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규의 國運風水] 도쿄·시즈오카·야마구치… 아베 前 총리 무덤은 어디로?
조선일보 2022.11.19
지난 7월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묫자리 아직까지 결정 못한 이유
일본 도쿄 타워 인근에 있는 조조지(增上寺) 내 무덤. 길지(吉地)로 여겨지는 조조지에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 쇼군들의 무덤도 있다. / 김두규 교수
지난 10월 말 일본 도쿄, 시즈오카, 야마구치를 바쁘게 다녀왔다. 여행이 아닌 특정 방문이었다.
지난 7월, 아베 전 총리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선거 유세 중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세계적인 뉴스였다. 그 직후 일본 매체의 주요 뉴스가 되지는 않았으나 ‘야후재팬’ SNS에서는 그의 무덤이 어디일까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했다. “가족장을 치른 조조지(增上寺)다, 지역구이자 조상들과 아버지(아베 신타로 자민당 전 간사장)의 무덤이 있는 야마구치다, 외할아버지(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시즈오카다, 아베의 아버지처럼 두 곳으로 분골(分骨) 조성될 것이다, 아니다! 전혀 새로운 제3의 곳으로 조성될 것이다….”
필자의 관심사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0년 전인 2013년 필자는 칼럼에서 당시 권력자로 등장한 박근혜·시진핑·아베 3명의 ‘지도자 풍수’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일본과 중국 현장을 답사하였다. 5월 4일 자 칼럼에서 그 의도를 다음과 같이 썼다: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주석, 아베 신조 총리로 대표되는 한·중·일 지도자와 국운풍수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세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집권 시점이 한두 달 간격으로 비슷하고, 나이도 한두 살 차로 동년배이다. 또 하나 우연한 공통점은 이들 모두 최고 권력자의 후손이라는 점이다… 아베 총리는 어떠한가? 우선 그와 일본 국운풍수부터 이야기하자.”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행한 지도자가 되었고, 아베 총리는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세 번째 연임이 확정되어 앞으로 5년 더 ‘천자’로 군림한다. 일본 아베 총리 무덤에 관심이 있는 것은 단순히 호사가로서의 일이 아니다. 그의 죽음과 더불어 잊힐 것인가, 아니면 일본의 신 ‘가미사마(神樣)’로 부활할 것인가를 가늠할 ‘현장’이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 장례 진행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7월 8일 사망, 7월 12일 조조지(增上寺)에서 가족장, 8월 25일 자택에서 가족끼리 ‘사십구재’, 9월 27일 국장(國葬), 10월 15일 야마구치(山口)현 현민장(縣民葬), 10월 25일 야당(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桂彦) 전 총리의 국회 추도 연설.
일본 관습상 사후 49일(사십구재)이 되면 묘가 조성된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 묘는 여태껏 정해지지 않았다. 묘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가족 차원이 아닌 일본 보수 우익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도를 ‘국장과 현민장’ 자체를 반대하는 좌익·시민단체도 모를 리가 없다.
중도 신문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학술담당 요시이 리키(吉井理記) 기자는 “아베씨는 정말 ‘신(神)’이 되는 것일까(安倍晋三さんは本当に[神]になるのか?”라는 비판적 기사를 쓴다(2022년 9월 27일 자). 좌익 언론 도쿄신문(東京新聞)·조슈신문(長周新聞) 등은 “아베씨가 신격화되는 것(安倍氏が神格化されるの)”을 반대한다. 그러나 이것이 주류가 아니다.
아베 사후 한 달 만인 8월 8일 우익 월간지 ‘하나다(Hanada)’는 ‘아베 특집’을 출간한다. 단행본 첫 장은 아베 전 총리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이어서 아베 전 총리를 “자유의 수호신”, “일본호를 인도하는 북극성” 등으로 신격화한다. (’아름다운 나라로’는 아베 전 총리가 2006년 출간한 책명이며, 당시 51만 부가 팔렸다.)
이와 같은 정황과 필자의 10월 현지 답사를 종합하면, 아베 전 총리의 묘는 가족 차원의 결정을 넘어섰다. 그의 무덤은 어디로 정해질까? 다음 글에서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