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공인회계사 감사에 대한 논란 정리-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입장

[보금자리]

"실효성 없이 관리비만 증가".. 아파트 외부 회계감사 논란 가중
공인회계사한테만 연 200억원 일감 몰아줘…부실감사, 덤핑수주 등 폐해도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도입된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치단체 성격의 아파트 관리업무 감사에 기업 회계기준 잣대를 들이대며, 감사 취지인 아파트내 비리나 부정비리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관리비 부담만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

공인회계사들만 외부회계감사를 맡을 수 있도록 해 특정 직역 종사자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며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4월 11일부터 5월23일까지 입법예고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8월12일 시행) 중 외부회계감사 제도 개선 부분도 수박 겉핥기식에 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자치단체에 기업회계기준 적용…피감대상 관리소장이 감사인 선정

정부는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대상 첫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국 약 8991개 단지의 19.4%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아파트관리 투명성에 있어 5개 단지중 1개 단지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발표, 보도됐다.

하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43.9%는 '현금흐름표 미작성', 18.2%는 '회계자료 누락·항목 분류 등 회계처리 부적정' 등으로 회계감사의 대부분은 아파트 부정비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부당한 자금인출 등의 '현금 및 통장 관련' 적발 내용은 2.5%에 그쳤다. 정부가 치적 중심의 발표를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이유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회장 이재윤‧이하 전아연) 김원일 사무총장은 "관리비 비리 근절을 위해 도입된 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의무화가 법령이나 규약위반 등을 적발하거나 재무재표의 겉핥기식에 그치는 형식상 감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 비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공사비 부풀리기 등의 업체 선정과정 등은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성격의 아파트 관리에 기업 회계기준을 잣대로 감사를 하다보니 감사가 부실하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병철 경기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가회계법 제 14조에 보면 재정상태표, 재정운영표, 순자산변동표 등 3가지만 작성하도록 돼 있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도록 돼 있지 않다"며 "특히 지방재정법에서도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업무는 기업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사실 자치단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회계감사 입찰 과정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감사 대상인 관리사무소장이 입찰 공고를 내고 감사비도 관리소장이 지급하는 구조에서 감사인이 투명한 감사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 늘어난 관리비 200억원, 공인회계사에 몰아줘

회계감사가 자치단체 조직인 아파트에 적합하지 않은데도 공인회계사로 제한된 외부감사를 매년 의무화하며 정부가 공인회계사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전아연에 따르면 이번 전국 아파트 첫 외부회계감사 비용으로 약 200억원의 관리비가 지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이전 단지당 약 70만~100만원 수준이었던 감사 비용의 두세배에 달하는 액수다.

세대 수가 많은 단지의 경우 단지당 1000만원 수준의 감사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5500여 세대가 사는 서울 송파구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외부회계감사비로 관리비 800만원이 지급됐다.

인상된 비용은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관리비에 전가됐으며, 입주민들에게 전가된 회계감사비용은 또 고스란히 공인회계사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 한국공인인회계회, 부실 회계감사 '쉬쉬'

공인회계사들에게만 외부회계감사 일감을 몰아주는 데 더해 부실 감사, 덤핑 수주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며 회계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나 나오고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주택법(45조 3항)에 따라 아파트 회계감사에 있어 8가지 사항을 감사하라고 했는데 이 항목에 대해 제대로 감사를 하지 않으면서 덤핑을 친 회계법인들이 많다"며 "이는 명백한 주택법 위반 사항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명단을 공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회계사협회에서 부실감사를 한 회계사들을 파악하고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협회에서 감사를 해봐야 경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정부에서 명단을 파악해 공개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아연에 따르면 이번 첫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는 500~100세대의 단지 1개당 1명의 회계사가 이틀간 하루 4~5시간 정도의 감사를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회계 감사비나 감사 내용, 감사 시간 등에 관한 지침은 없었다.

2016년 1월 현재 국내 공인회계사 수는 1만8370명.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에 동원될 수 있는 회계법인과 감사반은 각각 156개, 264개 등 420개로 이번 첫 외부회계감사를 받은 아파트단지수가 8991개임을 고려하면, 1개 회계법인 또는 감사반당 21개의 아파트 단지 회계감사를 수행한 셈이 된다.

아파트 1개 단지의 외부회계감사비를 약 200만원으로 가정하면 회계법인 또는 감사반 1개사가 약 4280만원씩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 '감리 감사'하고 감사인 자격도 세무사·입주민 전문가 등으로 넓혀야

전문가들은 아파트 회계감사에 공인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나 입주민 전문가 등을 참여시키고 감사 내용도 공사 과정 등에 직접 참여하는 감리 등이 도입돼야한다고 지적한다.

전아연 김원일 사무총장은 "회계감사시 물건 구입 과정 등의 감리 감사가 전혀 안돼 관리주체에 면죄부만 줄수 있는 등 감사의 실효성은 미비하다. 회계보다 업무감사에 치중해야한다"며 "회계사, 건축사, 토목사 등 전문성을 갖고 있는 입주민을 자원봉사로 감사에 참여하게 하면 업무 회계감사도 병행해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파트 회계라는 게 단순한데 감사 자격을 공인회계사들로 제한해 회계사들만 좋은 일을 시키고 있다. 세무사도 참여시키는 등 감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감사를 받고도 외부회계감사를 또 하는 등 감사를 이중으로 받기도 해 관리비만 인상시키고 있어 매년 감사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학계 한 교수도 "회계감사를 세무사에게도 개방하면 감사비용을 3분의 1정도 낮출 것으로 본다"며 "감사 기간도 매년 의무적으로 하지 말고 입주민의 절반 이상 동의가 있을 때 하면 입주민들의 감사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입주민 의견 빠진 '공동주택관리법'

아파트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렇다할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월 11일부터 5월23일까지 입법예고돼 8월12일부터 시행되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도 입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제정안중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 실효성 강화 부분은 △외부회계감사 기간을 현행 매년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에서 2016년부터는 회계연도 종료일부터 7개월 이내로 변경 △회계처리기준(관리주체의 결산서 작성기준) 및 회계감사기준(감사인의 외부회계감사 기준) 제정 △외부회계감사 대상을 기존 '결산서, 장부, 증빙서류'에서 '재무제표(재무상태표,운영성과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주석)'로 변경 △감사보고서 발행일을 회계감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로 명시 △감사인은 감사결과를 해당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입주자등에 의무적으로 설명 등만 담겼다.

[soldat]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기업체 회계감사처럼 동일시 하면 안됩니다.
어떻게 보면 시청, 군청, 구청 같은 자치단체 감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인회계사만 감사권리를 갖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금 더 발전적인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jugong]

법령 개정 보완을 계속해서 해야 합니다.

[김식]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