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일출
조 흥 제
1995.10. 5~6일.
KBS 드라마작가 8기생 4사람이 강원도 황지에 있는 태백산을 찾았다. 최건수, 조영도, 김창호 등 4사람이 5일 밤 10시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열차를 타고 6일 새벽 3시 태백시(일명 황지)에 도착했다.
태백산은 우리나라의 등줄기를 이루고 있는 태백산맥의 모산이자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과 함께 큰 산중의 하나다. 산정에 있는 천제단(天祭壇)은 망경대에 있다. 망경대는 장군봉이라고도 하는데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신단수에 내려와 신시를 이루었다는 단군신화에 의한 단군제(檀君祭)를 봉행하는 장소다.
택시를 타고 백단사 입구에서 내려 등산을 시작했다. 완경사의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20여분 오르다가 왼쪽에 있는 다리 극락교를 건너자 망경사 지시 입간판이 서 있는 것을 보지 않고 머리속에 있는 기억을 더듬어 직진하다 보니 계곡을 따라 희미한 길을 오르다 잘못들은 것 같아 되짚어 내려왔다. 망경사 표지판에서 방향을 다시 잡아 능선길을 오르자 나무를 깔은 계단길이다. 경사가 심해 힘들게 오르니 앞에 후라쉬 불빛이 보인다. 대구에서 왔다는 40대 부인들 3명이었다. 그들은 1주일 전에 집을 나와 설악산 봉정암과 소백산, 오대산을 거쳐 이곳에 왔단다. 원주의 치악산까지 갈 예정이란다. 대단한 여성들이다.
5시경에 능선 정상 반재에 도착, 휴식을 취하고 완경사 길을 걸어 30분쯤 지나 망경사에 도착했다. 입구에 민박 건물이 많이 있고 그 옆에 조그만 절이 세워져 있다. 절을 지나니 단종비각(端宗碑閣)이 있다.
6시경 정상인 망경대에 우뚝 섰다. 문수봉(1517)이 손에 잡힐듯이 가깝다. 태백산(太白山)이라고 쓴 돌 비석이 세워져 있고, 돌로 쌓은 천제단이 있고 그 가운데에 유리상자가 있어 촛불을 많이 켜 놓고 두 사람의 여인네가 치성을 드리고 있다. 무슨 한이 많아 이 추운 날 모진 바람을 참아가며 기도를 하는 것일까. 아들 대학 입시를 앞둔 어머니의 기원을 천신에게 이루어 달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편의 사업을 잘되게 해 달라고 비는 것일까.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소원은 자식이 잘되는 것이다.
하늘은 쾌청하고 바람은 세다. 동쪽 하늘에는 구름이 크게 一자를 그리고 어느 한 곳이 유난히 환하다. 해가 솟으려는 순간이다. 6시30분 구름 사이로 시뻘건 불덩어리가 보이다가 드디어 구름 위로 거대한 불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고장인지 눌러지지가 않는다. 당황했다. 이 순간을 위하여 모진 고생을 감수하면서 왔는데 이 장엄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니…, 어는 순간 필름이 돌아갔다. 그때의 기쁨이란.
거대한 구름대 위로 찬란히 솟아오르는 햇님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를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다. 지구보다 훨씬 더 큰 불덩어리가 무슨 힘으로 구름층을 뚫고 올라온다는 말인가. 일출이 해가 될 즈음 우리는 천제단 근처에서 기념촬영하고 첩첩이 싸인 산봉우리들을 보았다. 망경대 오른쪽으로 1572m의 함백산, 대덕산(1307), 매봉산(1303)를 중심으로 한 태백산맥이 동쪽으로는 높고 낮은 산들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청옥산, 시루봉, 구룡산 줄기가 펼쳐져 있다.
망경사로 내려와 근처에서 아침을 해 먹고 하산길을 택했다. 단풍은 청홍록색 등 여러가지 색이 스펙타클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 절정은 아닌듯했다. 반재에서 쉬고 장골로 내려가려던 계획을 바꾸어 백단사로 내려왔다. 백단사 입구에서 버스를 한 시간 이상 기다려도 오지 않아 택시를 탔다. 태백역에 와서 12시20분에 출발하는 청량리 행 통일호 열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