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추위가 오네요. 농수산물 도매시장도 썰렁합니다.
5년전 제가 인수할 때 이전 사장이 세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지금 축산도매유통하는 그 분은 '고기뷔페'와 소고기600G+600G 더 주는 체인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본점형태로 몇군데 영업하고 있고요.
그래서 제가 운좋게(?) 이 가게를 부득불 인수받게 되었습니다.
맛,홍보,사람관리 이 세가지만 지키면 망할래야 망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인수전까지 홍보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단배포작업은 하지 않지만 그 사장은 홍보책자광고에 한달에 두세번 전단배포까지 했습니다.
맛은 일정한, 계량된 소스가 기본 베이스로 있으니 큰 편차가 없었고 당시엔 본인이 운영하는 축산에서 수제 돈가스도 만들어서 팔았으니 비빔밥과 돈가스가 매출의 50%가까이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워낙 돈가스 배달 전문점이 난립해서 시장잠식되었으나 당시엔 수제돈가스배달점이 없었습니다.
비빔밥은 특이합니다. 1년내내 비빔밥만 시켜드시는 사무실이 많습니다. 비빔밥장이 오묘해서가 아니라 절밥처럼 8가지 나물비빔밥이 집에서 혹은 여타 한식집에서 잘 할 수 있는 메뉴는 아닙니다. 일이 많잖아요.
서술이 길었습니다.
1.한식배달의 약점 중 제일 치명적인 것은 사람관리입니다.
- 주방이모와 오토바이 배달기사로 양분되는 데 주방이모는 찬모와의 갈등관계만 잘 극복하면 되고 다른 이모님들은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레시피대로 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닙니다.
똑같은 급여에 매주 일요일 휴무와 오후9시까지 근무이어서 여태껏 주방이모 구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또 1년내내 어머니회에 가입해 있어서 주방보조로 활용하기 땜에 용이하게 꾸려올 수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찬모가 없으면 요리 못하는 저 또한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주방에 휘둘리고 있지요.
그런데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문제입니다.
제가 인수 한 3년간은 50대 이상되신 분들을 고용해서 배달속도는 비록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페어로 점심타임때 여분의 한 사람을 더 써서 노동강도를 줄였기 땜에 별 다른 애로사항없이 가게를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전 30세 이하 오토바이배달기사 안씁니다.)
- 그런데 이전저런 사정으로 두 분이 그만두시고, 젊은30-40대가 일당으로 편입되면서 배달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이게 골머리 썩습니다.
50대는 성실합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어릴때 부터 오토바이배달로 잔뼈가 굵어서 요령을 압니다. 바쁠때 오히려 적당히 빠지고 한가할 때 출근하고, 비오면 결근하고 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거립니다. 그 날은 주문전화 오면 죄송합니다를 단내가 나도록 연발해야 합니다
- 또한 중국집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배달용기 회수의 번거로움땜에 배달기사가 음식배달대행 퀵서비스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지난 1년간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1곳이었던 음식배달대행업체가 지금 6곳으로 우후죽순 생깁니다. 덩달아 고정적으로 월급받고 일하는 배달기사들이 퀵서비스로 옮깁니다.
저도 지금은 어쩔수 없이 월 10만원의 회비를 내고 바쁠때는 1콜당 3000원인 퀵서비스를 이용합니다.
2. 제가 그만두는 주된 이유이기도 한데 내년 최저임금인상과 맞물리는 고정비용 상승입니다.
- 저희 가게는 짐작하듯이 인건비 지출이 매출의 43-45%로 입니다. 매출이 일정이상되면 40%까지 내려갑니다만 이는 여름과 겨울방학때이고 대개 평월은 이 수준입니다.
- 홍보비,집세등등은 다합쳐도 매출의 10%도 안되기때문에 인건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위해 배달반경을 저같은 경우 조금 더 넓혀서 운용합니다.
- 내년의 주방이모와 배달기사 인상을 고려하면 지금 메뉴의 가격은 10%이상 올려야 지탱이 되겠지만 글쎄요 가격저항선이 우려됩니다.
3. 향후 경기변동과 맞물리겠지만 불경기로 진입시 지금처럼 저외에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만 하는 식당구조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됩니다. 부부가 고만고만하게 동네사무실 위주로 음식배달하시는 분들은 부부인건비 수익으로 견딜수 있겠지만 저같은 기업형 음식배달업은 한계에 봉착했는 것 같습니다.
4. 기타 배달반찬용기의 취약등 소소한 것은 별로 중요치않아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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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짬이 나면 '기회'를 생각하겠지만 또 '기회'도 있슴을 ( 본도시락과같은 형태와 저의 같은 현장배달업을 접목할 수 있는 ) 조사하고 샘플운용해보고 검증했지만 지금은 잠시 접어둡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가 있습니다. 이 카페도 사람사는 온라인 동네이고, 마실가듯이 가끔 오프라인에서 정겨움을 나누기도 합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번듯하게 식당을 운영하며 번창하시는 분들도 있고, 힘겹게 새벽까지 포차를 하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자본주의적 편차속에서도 수평적 소통과 나눔봉사하는 이 카페가 전 좋습니다. 저 또한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하며..카페벗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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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도 좋은글 읽고 갑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내용인것 같습니다. 마무리 잘하시리라 믿습니다. 화이팅입니다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셔요
간만에 가슴에 팍팍 와닫네요
실전경험담 이라서그런지 좋네요
감성이 풍부하셔서 감사합니다.
맛 홍보 사람관리...
여기도 똑 같은데 더 추가하면
친절 그리로 청결...
님의글 요즘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중요한 걸 간과했네요. 친절과 청결 감사합니다.
음... 맛 홍보 사람관리 참 홍보가 문제인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어떻게해야 효율적으로 잘하는건지....그렇다고 무조건 현수막만 걸수도 없구요 부끄럽지만 여태까지 현수막 걸어본적도 없구요 홍보가 어렵습니다
노하우좀 알려주시면 감사~~
잘읽고 갑니다 거북님^^
글쎄요 지역마다 여건과 환경이다르니 또 주력업종에 따라 홍보컨셉을 잡아야겠지요. 일단 유사업종이나 경쟁업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시장조사 해보심이..
현수막은 주기적으로 혹은 게릴라적으로 하면 그만큼의 매출효과가 발생하지 않나요.
건강 잘 챙기셔서
좋은일 많이 생기길 응원합니다.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울점이 넘 많습니다
거북이님
별말씀을..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심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쑥스럽습니다.
대형식당과 소규모맛집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건가요? 이미 중간은 없는 시대가 된 거겠죠?
빚이 있어 빚갚는 것과 생활비를 감안해서 연수익 1억을 목표로 합니다.그래서 대략 연매출2억만 올리면 됩니다.근데 매출2억짜리 식당은 소비자들의 눈에 그렇게 대박집처럼은 안 보여서 잘되는집만 찾고 검색하는 세태에 살짝 모자라 연매출3억짜리 20평 가게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큰 욕심없이 건강하게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거북님 글보며 다시 한 번 돌아본 시간이 되었네요.^^
연매출 2억인데 수익은 1억이라 알짜배기네요. 뜻하시는바 성취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생생한 현장글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북대 외경학과 개강한다는데
학장으로 가시죠.
에구구 수강신청 하란 뜻이겠지요. 고개숙여 배웁니다.
진정성이 있는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하고
몸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에 몸이 자산이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감사합니다.
읽어면 읽을수록 다시한번더 읽게 만드는 글이네요
배울점이 너무많아요
오늘도 한번더 읽고 마음에 새겨요
항상 감사합니다 꾸벅
쑥스럽네요.감사합니다.
알짜배기 강의를 들은것 같습니다
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