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님이 돌아가셨는데 왜 그 첩을 구하려는 겁니까?”
“왜 일거 같나?”
그.....글세 올시다. 영주에게는 엄연히 정부가 있고, 그녀에게는 분명히 아들이 있다. 그리고 나이 어린 첩들이 줄줄이
있다. 이제 제거 리스트에 오를 일만 남았는데, 굳이 그녀를 구하러 갈 필요가 있을까?
“혹시 또 다른 자식이 있는 겁니까?”
“아니”
“아니면 영주가 죽기 전에 간곡하게 부탁이라도?”
“영주는 죽기 전에 단 한 마디를 남겼다.”
“어떤?”
“윽!”
“당신은 그걸 보고 있었던 겁니까?”
“암살자에게 덤벼들었다면 내 목이 날아갔을 거다. 실력은 비슷하겠지만 암살자 녀석은 영주의 방에 한 가득 트랩을
장치했어. 그 망할 노인네는 의심이 많아서 아무도 자신의 방에 들이지 않았거든. 낯선 곳에서 실력이 비슷한 자와 싸
우게 된다면 내가 죽는 건 뻔한 일이다. 그리고......“
“그리고?”
“아니다. 그건 그렇고 검은 사용할 줄 아나?”
“예”
물론 사용할 줄 알죠. 대부분 길이가 30cm 인 주방용 칼과 레몬을 자르기 위한 페티 나이프를 주로 사용합니다. 어떤
나이프를 사용하는가는 분명히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이봐요...그렇게 큰 검을 꺼내서 내 쪽으로 내미는 의미는 뭐죠? 설
마 이 연약하고 하얀 손으로 그런 끔찍한 물건을 집으라는 말씀은 아니겠죠.
“받아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니까.”
젠장! 지옥에나 가라! 이럴 줄 알면 안 온다고 할걸.
“혹시 모르니까 싸우는 요령을 가르쳐주지. 잘 들어라.”
안 그래도 잘 들을 겁니다. 이 나이에 영주의 첩(비록 나이 어린 금발의 미소녀)을 위해 이 한 목숨 받치고 싶은 생각은
아버지가 대낮에 술에 취하지 않고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생각이니까.
“일단 검을 칼집에서 꺼내라.”
오케이, 여기 까지는 쉽군.
“그리고 검날로 상대를 찌르면 된다.”
........
“왜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이 방법만 알면 누구라도 상대 할 수 있다.”
“과연...... 대! 마법사 블라디입니다.”
“고맙군.”
이 살인마야! 당신은 훗날 제국 바텐더들의 원성을 사게 될 거다! 나 같은 인재를 이런 곳에서 죽게 하다니.
“다 왔군. 가세, 보이.”
“좋습니다. 대! 마법사님.”
사기꾼 마법사는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이 나이에 뜀박질에서 저런 아저씨에게 질 수는 없지. 내가 누구
냐 제이크네 미친개와 레이스를 벌여 살아남은 내가 아니더냐. 아저씨 젊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지.......응? 저거.....사람인
가?
블라디는 날고 있었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공중에서 달리고 있었다.마치 허공에 있는 징검다리 뛰는 것처럼 한 발을 디딜때
마다 3~4m 는 훌쩍 뛰어넘었다. 저 남자 진짜 마법사였나? 덕분에 나는 미친듯이 달리는 수 밖에 없었다. 블라디는 나를
위해 속도를 높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거 뭐, 도저히 따라갈 제간이 없었다.
우리는 얼마 가지 않아 마을 광장을 지키던 병사들과 마주쳤다. 병사들 또한 어이없는 눈으로 하늘을 걷는 남자를 보더니 허겁지겁 일어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블라디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대화로는 절대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차렸고 곧 공격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때 블라디는 이미 병사들과의 사이를 순식간에 좁혔다. 그런데 대개 마법사라면 원거리에서 공격하지 않나?
블라디의 오른손이 자신의 허리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더니 순간 손에서 나온 한 줄기 빛이 그대로 병사에게 스쳐지나갔다. 병사에게서 흐르는 피가 포도주 병을 깨트렸을때처럼 콸콸 쏟아지는 듯하다. 피는 금새 웅덩이를 만들었고, 공격을 받은 병사는 자신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동료들 바라보며, 희극 배우가 연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쓰러졌다. 생명력이 꺼져가는 그의 몸이 지면과 부딪치며 무겁고도 슬픈 소리를 냈다.다른 병사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확연이 알아볼 정도로 하얗게 질리며 재빨리 휘둘렀다.
소용없다. 물론 저들도 알겠지만. 단지 죽기 전에 몸부림이라고 해두자. 살아있는 자가 삶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빨리 보내주는 것이 오히려 저들을 위한 길이다. 블라디는 오른쪽 어깨를 베어 들어오는 칼을 자세를 바꿔 가볍게 피하고는 다시 한 번 빛에 휩싸인 자신의 손을 병사들의 왼쪽 가슴에서 아래로 그어 내렸다. 우아하고도 섬뜩한 모습이다.한 줄기 핏물이 솟구치더니 블라디의 얼굴과 가슴을 물들였다.
과연 피에 젖은 마법사 블라디군.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는 쓰러지는 병사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며 죽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야 옷 소매로 얼굴의 피를 닦았다.
"미안하군. 대개는 깔끔하게 처리하는 편인데."
뭐, 미안할 필요까지는 없지. 어차피 죽여야 할 상대니까. 빨리 그들을 편하게 해줬던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는 발을 돌려 메네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려했다. 이대로 두고 가도 되나? 나중에 묻어줘야겠군. 누군가 발견한다면 골치아파져. 그는 다시금 공중으로 뛰려는듯 하다가 한 마디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전혀 놀라지 않는군."
"킥"
난 일부로 소리내어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트리거가 됐는지 그는 다시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스펠을 캐스트 하지도 않고 저 정도 마법을 사용하다니 과연 조직에서 보낼만한 마법사다. 나조차도 마나가 변하는 것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허공을 뛰어대는 마법사와와 지면을 달리는 바텐더의 레이싱은 약 10분 가량 계속 됐다. 누구도 서로에게 말걸지 않았고, 일부로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서늘한 밤공기가 상기된 볼을 스쳐가는 느낌이 좋았다. 검은 하늘에 어스름 비치는 별빛도 모두 아름다웠다.
단 우리가 지금부터 목숨을걸로 가는것만 빼고 말이다. 젠장, 물론 죽을일은 없겠지만 이런 일 따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난 평범하게 칵테일을 만들며 가끔 옆 마을로 출장을 가기만 하면 된다고. 그건 그렇고 마지막 장소는 광장이라니 꽤나 희극적인 구성이다. 마치 누군가 이야기를 짠 듯한 그런 모습이군. 나라면 훨씬 으슥하고 인적이 드믄 장소로 불러냈을텐데. 그른데 이 남자는 왜 첩을 구하러 가는거지? 물론 이 질문에 답을 알게 된건 그 첩의 모습을 보았을때였다.
광장이라고 해봤자. 그리 크지도 않다. 가끔 영주가 연설을 하기 위한 나무로 만든 단이 있고 그 주변 약 지름 100m정도의 땅을 평평하게 해놓은 모습일뿐이다. 대리석으로 주변에 길을 놓거나 장식울을 설치한건 수도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시골에 뭐가 있을거 같나?
그리고 가운데는 마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하게 기둥에 묶여 있는 고인이 된 영주의 첩과 그 옆에 우리 가게의 단골 에르미 나 비쥬가 서 있었다. 알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해 겠는데. 저 미모의 에르미나 비쥬양이 메네스이며 영주 암살범이다.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도록 수도에서 파견된 '조직원' 이니까
블라디는 천천히 걸어가다가 약 10m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고 멈췄다. 더 가까우면 위험하다고 판단한건가? 뭐, 비쥬양 같은 암살자라면 10m든 20m 든 상관없겠지만 그건 그렇고 마법사님 나도 좀 신경 좀 써요. 난 마법사님의 후방을 지원하기 위해 뒤에 섰다.절대 위험한 사태에 도망치기 위해서가아니다!
"......카르멘 괜찮아?"
......저 첩 이름이 카르멘인가 금발의 소녀는 당장이라도 까만 눈동자에서 눈물이 나올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우리 마을 모든 남자들의 가슴 을 두번 무너뜨리고도 남을 표정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당사자도 아닌 내가 눈물이 나올정도군. 그런데 영주.....나이가 60대라고 들었는데 저 어린 소녀를......그건 그렇고 이거 분위기가 이상한데.
"블라디, 블라디 어리석군. 꼭 왔어야 했나?"
비쥬는 비꼬는듯 차갑고도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안 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겠지."
"물론이야. 아마 지금 이 자리에서 한 사람은 내일 아침 태양을 보지 못하게 될테니까."
"난 아니다."
"물론 나도 아니야."
비쥬는 손으로 카르멘의 머리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두 미녀가 저러고 있으니까 그것 참......왠지 보기 민망해지는군. 그래. 그건 그렇고 이 마법사가 영주 첩을 구하러 온거 말이야. 혹시?
"너의 임무는 영주를 지키는 거지. 그의 첩과 사랑에 빠지라는게 아니야."
"......"
그....그런 거였어! 이 아저씨가 저 어린 여자애를? 이건 범죄야 범죄! 원조교제는 명단도 공개한다는데 이 아저씨 뭘 믿고, 뭐, 저 여자애가 예쁘긴하지만 그래도 지킬선은 지켜야지. 날 보라고 우리가게를 늘 찾아왔던 비쥬양에게 마음을 품지 않았잖아. 난 고객과 바텐더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키며 영업했건만 이 아저씨는 뭘 한거야?
"영주는 죽었다. 난 임무를 완수했어. 고로 너희 둘을 보내 줄 수도 있어."
블라디는 고개를 쳐들었다. 아저씨, 너무 좋아한다. 그렇게 대놓고 좋아라 하는 표정 지으면 어떡할거야? 분명 저 비쥬양이 그냥 보내줄리가 없는데.
"대신 조건이 있다."
"알고 있어."
"그럼, 이야기는 빠르겠군."
'테이온! 테이온!'
응? 뭐야 이거 왠 환청이?
'테이온, 환청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있는거다. 아니, 아니 고개를 내쪽으로 보지마. 비쥬가 눈치채면 안되니까.'
그건 그렇고 아저씨, 저 어린 애랑......뭐, 사랑에 국경도 없다지만
'.......할말 없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시간을 만들어다오'
시간?
'내가 주문을 캐스트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하면 비쥬는 손을 쓸거다. 잠시만 녀석의 시선을 돌려줘.'
어떻게 말입니까? 내가 갑자기 춤이라도 추면 저 아가씨가 날 귀엽게 가만 보고 있겠어요?!
'이대로 있으면 모두 죽는다. 부탁이다. 틈을 만들어다오. 단 한순간이면 된다.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젠장! 남녀간의 사랑이 중요하다지만 그런거에 목숨을 걸게 될줄이야.
'미안하다.....난 하지만 카르멘을 정말로 사랑...
"비쥬양! 테이온입니다."
"알아, 넌 왜 따라온거지?"
"죽고싶지는 않아요."
"넌 안죽어."
"전에도 말했지만 전 어렸을때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물론이다. 내가 술에 취했을거라고 생각하나?"
물론 블라디씨와 술 마시는 척 하면서 그의 능력을 가늠하고 있었겠지.
"저희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너희 어머니는 공주였다. 단지 사랑 하나에 날 믿고 따라온거지. 그런데 난.... 이러시면서 술을 마시곤 하셨지요. 처음 그런 말을 하셨을때는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는 나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고개짓으로 약간의 흥미를 나타내보였다. 하긴 삶과 죽음이 왔다갔다 하는 이 순간에 좀 어이없어 보이겠지.
"그런데 어머님은 자꾸 변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어떤 때는 모험가였다. 어떤 때는 마법사였다. 어떤때는 엘프였다."
그녀는 큭큭 웃음을 참아 보이며 살짝 웃어보였다. 정말 아름답군. 그 왼쪽 손에 든 단도가 카르멘의 목에 고정되어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는 맨정신으로 비장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사실 말이다. 테이온, 니 엄마는......."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늘한 밤공기 나쁘지는 않군.
"드래곤이다아아아아앗!"
아아아아아 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음, 좋은 소리야. 장차 성악가를 해도 될만한 그런데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어이....농담이라고 생각 한다면 최소한 미소라도 지어보여야.......
"알아"
"에?"
"그래서 우리가 온거니까."
"그렇지 않나 블라디?"
"에?"
난 고개를 돌아보았다. 아니, 블라디 왜 날 그렇게 사랑스러운 얼굴로? 순간 마나가 급변했다. 안정된 구(球) 모습을 한 자연상태의 마나는 요동치며 블라디의 주문에 재배치되었다.
"라이트닝볼트"
블라디는 손을 내 쪽으로 뻗어보이며 음색도 거의 없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멋진 독백이다. 이거 뭔 연극인가요, 님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아까 병사를 해치웠을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강력한 빛줄기들이 지면을 부수면서 괴물이 낼법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 그래 정말 저 빛줄기 아름답긴 하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달려오는 빛의 괴수는 나의 고민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무서운 속도로 내게 달려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블라디의 멋진 독백에 난 테너의 고음으로 답했다
쓴지는 꽤나 오래돼었음. 뭐, 시험끝나면 마저 엔딩을 낼 생각 ~_~ 블라디:라인하르트 테이온:나 비쥬:디미네이트 님 의 잊혀진 릴레이소설
첫댓글 그런게 있었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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