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개영상편지 ▒▒▒▒▒▒▒ 심인숙 시집 『파랑도에 빠지다』--- 숭어 ♤♠♤ 2012년9월10일 월요일 ♤♠♤ 전18카3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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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시 : 심인숙
한밤, 봉숭아꽃 가득한 마당에서 숭어들이 튄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셋방 여인들이 마당 수돗가에서 목욕을 한다. 청상과부 선아엄마, 집 나간 서방을 기다리는 애경엄마, 그냥 이모라 불리던 사투리 걸죽한 부안댁이다. 아침이면 식당이나 병원, 공사판으로 마른 꽃씨처럼 흩어졌다가 밤이 되면 물오른 입을 들고 돌아오던 여인들. 한바탕 얘기꽃을 피우며 한 겹씩 옷을 벗고 있다.
빨랫줄에 걸린 이불호청 사이로 달빛이 든다. 보초 세운 어둠이 슬쩍 돌아서 있다. 좁은 수돗가에서 미끈한 숭어들이 비늘을 떼고 있다. 찬물을 끼얹을 때마다 저절로 한숨 같은 비음이 흘러나온다. 지느러미처럼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깔깔, 허공을 질러 담을 넘어간다. 숭어들이 별빛을 따라 밤하늘을 헤엄치고 있다.
몰래 숨어든 달의 이마가 붉게 물들었다.
― 『파랑도에 빠지다』 (푸른사상,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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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면 심인숙 시인의 '숭어'라는 시가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어려운 낱말 없이 자연스럽게 써내려간 시의 흐름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곱게 채색을 하듯 그려낸 문장들이 한층 시의 맛을 돋운다. "한밤, 봉숭아꽃 가득한 마당에서 숭어들이 튄다." 는 표현도 기발하지만 3연의 "빨랫줄에 걸린 이불호청 사이로 달빛이 든다. 보초 세운 어둠이 슬쩍 돌아서 있다. 좁은 수돗가에서 미끈한 숭어들이 비늘을 떼고 있다. 찬물을 끼얹을 때마다 저절로 한숨 같은 비음이 흘러나온다. 지느러미처럼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깔깔, 허공을 질러 담을 넘어간다. 숭어들이 별빛을 따라 밤하늘을 헤엄치고 있다."는 표현도 아주 뛰어나다. 시골마을에선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남자들은 모여서 가까운 강으로 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펄쩍펄쩍 뛰는 매끈한 잉어나 붕어, 가물치 등을 잡아본 사람은 그 느낌을 안다. 숭어는 바다에서 살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걸 잡아본 사람들은 흰비늘 반짝이는 매끈한 모양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숭어로 표현된 그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날품팔이 하는 사람들이다. 농촌이 지금처럼 쓸쓸해지기 전엔 여름이면 일부러 찬물을 맞으러 가기도 하고 집안에 샘이 없어 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샘에 가서 물을 끼얹기도 했다. 남자들은 아무데서나 등목을 하는 편이었지만 여자들은 남정네들 눈을 피해 밤에 이집 저집 서로 불러내 동네 샘으로 가서 서로 물을 끼얹거나 가까운 계곡으로 가서 물을 끼얹기도 했다. 더위를 견디는 방법이기도 하고 목욕탕이 없어 몸을 정갈하게 씻는 것이기도 했다.
이때는 마을 사랑방에 모인 장난끼 많은 남정네들이 소리없이 샘 근처로 다가가 구경도 하고 깜짝 놀라게 하려고 등목하는 사람들 근처에 나무막대기나 작은 돌멩이를 던지기도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다 이를 알아챈 등목하는 여자들은 대야며 바가지로 물을 퍼서 근처 남정네들 숨어 있을만한 곳을 향해 물폭탄을 퍼붓기도 했다. 시골 사람들만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아닌ㄴ가 싶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시골 마을을 일기장 넘기듯 그려보았다.
여름날 떠올릴 수 있는 좋은 풍경의 시다. 벌써 올 여름도 폭염과 폭우 속에 다 가고 가을이라고 방에 들어온 귀뚜라미며 창문 너머 언덕에서 곤충들 우는 소리가 다정하다. 그 작은 생명들도 가야할 때를 알고 짝을 찾는 구애의 노래를 합창한다. 세월 참 빠르다.
◆ 심인숙 시인 약력 ◆ - 1953년 인천에서 출생해 방송통신대 국문과 및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과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전북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숭어」가 당선, 2006년 「문학사상」에 「파랑도에 빠지다」 외 4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선율: 울엄마 - 사진출처: 동포화가 림용순의 작품 "하욕소성(夏浴笑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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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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