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승천 대축일(나해)
제1독서(사도 1,1-11)는 예수님의 승천을 체험한 제자들을 소개합니다.
루카는 복음에서 예수님의 행적과 승천까지 다룬 뒤에 또다시 “테오필로”에게 예수님의 승천과 초기 교회에 대한 자료들을 엮어서 보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나타나셨고, 제자들을 파견된 사람(사도)이라고 부르시면서 목격 증인으로 삼으셨다고 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증언은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므로 제자들에게 그곳에 머물러 있으라고 하신(루카 24,47-48) 것은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며칠 뒤 사도들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으로 세례를 받음으로써(루카 24,49; 사도 2,1-13) 성령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구세주가 오시면 로마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하고 새 왕국을 세우리라는 믿음이 있었기(루카 24,21)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께 ‘지금 이스라엘을 위해 나라를 재건하시는 것입니까?’라는 정치적 질문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직 하느님 아버지께서만 그 나라가 올 때를 아신다면서 제자들에게 성령과 함께 당신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일(사도 1,1)을 온 세상에 선포하고 증거하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예수님께서 하늘로 오르시면서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고,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천사들(“흰옷을 입은 사람 둘”)이 “왜 하늘을 쳐다보고 서 있느냐?”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라고 합니다. 루카는 다섯 가지 시각적 동사(묵시문학적인 표현)를 끌어들이면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승천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해야 할 것임을 반복해서 말합니다. 이제부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제자들과 함께하실 것이고, 본격적으로 사도들과 교회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복음(마르 16,15-20ㄴ)은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시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가 모여있을 때 나타나셔서 그들의 불신을 질책하시고,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십니다(루카 24,36-49; 요한 20,19-23). 예수님께서는 신문하는 대사제에게 말씀하셨듯이(14,62)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고 합니다(시편 110,1). 오늘 복음은 마르코 복음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후대에 첨부된 것이며, 다른 복음들에서 요약한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사가는 처음으로 예수님께 “주님”이라는 칭호를 붙입니다(16,20).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의 목격증인들의 증언을 받아들여서 믿을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하시면서 복음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원과 단죄가 결정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복음을 선포하였는데 주님께서 함께해주시면서 보여주신 표징들을 통하여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주셨다고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열한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는 말씀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피조물에 대한 권능과 더불어 창조의 전권을 가지고 계신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대한 믿음에 기초를 두고 꿋꿋하게 견뎌내면서 자기들이 보고, 들은 복음에 희망을 두고(콜로 1,23) 선포하고 증거했다고 합니다. 제자들이 선포하는 복음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모든 피조물에 대한 주권을 가지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제자들이 전하는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예수님의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세상의 잘못된 심판을 따를 것이라서 단죄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열한 제자들이 선포하는 복음을 받아들여, 믿고 세례를 받은 이들에게는 이미 제자들에게 주신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이 발휘될 것이며(6,7), 선포되는 하느님의 위업을 저마다 자기 언어로 듣게 될 것이고(사도 2,11), 뱀과 전갈을 밟고 원수의 모든 힘을 억누르는 권한이 드러날 것이며(루카 10,19; 사도 28,3-6), 열한 제자들의 손이 얹어진 이들의 병이 고쳐질 것입니다(사도 3,1-9). 그러나 반드시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동할(사도 3,6) 때 사도들에게 표징을 주실 것이며, 이것은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이 땅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계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2독서(에페 1,17-23)는 에페소인들을 위한 바오로 사도의 기도입니다.
바오로는 에페소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를 알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약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만, 이제는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 계시며”(2코린 13,4), 우리는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과 함께 되살아났음”(콜로 2,12)을 깨닫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원의 신비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셔야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깊은 비밀을 통찰하시는 성령께서 계시해 주실 때만(1코린 2,10),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깨달을 수 있을 때에만(요한 14,26) 우리의 마음의 눈이 밝게 되고,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실 영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성도들과 함께 받게 될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신 것도 모든 권세와 권력과 권능과 주권 위에 그리스도께서 머무르시게 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구원의 공동체의 머리로 세워주시어 한 몸을 이루게 해주셨으니(로마 12,5)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이방인계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갈라져서 싸우지 말고, 화해하라는 것입니다(2,11-22).
마르코가 전하는 부활하신 주님의 마지막 사건은 예수님의 승천이며, 예수님을 온 세상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계신 분으로 표현하면서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당신 오른쪽에 앉히신 것은 세상의 원수들을 예수님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들어 올리신 것이며, 승천이야말로 피조물에 대한 전권을 가진 자리에 부활하신 분께서 앉으셨다는 그리스도중심적인 신앙고백입니다. 열한 제자들은 복음을 선포하면서 자기들은 물론 믿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서 구원이 이루어짐을 보았고,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뜻에 따라 표징과 이적과 갖가지 기적을 통하여, 또 성령의 선물을 나누어 주시어 제자들의 증언에 힘을 보태어 주셨다고 합니다(히브 2,3-4).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가 거처할 곳을 마련하러 아버지께로 돌아가셨음을 밝혀 주신 것입니다(요한 14,2). 예수님의 승천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포기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셨고, 성령께서 이미 와 계시기 때문입니다(요한 7,39; 20,22). 이제는 더 이상 예수님께서 직접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보호자이신 성령의 도움으로 제자들이 예수님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할 만큼 많은 증거자들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분별을 할 수 있도록 지혜와 계시의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으로 교회는 스스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수 있게 되었고, 예수님을 증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승천하신 모습으로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대로 살려고 애써야 합니다. 우리는 온 세상에 가서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선포해야 합니다(루카 24,47). 그렇게 되기 위해서 먼저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인 지혜와 계시의 영을 입을 때까지 우리는 교회(예루살렘) 안에 머무르면서(루카 24,49)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충만해져야 합니다. 정작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방효익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