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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군 구룡면 죽교2리 주민들이 슬레이트지붕을 살펴보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부여=김주흥 기자 | | ●연중기획/ 농업분야 전봇대를 뽑자 ②석면 슬레이트 지붕 철거
#1 “마을에 석면 슬레이트지붕이 60% 정도 됩니다. 1급 발암물질로 알고 있지만, 걷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마음대로 교체할 수도 없어 걱정입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었으면 합니다.” (임갑재·충남 부여군 구룡면 죽교2리 이장)
#2 “주택당 500만원 안팎 들어가는 철거 비용이 버겁습니다. 정부가 권장한 슬레이트지붕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걷어내 주기를 바랍니다.” (김종진·경북 안동시 풍산읍 이장협의회장)
전국에 40만채로 추정되는 농어촌주택의 석면 슬레이트지붕을 두고 농업인들은 걱정이 많다.
윤석호씨(62·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는 “5~6년 전에 낡은 슬레이트를 걷어내지 않고 그 위 양철지붕을 입힌 것이 후회스럽다. 덧씌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앞으로 걷어내려면 비용만 더 들게 생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업인들은 위험물질을 당장 걷어내고 싶으나 법에 얽매여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데다 비용 부담도 커 ‘위험물질을 안고’ 살아간다고 푸념한다. 농업인들은 슬레이트지붕이야말로 서둘러 뽑아야 할 ‘거대한 전봇대’라고 생각한다.
◆ 지킬 수 없는 규제=현행 법상 석면 슬레이트지붕을 제거하는 것은 지키기 어려울 만큼 절차와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풍 등으로 슬레이트지붕이 깨져도 현행 법으로는 농업인들이 걷어내거나 옮길 수 없다. 등록된 업체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석면 슬레이트지붕 빈집의 경우 그동안 지자체가 빈집정비사업을 하면서 줄였으나 이제는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하기에 비용 부담이 커져 지자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현행 규정을 꼬집었다.
◆ 뽑을 규제는=슬레이트지붕을 철거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등록된 업체가 철거·수집하고, 면허를 얻은 운반업체가 지정 폐기물 차량으로 고형화 업체나 지정 폐기물처리장으로 옮기도록 돼 있다.
문제는 폐슬레이트가 차량에 다 차지 않아도 철거 후 바로 매립장으로 옮기는 데 따른 비용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또 슬레이트 부스러기는 시멘트와 섞는 ‘고형화’ 작업을 거쳐 처리장으로 옮기는데, 이에 따른 추가비용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한기채 한국석면환경협회 호남·제주본부장은 “고형화를 하지 않고 매립장으로 옮기면 운송비용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정 폐기물처리장이 전국에 18개에 불과해 운송비 부담의 요인이 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아울러 석면 철거작업시 분리발주로 비용을 줄이는 한편 수집·운반·매립비용을 정부가 고시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 누가 책임져야 하나=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1960~70년대 정부 주도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면서 의무적으로 농어촌 지붕 개량사업이 진행됐으니 만큼 정부 부담으로 석면을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기영 한국석면환경협회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되 농업인에게는 20~30년 장기 저리 융자로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밝혔다.
25년 된 석면 슬레이트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이종선씨(48·충남 부여군 구룡면)는 “대부분의 농가들이 스스로 걷어내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책임지고 농업인의 건강을 지켜 주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환경부는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 농어촌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의 해체·처리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고, 수집·운반·보관·처리에 대해서는 ‘폐기물관리법’ 관련 규정에 대한 특례를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부여·안동=최인석 기자
[최종편집 : 2010/05/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