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월도 어느새 하순이네요.
571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가치를 기리고 한글사랑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 쉽게, 또 자주 접하는 아파트 이름은
외래어를 넘어 외계어로 뒤범벅되고 있습니다.
'선비의 고장, 영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단위 아파트는 늘고 있는 기이한 현상입니다.
아파트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일본풍의 ‘맨션’(대저택)을 사용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1976년 아파트에 외래어 사용을 금지했거든요.
그러자 ‘압구정 현대’처럼 동네 이름에 건설사 이름을 붙이는 형태가 주를 이뤘습니다.
또 개나리, 진달래, 진주 같은 한글이름도 유행했더랬습니다.
외래어 사용제한이 풀리고 2000년을 전후해선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등 각 건설사마다 도입한 ‘오묘한’ 브랜드들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영등포의 대우드림타운은 ‘영등포 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캐슬’(castle, 성)이나 ‘팰리스’(palace, 궁전) 탓에
유학을 떠난 이들이 왕족이나 귀족으로 오해받았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아파트 이름이 ‘뒤죽박죽’ 된 이유는 뭘까요?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데다, 이름 자체로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쉽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요. 펫네임(애칭)은 필수고,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가세했습니다.
문제는 이름 짓기 경쟁이 도를 넘어서면서
창의적이기보다는 한글 오염에 가까워졌다는 점입니다.
재건축ㆍ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은 여지없이 외래어를 씁니다.
역삼동의 개나리아파트만이 재건축 후에도 개나리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예외로 꼽힐 정도입니다.
공원 인근이면 파크를, 한강 근처면 리버를 사용합니다.
센트럴은 중심지를 강조하기 위해 선호하나 본데
올해 7월 서울에 분양한 9개 단지 가운데 5곳이 센트럴을 썼습니다.
영주에도 센트럴파크라고 이름을 붙인 아파트청약이 이루어지고 있다네요.
한편, 중흥건설은 세종시 아파트에
에듀카운티, 에듀하이, 에듀힐스, 에듀타운 등 여러 단지에 ‘에듀’(edu-)를 붙였습니다.
‘평택 지제역 동문 굿모닝힐 맘시티’처럼 지역과 입지, 건설사 및 브랜드 이름에 펫네임까지 붙어
단지명칭이 덕지덕지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맘시티’는 콩글리시입니다.
루센티아, 클래스트, 아르테온, 블레스티지, 헬리오시티 등 여러 외래어 낱말을 조합한 단지명은
본래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고 기억은커녕 발음조차 쉽지 않습니다.
영어라는 껍데기만 빼면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조잡한 신조어보다 나을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아파트 이름을 영어나 영어 조어로 짓는 건
영어가 한글보다 고급스럽고 우월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말로 시중에 떠도는 우스개처럼,
시골사는 부모님이 찾아오지 못하게 할려고 길고 어려운 외래어로 이름을 붙이는 걸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