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을 다 하는 신앙, 그래야 신앙이라 할 수 있겠지
해가 지는데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녁 자시려 나온 것 같은데
그 우아한 목을 길게 빼고
아주 오래 숨을 죽였다가
가끔
있는힘을 다해
물속에 머릴 처박는 걸 보면
사는 게 다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이상국, 있는 힘을 다해)
가끔씩 TV에서 야생의 세계에 관한 다큐를 볼 때가 있습니다.
악어는 사냥할 때 먼저 눈알만 내놓고 주변을 관찰한다고 합니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맛있는 놈인지 아닌지 판단합니다.
괜찮은 먹잇감이다 싶으면 목표가 설정된 것이다.
그러면 먹잇감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다가갑니다.
그리고 기회를 잡아 빠르고 강하게 있는 힘을 다해 기습합니다.
모든 야생의 동물들이 사냥할 때는 있는 힘을 다합니다.
야생동물은 집에서 키우는애완동물이 아닙니다.
누가 밥상을 차려주지 않습니다.
샤냥을 해서 먹으면 살아남고, 먹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사냥할 때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해야 합니다.
<사자도 굶어 죽는다> 라는 책일 있습니다. (서광원 저).
이 책에 보면 사자의 생존률은 놀랍게도 10% 밖에 안 된다고합니다.
사냥할 때마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자는 토끼 한마리를 사냥해도 최선을 다합니다.
있는 힘을 다해도 사냥 성공률은 3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있는 힘을 다해 사냥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런 말씀을 들려줍니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결국은 있는 힘을 다하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수험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합니다.
운동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있는 힘을 다합니다.
젊은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하고 가정을 꾸립니다.
부모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신앙생활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미사를 봉헌하는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미사 시간에 늦지 않으려 노력하는가?
성경 말씀을 읽을 때, 묵주기도를 할 때,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하는가?
성당에서 이런 저런 봉사를 하면서 있는 힘을 다하는가?
곤도 고이치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 분은 나병 환자였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성경 말씀을 읽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성경을 읽어 주었습니다.
성경 말씀이 너무도 좋아서 이 사람은 직접 성경을 읽고 싶어 합니다.
그는 점자 성경을 읽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나 손가락도 떨어져 나가서 손으로 점자 성경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혀와 입술로 점자를 더듬어 나갔습니다.
다행이 혀의 감각은 살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점자를 입으로 더듬는 일은 마치 콘크리트 벽을
혀로 핥는 것과 같은 아픕이었습니다.
이 사람의 점자 성경은 피로 얼룩지곤 하였습니다.
그는 성경 말씀을 읽는 게 아니라 말씀을 먹고 마셨던 것이죠.
그가 입술과 혀로 핥았던 점자는 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온 몸으로, 있는 힘을 다해 하느님을 만났던 것이죠.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는 신앙!
있는 힘을 다하는 신앙!
그런 신앙이 참 신앙일 것입니다.
2017. 10. 29
박신부의 묵상 산책
ㅡ모든 것 안에 놀라운 축복이 있습니다ㅡ3권 중에서
서울 대교구 상도동성당 주임사제이신 박성칠 미카엘 신부님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