. 제8경은 광대곡에 있는 영천폭포, 우리는 시간이 없어 화암 약수만 보고 나머지 경치는 차 안에서 펼쳐지는 눈요기로 대신해야 했다.
화암약수터 정자에서 정선아리랑의 기능보유자 김병하씨와 그의 딸 김길자양의 이론과 창을 들었다. 김병하씨는 어머니가 정선아리랑의 명창이었는데 타계했고, 자기가 대를 잇고 있으며 딸이 후계자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김병하씨는 화암약수 공원관리소에 있으며 길자양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에게서 아리랑을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겨 있는 한(恨)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정선 아리랑, 밀양 아리랑, 진도 아리랑이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 노래는 서울 아리랑이라고 한다.
정선 아리랑은 고려 말, 이조 초 고려조에 충성하던 충신들이 이곳에 들어와 그들의 한과 비분을 그대로 엮어 부른 것이 시초라고 하며 600여 곡이 전해진다고 한다. 정선 아리랑은 비음과 구음에서 나오는 것이 특색이란다. 같은 가사라도 고저장단의 창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며 한 가지 창으로 다섯 가지를 부를 수 있다. 산에서는 높고 신이 나면 빠르고, 처량할 땐 느린 곡조로 부른다. 그들 부녀가 창을 주고받았다. 우리들도 조금 따라 불렀다. 남쪽 지방의 아리랑은 산이 적고 평야가 많아 거기에 맞는 곡조가 나오고, 함경도는 억세고 험한 기상이 노래에 반영된다는 해설이다.
다음은 아우라지로 가서 뗏목군의 노래를 듣고 배를 탔다. 아우라지는 가금동(여랑오리)가에 있는 두 강줄기가 합친다 하여 ‘아우러지다’의 줄임말로 거기서부터 뗏목을 묶어 기나긴 한강을 따라 뗏목을 마포강에 대고 올라오는 작업으로 거기에 맞은 아리랑이 또 있단다. 우리가 초대한 뗏목군은 70대로 뗏목을 같이 타던 사람은 다 죽었단다. 뗏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불렀던 아리랑을 창으로 하였다. 아우라지 만남의 장소 부근 건너편 산에 아우라지 처녀의 동상이 섰는데 강 이쪽저쪽의 청춘남녀의 연인이 매일 밤 만나다가 어느 날 물이 많아 만나지 못하여 창으로 서로 주고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고도 하는데 물살에 센 것이 특징이다.
정선아리랑의 가사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후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져 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후렴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잠시 잠깐 님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후렴
명사십리가 아니라면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 삼월이 아니라면 두견새는 왜 울어
후렴
정선 읍내 물레방아는 사시장철 도는데
우리집의 서방님은 날 안고 돌 줄 왜 모르나
후렴
네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 담요 깔렸나
마를마를 장석자리에 깊은 정이나 들자
후렴
정선 읍내 백모래 자락에 비 오나 마나
나 어린 서방 품에 안기나 마나
후렴
담배 불이 번득번득 님 오시나 했지
그 놈의 개똥벌레가 또 나를 속이네
후렴
오늘 갈런지 내일 갈런지 정수정망 없는데
맨드라미 줄 봉숭아는 왜 심어 놓았나
후렴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싶어 지나
정들이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 가나
후렴
산천이 좋아서 뒤 돌아 봤나
임자 장단이 좋아서 뒤돌아 봤지
후렴
시집 온지 사흘만에 바가지 장단을 쳤더니
우리집 시아버지 엉덩이 춤만 추네
후렴
시어머니 죽고 나서 안방 넓어 좋더니
보리방아 물줘보니 시어머니 생각이 나네
후렴
술 먹고 돈 잘 쓸때는 금수강산이더니
술 못 먹고 돈 떨어지니 적막강산일세
후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