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조계사서 첫걸음
새로운 신행모델을 제시하고 21세기 한국불교를 견인해 나갈 구심체가 발족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출재가자가 함께 하는 사부대중 공동체이자 결사모임인 ‘붓다로 살자’가 오는 22일 오후3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첫걸음을 내딛는다.
수행과 사회적 실천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발족하게 되는 ‘붓다로 살자’는 자발적인 결사모임이다. 지난 1월 남원 실상사에서 첫 모임을 연 이래 매월 한 차례씩 조계사 인근에서 만나 정진해왔다. ‘붓다로 살자’는 현재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쇄신 결사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의 쇄신 결사가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확산과 구체적인 실천행이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붓다로 살자’는 출범과 함께 결사운동의 전국적 확산과 현대적인 수행과 신행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붓다로 살자’는 명칭 그대로 본래부처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붓다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붓다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나부터 부처로 살겠다는 인식을 품고 가족과 사회, 세계를 향해 회향하자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실천행을 펼치게 된다. 구체적인 실천행으로는 △매일 서원문 읽기 △매일 100원 이상 보시하기 △남의 말 경청하기 △밥상 소박하게 차리기 △매주 하루 자동차 없이 다니기 △이웃과 정겹게 인사하기 등이 제시됐다.
현재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스님,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 등 스님 10여 명과 조성택 고려대 교수 등 학계 및 종단 및 사찰 재가종무원, 불교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일반 불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또 부산과 전주, 광주 등지에서 지역모임이 결성됐으며, 분야별 모임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사모임 동참자인 불교신문 주간 일감스님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지금 바로 여기서 실천하는 것이 붓다행”이라며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결집된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이 ‘붓다로 살자’ 모임이 됐다”고 말했다.
■ 왜 지금 여기서 ‘붓다로 살자’ 인가
이웃을 붓다로 여기면 세상이 행복하니까…
재가자까지 결합한 사부대중이 의기투합
일상적 실천 담보…기존 결사와 ‘차별성’
배경은 …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바탕으로
자기반성에서 출발
성격…
승가전통인 대중공사와
평등사회 요구에도 부합
종단결사 외곽조직 ‘역할’
실천방안…
서원과 보시, 애어, 이행
동사…‘사섭법’도 현대화
대승보살 실천행 ‘중시’
결사모임 ‘붓다로 살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부대중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사를 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는 점에서다. 고려시대 정혜결사나 현대의 봉암사 결사, 자성과 쇄신 결사는 스님이 중심돼 추진됐다. 지금까지 결사가 승가의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힘을 결집하자고 서원한 소수에 의해 주도했다면 ‘붓다로 살자’는 재가자까지 결합한 사부대중이 의기투합해 ‘지금 여기서’ 일상적인 실천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붓다로 살자’는 슬로건 또한 의미가 크다. 부처님이 영예로운 삶을 버리고 출가를 단행해 6년간 고행한 뜻은 ‘뭇 생명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2600여년이 흐른 지금,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면서 쇄신 결사가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본래부처’ 사상을 통해 중생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종교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가 ‘붓다로 살자’로 태동됐다. 이는 ‘붓다로 살자 서원문’에서도 나타난다. ‘중생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겨 한 생명 빠짐없이 평화와 행복의 길로 이끌었던 붓다의 고귀한 삶과 정신을 따라 저 또한 지금 여기서 거룩한 붓다로 살겠습니다.’ 나부터 붓다로 살며 이웃을 붓다로 여기면 세상의 평화와 행복이 온다는 진리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깨달음 지상주의에 대한 반성도 표출됐다. 불교를 배우는 이유는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 아니며, 이를 얻기 위해 긴 시간을 소요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서 당장 수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붓다로 살자’ 모임의 실천 항목은 서원과 보시, 애어, 이행, 동사로 크게 구분된다. 서원을 제외하면 사섭법(四攝法)이다. 기존의 신행이 오계를 중심으로 한 보살계를 지키는 것에서 출발했다면 대승보살의 실천행을 중시하고 있다.
사섭법도 경전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채용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변형시켰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정혜결사 등은 부처님 시대로 간다는 과거회귀형 결사였다”며 “‘붓다로 살자’는 새로운 신행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큰 원칙만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론은 시대에 맞게 각자 자리에 맞게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철저한 ‘탁마’를 통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성과 쇄신 결사가 종단이 추진한 최초의 결사라는 의의는 있지만, 상명하달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가 쇄신의 대상이자 결사의 주체라는 인식 없이는 결사의 저변 확산과 원만 회향은 어렵다. 이에 반해 ‘붓다로 살자’는 한국불교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나서 자기반성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어 결사를 대중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조직 구성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다. 맨 위 정점에서 시작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느슨한 형태의 수평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결사모임의 성격과 맞으며 승가의 전통인 대중공사와 수평적 관계가 대세인 현대사회 요구에도 부합한다.
‘붓다로 살자’는 현재 종단 차원의 결사의 외곽조직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사추진본부가 전개하는 결사운동을 받아 안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팎에서 서로 조응해 결사의 성과를 배가 시키고 원만 회향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 때문에 결사추진본부의 ‘친위대’가 아니냐는 비판도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붓다로 살자’ 핵심관계자는 “종단 내부에서 결사에 대한 추진력이 떨어지거나 의지가 흩어지면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2921호/2013년6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