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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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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악플달면 쩌리쩌려버려 스크랩 흥미돋 여시들이 사랑하는 책 속의 문장을 알려줘
aurora 추천 0 조회 2,927 22.09.18 23:20 댓글 16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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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2.09.18 23:26

    첫댓글 실종은 왜 죽음으로 처리되지 않나
    영원히 기다리게 하나
    연락두절은 왜 우리를
    노을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항구에 앉아 있게 하나
    달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 있게 하나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이 뚜렷한 글씨를 쓸 때까지
    물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게 하나

  • 작성자 22.09.18 23:32

    그녀는 놀라울 만큼 호기심이 없었고, 그 덕분에 어느 상황에서도 평정을 지킬 수 있는 것 같았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탐색도 없었으며, 당연할 법한 감정의 표현도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내면에서는 아주 끔찍한 것,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단지 그것과 일상을 병행한다는 것만으로 힘에 부친 것인지도.
    /
    몸에서 끝없이 새어나오는 선혈이 그것을 증거한다고 믿었을 때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 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 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 작성자 22.09.18 23:33

    우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 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천천히 죽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울 수 있는 사각이 필요하다. 품이 큰 옷 속에 잠겨 숨이 막힐 때까지. 무한한 백지 위에서 말을 잃을 때까지.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날들. 지우고 오려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무릅쓰고 쓴다. 되풀이되는 날들이라 오해할 만한 날들 속에서. 너는 기억을 멈추기로 하였다. 우리의 입말은 모래 폭풍으로 사라져버린 작은 집 속에 있다. 갇혀 있는 것. 이를테면 숨겨온 마음 같은 것. 내가 나로 살기 원한다는 것. 너를 너로 바라보겠다는 것.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바라며 쓴다. 심장이 뛴다. 꽃잎이 흩어진다. 언젠가 타오르던 밤하늘의 불꽃. 터져 오르는 빛에 탄성을 내지르며. 나란히 함께 서서 각자의 생각에 골몰할 때.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 슬픈 것은 아름다운 것. 내 속의 아름다움을 따라갔을 뿐인데. 나는 피를 흘리고 있구나. 어느새 나는 혼자가 되었구나. 되돌아보아도 되돌릴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쉽게 찢어지고 짓무르는 피

  • 작성자 22.09.18 23:34

    @aurora 부. 멍든 뒤에야 아픔을 아픔이라 발음하는 입술. 모래 폭풍은 언젠가는 잠들게 되어 있다. 다시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밀려오기 전까지. 너와 나라는 구분 없이 빛을 꽃이라고 썼다. 지천에 피어나는 꽃. 피어나면서 사라지는 꽃. 하나 둘. 하나 둘. 여기저기 꽃송이가 번질 때마다. 물든다는 말. 잠든다는 말. 나는 나로 살기 위해 이제 그만 죽기로 하였다.

  • 넘 좋다 내일은 오랜만에 책 사러 가야지 잘읽었어!

  • 나는 기원한다.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 스스로의 아픔에 오히려 허용하고 있던 어리광, 이해받고 싶어서 오히려 세우고 있는 가시, 그런 것들을 조금씩 털어내고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부디, 있는 그대로 당신을 바라봐주고, 가끔 당신이 항상 빠지는 구멍에 또 빠져서 허우적댈 때, 아무일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구원은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오지은-익숙한 새벽 세시

  • 22.09.19 00:19

    내가 몸담은 사랑이 충만한 세계가 깊이 모를 나락으로 함몰돼 가는 듯한 공포를 맛 보았다.

  • 22.09.19 00:2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2.09.19 00:41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선, 어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첫번째 남편도 두번째 남편도 친구들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약함을.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 22.09.19 00:55

    내게는 절망감에 맞서 싸울 자원이 있다는 사실,내 시간을 잘 쓰고 내 영혼을 잘 돌 볼 능력이 있다는 사실,외로움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우리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리라는 사실,그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고독한 일요일이었지만,결국에 외로운 일요일은 아니였다.

    -명랑한 은둔자

  • 22.09.19 01:06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모순

  • 22.09.19 01:23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아기가 생기더라도 아기에게든 모세씨에게든 사랑의 정도는 그 정도, 라고 결심해두었습니다.
    애자와 같은 형태의 전심전력, 그것을 나나는 경계하고 있습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윤성희

  • 22.09.19 01:45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성동혁, 1226456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이거 이런책이였어? 드라마 첫화보고 안봣었는데.. 좋다

  • 22.09.19 02:29

    이 정도까지 사랑하는 것은 병이다.(그리고 나는 앓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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