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하면서 내기하는 것은 이젠 아주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저 습관적으로 내기 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우리들...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내기골프에서 지지 않는 법을 얘기하기 전에
내기골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기골프에 수동적이다.
절대 먼저 내기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이 하자고 하면 거절하지도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돈내기골프에 능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내기골프는 재미있지만 일반적으로 여러분의
스윙과 게임성격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한번 굳어져버리면 다시 고치기 어려운 것이 스윙과 게임의 운영방법이다.
소위 쌈닭형 골프하는 내기꾼들의 골프는
종종 철학적이지도 예술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athletic하거나 challenge하지도 못하다.
내기를 해도 나쁠건 없지만
판이 커져 사행성을 띄게 되는 것과 내기없는 골프가 재미 없어지는 내기 중독성을 경계하여 그저 골프자체의 매력을 항상 간직하기를..
하지만 일단 내기가 붙으면 결코 지지 않는 강인함도 함께...
1. 나보다 고수와는 내기를 하지 않는다.
웃을지 모르겠지만 내기에서 터지지 않는 제일 좋은 방법은 고수와는 내기하지 않는 것이다.
간단명료한 논리다.
핸디캡 1-2개 정도 차이나는 고수와는 붙어볼만 하지만 4개이상 차이가 나면 이길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아진다.
70대나 80초반의 고수와 90 이상의 하이핸디캐퍼간의 게임에서 고수가 하수에게 깨질 확률은 싱글핸디캐퍼가 쉬운 벙커에서
한타만에 탈출하지 못하는 확률, 즉 10% 미만이다.
몇개를 잡아주냐에 상관 없다.
10번에 9번이상은 고수가 이기게 되어있다.
나와 골프치기 즐겨하는선배와의 내기의 경우
물론 작은 내기이지만 여지껏 50번쯤 같이 라운딩했는데 단 한번도 그 선배가 나를 이긴적이 없다.
내가 8점을 주고 치는 접골프지만 이경우의
하수가 고수를 이길 확률은 2%도 안되는 것이다.
돈이 문제냐...고수랑 라운딩하며 배우는게 좋다는 생각이면 오케이. 하지만 돈과 승패에 민감한 사람이면 고수와는 내기하지 말기를...
2. 실력과 무관한 자신감을 가진다.
상대가 자신보다 하수이거나 비슷하면 당연히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상대가 고수이면 골프 핸디캡과 무관한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자신감이란 이길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승부의 반정도는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상대도 어차피 같은 인간이므로 승부는 결판이 날때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골프장의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고 자신이 상대보다 우수한 분야에 대한 생각을 하라.
예를 들면, 상대보다 당구를 잘 친다든가 술을 잘 먹는다든가 혹은 고등학교때 공부를 더 잘했다든가...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수 있지만 내기골프 자체가 이미 유치한 승부다.
상대가 나보다 한수 위인 골프 생각에만 휩싸이면 상대는 점점 커지고 자신은 점점 작아질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고 첫 대표팀 A매치에서 했다는 명언을 항상 가슴에 품고 라운딩 하라.
"지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영원히 이길수 없다."
3. 절대 먼저 샷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날 가르쳤던 미국 할아버지 사부한테 배웠다.
티샷의 경우는 차례가 자연히 정해지므로 할수 없지만 세컨샷부터는 절대 성급히 먼저 샷하지 않아야 한다.
홀로부터 먼쪽이 먼저 샷하는 것이 골프의 룰이므로 상대보다 내가 먼저 해야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럴때 조차도 상대의 의향을 관찰하라.
흥미있는 것은 동반자의 반정도는 성격이 급하거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이 홀에 가까워도 이쪽이 양보하면 먼저 샷한다는 것이다.
이건 리듬에도 관련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상대의 샷을 관찰하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게 샷을 준비하고 실행한다.
동반자와 비슷한 장소에 공이 있으면 무조건 상대에게 먼저 치라고 양보하라.
모든 샷과 퍼팅에서 절대 해롭지 않은 전략이다.
전략적으로 티샷을 상대보다 짧게 쳐 세컨샷을 먼저 그린에 올려 상대에게 pressure를 준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건 프로들 혹은 아마추어 고수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에게 냉정히 질문해 보라.
그렇게 마음먹은 전략대로 샷할수 있는 실력인지...
대답이 아니라고 나오면 나중에 샷하는게 훨씬 유리하다.
상대의 실수를 바라는 건 승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만 먼저 샷한 상대가 실수하면 게임을 풀어 나가기가 아주 수월해 진다.
샷할때 절대 성급하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라.
4. 경박하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샷이 조금 잘못되면 금방 죽을 상을 하고
조금 맞는다 싶으면 요란하게 방정을 떠는 골퍼는 발가벗고 라운딩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골프가 멘탈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되도록 무표정으로 일관하라.
그렇다고 무뚝뚝한 라운딩을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의를 갖추고 사려깊게 행동하면서도 과묵하게
자신의 샷의 결과에 전혀 흔들림 없는 감정체계를 유지하라는 말이다.
그걸 상대가 알게되면 소름끼칠 정도로...
상대에게 얕보이면 상대는 더이상 샷에 대한
정신적 두려움이 없는 게임을 하게 된다.
골프에서 정신적 두려움이 없는 상대와의 내기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한수 접히고 들어가는 것이다.
상대에게 감정의 등락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상대의 정신적 게임에 challenge하는 유일한 방법이며 골프의 승부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퍼팅시 요란하게 몸쓰지 말고
아슬아슬하게 안들어간 퍼팅에 속으로는 안타까워 미칠것 같아도 겉으로는 무덤덤해야 한다.
5. 끝까지 승부의 끈을 놓지 않는다.
승부를 일찍 포기하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는 이길수 없다.
내기골프에서 지지 않는 법은 바꾸어 말하면
항상 이기는 법이다.
이기지 못하면 지는 것이므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막다른 코너에 몰렸을 때조차 최선을 다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지를 가지면
놓칠것 같던 승부도 뒤집어지는 경우가 생기며
설사 그판을 지더라도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라는 강한 이미지는
그 자체가 다음 판에 상대방에게 pressure로 작용하게 되는 법이다.
승부할 때 제일 안좋은 것이 일찌감치 승부를 예측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홀매치의 경우 상대방의 티샷이 그림처럼 페어웨이를 가르면서 거리를 냈는데 나는 OB가 나거나 숲을 찾아 간 경우 홀 아웃하기도 전에 그 홀을 아예 포기한다거나,
스트록 플레이의 경우 전반 9홀에 10스트록 이상 차이나면 후반을 포기해 버리는 골프는 백번 죽었다 깨도 소위 [강한 골프]가 될수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골프를 하라.
6. 이기고 싶으면 숏게임 연습을 많이 한다.
굳이 토를 달지 않아도 이해가 가는 대목일 것이다.
내기 골프에서는 숏게임 잘하는 사람이 이기게 마련이다.
주위의 친지들이 모두 내기를 즐겨 어차피 본인의 골프인생이 내기골프를 피해 갈수 없는 운명이라면 죽어라고 숏게임과 퍼팅 연습하라.
숏게임과 퍼팅연습은 다른 것과 달라
연습장에 안가고 집에서도 할수 있습니다.
거실에서 TV 틀어 놓고 뉴스 들으면서 계속 퍼팅 연습할 수도 있고 소파에다 대고 칩샷 연습할 수도 있다.
웨지와 퍼터가 얼마나 손에 익었느냐가 몇타를 좌우하는 법이다.
오죽하면 퍼터를 끼고 잔다는 사람이 다 있겠는가>
7. 집중력을 잘 관리한다.
물론 집중력을 18홀 내내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프로들도 힘겹다.
그렇다면 집중력을 잘 관리해서 결정적인 순간에 써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험과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지금 이 샷이 결정적인 샷이구나...
그럴때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
골프도 인생과 같아서 라운딩전체를 통해서 2-3번의 기회가 온다.
다른샷과 쉽게 구별 안가지만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결정적인 파세이브라든가 클러치 펏을 성공시킴으로써 게임을 주도하는 흐름이 나에게로 흘러들어 오는 것이다.
거기엔 상대의 기를 꺽는 효과도 있다.
골프 특히 내기가 걸렸을 때는 기싸움이 중요하다.
8. 소위 '구찌'를 절제한다.
계속 상대에게 말빨을 구사하여 게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좋지 않은 버릇이며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말이 많으면 상대가 아예 건성으로 듣거나 제껴 놓아 버리기 때문에 본인 입만 아프고 게임의 리듬과 게임운영을 혼란스럽게 만들뿐이다.
가벼워 보이고 괜히 얕보이게 되는 지름길이다.
말 많으면 그만큼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침묵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툭 내뱉는 한마디가 진짜 [구찌]다.
구찌에 대한 항목은 룰에 없으므로 사용여부가 각자의 개인 판단이지만 한 라운딩을 통해서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정도 쓰는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너무 자주 쓰면 사람 우스워보이고 어딘지 경박해 보이는 것이 구찌다.
9. 티샷이 말을 안들을 때는 내기하지 않는다.
골프의 티샷은 건축의 주춧돌이며 화가에겐 밑그림의 구도같은 것이고 내기골프란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골프는 건축의 설계와 같은 것인데,
"이렇게 티샷을 때린 후 세컨샷은 요렇게" 하면서
전체적인 홀과 라운딩의 전략을 짜야 전체게임의 control이 가능한 법인데 그 맨 밑바닥의 기초가 흔들리면 내기가 불가능한 게임이다.
아이언 샷과 숏게임, 퍼팅은 저마다 등락과 부침이 있고 그걸 잡아가는 과정또한 challenge의 여정이지만 티샷이 말을 안들으면 매홀의 시작부터 경쟁력을 잃게 되고
그래서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간혹 티샷이 완전히 난조에 빠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땐 내기 안하는 게 상책
10. Last but not least, play your own game.
평상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분위기나 상대의 게임에
영향받지 않는 뚝심있는 골프를 해야 내기에 강해진다.
상대가 버디를 하건 더블파를 하건 내가 계획한대로 내 골프를 해야만 한다.
남의 실수를 바라지도 말고 남의 굿샷에 주눅들 필요도 없다.
상대의 잘친 샷을 따라가려고 도중에 전략을 바꾸지 말 일이며 상대가 실수했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묵묵히 내 전략대로 최선을 다하면 어떤 승부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기골프.
물론 재미있고 게임의 상승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골프자체에 느끼는 근본적인 매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골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철학이고 예술이며 우리의 인생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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