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나 입이 아닌 가슴으로 살게 하소서!
솔향 남상선/수필가
사람은, 얼굴 모습이 각양각색이듯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도 다양하다. 세인들의 삶의 모습은 크게 두 부류다. 혹자는 머리나 입으로만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가슴으로 함께하는 삶을 사는 이도 있다. 나름대로 장단점은 있겠으나 머리나 입으로만 하는 삶보다는 가슴을 함께 하는 삶을 택해야겠다. 가슴으로 사는 삶은 공존동생할 수 있는 지름길로 통하기 때문이다.
머리나 입으로만 사는 사람은, 이해타산에 머리 회전이 빨라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의식하여 표가 되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선심을 쓰다가도 주판알을 튕겨 표가 되지 않는 일은 실천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머리로 사는 삶인 것이다.
시경에 ‘녹명(鹿鳴)’이란 말이 나온다. 이 단어는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다른 배고픈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내는 울음소리를 뜻한다. 여타의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는 데에 정신이 없고, 남는 것은 숨기기가 급급한데, 사슴은 오히려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운다고 하니 사슴만큼 가슴이 따뜻한 동물도 없다 하겠다.
이처럼 사슴은 가슴이 따뜻한 동물이다. 머리나 입만 가지고 살려하는 가슴 없는 사람들에겐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으로 있었을 때의 사건 하나를 얘기해야겠다.
평시 부모님께 무관심했던 3형제가 부친 돌아가실 때쯤에 서로 모시겠다고 다투는 형제싸움이었다. 이들은 부모님이 팔순이 될 때까지 부모님을 등한시하다가 부친이 돌아가실 때쯤 하여 서로가 모시겠다는 다툼이었다.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부모의 숨겨진 재산이 느지막에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부모님 모시는 걸 머리로 계산하여 속보이는 행동이 표출된 것이니,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탈무드에 ‘물고기는 언제나 입 때문에 낚싯대에 걸린다.’고 했다. 이 형제들 역시 입이 화근이었다. 그것도 평시 불효하던 형제들이 부모님 돌아가실 무렵 재산에 눈독을 들이다 입에서 나온 말이 씨가 되어 법정싸움으로 번지게 된 거였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콩가루 집안의 형제들이라 하겠다.
가슴으로 사는 사람은, 삶 자체가 이타적이어서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을 좋아한다. 가슴으로 함께하는 삶은, 부모님이 자식에게 베푸는 무조건 사랑 같은 것이다. 부모님 사랑은 잘해주고 못 해주고를 따질 것이 못 된다. 옳고 그름을 가리기에 앞서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성경 말씀에 나오는‘원수를 사랑하라.’와 같은 것이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사람이 있다. 이 역시 부모님을 가슴으로 모시는 삶이며 기림의 대상이 된다 하겠다.
머리로 사는 사람과 가슴으로 사는 사람의 실화 한 편을 소개하겠다. 네팔 지방 산행 중의 이야기다. 눈보라가 심히 몰아치는 날 산중에 선다 싱이라는 사람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방향이 같은 동행자 한 사람이 다가와 선다 싱과 함께 걸었다. 혹한 속 눈보라에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쯤 걷다보니 웬 노인 한 사람이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선다 싱은 동행자에게,
"우리 이 사람을 같이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얼어 죽고 말겁니다."
하고 제의했다. 그러자 동행자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저런 노인네까지 끌고 가다가는 우리 모두가 죽게 될 거요."
동행자는 반대했지만 선다 싱은 노인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는 노인을 업고 눈보라 속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다. 앞서 가던 동행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을 등에 업은 선다 싱은 힘들었지만 끝까지 참고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그의 몸은 땀에 젖었다. 몸의 더운 기운이 발산한 덕분인지 등에 업힌 노인이 의식을 회복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으로 조금도 춥지 않았다. 마침내 그들은 마을에 이르렀다. 선다 싱의 눈앞에 이상한 물체가 보였다. 얼어 죽은 사람의 동사체였다.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앞서가던 동행자였기 때문이었다.
예서도 보면 동행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자신만 살려했다. 약삭빠르게 머리를 써서 자신만 살려다가 비운의 동사자가 되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려는 선다 싱은 가슴으로 함께하는 삶이었기에 자신도 살고 죽을 뻔한 노인도 살려 냈다.
이 일화는 <너에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는 출이반이(出爾反爾)나 부메랑을 생각게 하는 사건이었다. 동행자는 머리로써 자신만 살려하는 이기적 심성때문에 동사자가 된 것이고, 선다 싱은 가슴으로, 함께 살려 하는 천사 마음 덕분에 노인도 살려내고 자신도 살 수 있게 된 거였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했다.
요즈음 사람들은‘사랑’을 한다면서 70년이 아닌 70일도 안 되는 얄팍한 사랑을 하려고 머리나 입을 바쁘게 하고 있다.
쉬운 지름길만 생각지 말고 더디더라도 가슴으로 함께 하는 삶을 찾아야겠다.
‘머리나 입이 아닌 가슴으로 살게 하소서!’
남의 얘기라고 방관시하기보다는 자성에 한 번 빠져 보아야겠다.
나는 어떤 삶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머리나 입으로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가슴을 함께하는 삶을 누리고 있는가?
출이반이! 부메랑!
열매 맛이 두렵고 무서우면
머리나 입이 아닌 가슴으로 살아야겠다.
첫댓글 1.너에게서 나온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
출이반이...
2.녹명 ...
사슴은 선한모습
만큼이나 마음씨도 착하군요.
선생님,
좋은 글, 가슴에 잘 담고 갑니다ᆞ ~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하고 말이에요 머리와 입으로만 살아온 날들이 많은거 같아요 가슴으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되네요ㅜ 앞으로는 실천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