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내 고향 상옥리(上玉里) 한 바퀴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 일 자 : 2013.05.05(일)
* 날 씨 : 맑음
* 동행자 : 호젓한오솔길 홀로
* 산행 코스 : 상옥리 한 바퀴(오강지두 팔령지하 답사)
동쪽 : 샘재(내연산수목원)- 매봉(816m)- 꽃밭등- 향로봉(930m)- 둔세동
북쪽 : 둔세동- 오밭터 능선- 낙동정맥길- 간장현- 바가지등- 통점령
서쪽 : 통점령- 776봉- 도장골재- 옷재- 고라산(팔공,보현 분기점)- 가사령- 내연,비학 분기점(709.1m)- 성법령
남쪽 : 성법령- 병풍산(811m, 비학 분기점)- 괘령- 괘령산(870.3m)- 샘재(수목원)
* 산행 거리 : 30여 Km
* 산행 시간 : 11시간 30분 소요(후반 컨디션 난조로 지연)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힘든 산행이었다. 신록이 펼쳐지는 5월의 첫 주 토요일은 근무를 하고, 일요일은 장거리 산행을 예약하지 않고, 꽃 피고 새 우는 좋은 계절에는 먼 곳 보다, 마눌하고 가까운 근교 산이나 유유자적 답사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에 마눌이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하며 혼자 훨훨 다녀오라고 한다.
한 동안 근교 산으로 산나물과 야생화를 찾아 다니는 짧고 편안한 산행을 주로 하다 보니, 편해진 몸과 마음이 슬슬 개으름을 피우는 듯하다. 하여 오랜 만에 혼자 걸을 만한 장거리 코스를 찾다가 갑자기 꺼내든 카드가 그 동안 늘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조금은 무료한 장거리 코스라 엄두가 나지 않아 짱박아 두었던, 고향 상옥 땅 한 바퀴 돌아 보는 원점회귀 종주 코스를 택한다.
고산분지에 형성된 내 고향 상옥은 '오강지두 팔령지하 (五江之頭 八嶺之下)'라고 부른 옛 말 그 대로 다섯 강의 물길을 가르는 높은 산봉우리와 그 사이 낮은 곳을 골라 선조들이 짚신 발로 이웃 마을을 넘나들던 여덟 곳의 잿길(고갯길)로 둘러싸인 산간오지 마을이다. 상옥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산행 길은 일반 등산코스 4개가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30여 Km 나 되고, 산행 시간이 약 12시간 정도로 예상이 되는 결코 만만치 않는 코스이다.
원래 산행 계획을 제일 낮은 곳인 둔세동 골짜기에서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내연산 수목원에서 매봉 오르는 길이 산불 경방 기간에는 늘 엄격히 통제되어, 수목원 산불 감시원들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이른 시간에 통과하기 위하여 수목원을 출발 장소로 하고, 향로봉에서 둔세동 골짜기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북쪽 낙동정맥 길이 있는 능선까지 치고 올라가는 길은 오밭터와, 복상나무골로 올라가는 골짜기 옛 길이 있지만, 이 두 골짜기를 가르는 아직 가보지 않은 능선 따라 올라가는 코스를 택한다.
자주 다니는 잘 아는 길이라 별도로 산행 지도는 준비하지 않고, 마눌보고 도시락을 싸라고 하여, 식수 4병을 챙겨 넣은 후 아침 6시 30분경에 집을 나와, 7시 17분에 샘재 내연산 수목원 앞에 도착하니 주위에 아무도 없다. 서둘러 배낭을 챙겨 아침 7시 20분에 내연산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 매봉 자락으로 오르면서 고향 상옥리 환종주 산행은 시작 된다.
* 아침 7시 20분 조용한 내연산 수목원 앞에 주차하고.
*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니 인적이 없다.
커다란 장승 앞을 지나 우측 골짜기를 따라 올라 등산로와 합류한다.
* 등산로에 올라서니, 맨 먼저 각시붓꽃이 반겨준다.
* 초록 옷으로 갈아 입고 있는
매봉을 바라보며, 수목원에서 삼거리로 내려가는 임도를 건넌다.
* 매봉 오름길에 만난 각시붓꽃 떨기 실하다.
* 시원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초록 피어나는 매봉을 오르는 길.
* 낙엽 위에 여기저기
예쁜 분홍빛 제비꽃이 무리로 피어 반긴다.
* 아직 진달래가 피고 있는
매봉에는 커다란 정상석이 새로 세워져 있다.
* 해발 800 고지
매봉의 진달래는 이제 막 한물은 넘기는 듯하다.
* 매봉에서 바라본
오늘 마지막으로 돌아올 괘령산 능선이 가물거린다.
* 화사한 진달래 꽃 따라 걷는 길
고향 상옥 쪽에서 불어오는 아침 바람이 귀가 약간 시릴 정도로 차갑게 느껴진다.
* 바람에 나부끼는 진달래가 곱다.
* 관찰로와 만나는 삼거리
여기서 우측 등산로를 따라 가야 한다.
행여 관찰로를 따라 가면 꼬불꼬불 실컷 걷다가 다시 등산로와 마주친다.
* 이 곳에도 희귀종인 노랑무늬붓꽃이 무리로 피었다.
노랑무늬붓꽃은 청송 주왕산이 최남단 서식지인 희귀종이라고 했는데,
내가 산행 길에서 본 것은
주왕산 가메봉, 면봉산, 천장산에서 보고, 여기 내연산에서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 봄 햇살에 팔랑이는
진달래 꽃길 따라 꽃밭등 가는 길.
* 낙엽 사이로 초록이 한창 피어 오르는 오솔길.
* 곤하게 잠든 산천을 깨우는
포크레인 소리와 함께 내연산 수목원에서 자연 관찰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등산로와 새로 만든 관찰로가 만났다 헤어진다.
* 추억이 머무는
꽃밭등에도 자연 관찰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꽃밭등을 알리는 안내판.
잠깐 머물다 가는 하찮은 우리네 인간들이
신성한 자연의 폐부를
디스토마 균처럼 점점 깊숙이 파고 들어 마음대로 헤집으며 아픈 상처를 남기고 있다.
* 꼬불꼬불 숲 속을 헤집으며 지나간 포크레인 발자국이
자연 관찰로라고 한다.
* 길가에 분홍 제비꽃도 겁이 나서 떨고.
* 늦둥이 현호색도 눈을 비빈다.
* 내연산 향로봉 오르는 참나무 길은
6봉 종주 길에는 늘 힘이 빠진 다리가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데
오늘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발걸음이 가볍다.
* 청하골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
* 청하골 멀리 삿갓봉 옆에
출발한 잘룩한 샘재와 우측으로 걸어온 능선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 샘재를 출발한지
1시간 50분 소요 되어 향로봉 정상에 도착한다.
* 멀쑥한 정상석 홀로 헬기장을 지킬 뿐
아무도 없는 휑한 향로봉을 뒤로 하고 둔세동으로 향하는 길.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갈길 먼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 얼레지도 군락을 이루고 피었다.
*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봄바람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얼레지 여인들.
* 낙엽 위에 뽀시시 노랑제비꽃 가족 정겹다.
* 개별꽃 가족도 참나무 둥치 아래 자리를 잡았다.
* 여기에도 희귀종 이라는 노랑무늬붓꽃이 피어 있다.
* 다문화 가족
얼레지와 꿩의바람꽃이 어울려 피었다.
* 꿩의바람꽃이
바람에 떨고 있으니, 갈 길이 먼 산꾼의 마음이 안달 나게 한다.
* 떨기가 실한 현호색도 곱게 피웠다.
* 우와~
산괘불주머니가 개락으로 피었다.
* 작은 바위들과 어우러져 그럴 듯 한 장면을 연출한다.
* 삼지봉과 갈라지는 삼거리, 여기서 좌측 둔세동으로 하산한다.
* 길가에 큰구슬붕이도 두 송이 정겹게 피었다.
* 초록이 뽀송뽀송 올라오는 융단 길.
* 짙어 가는 초록은
참나무 들이 뛰어 노는 잔디구장을 만들고.
* 초록을 따라 걷는 길가에 천남성이 홀로 피었다.
* 산 중턱을 내려서니, 연분홍 철쭉이 피고.
* 초록은 점점 짙어만 간다.
* 둔세동에 다다를 쯤에
올라오다 쉬고 있는 남녀 산님들 몇 사람을 만난다.
아저씨는 벌써 향로봉 갔다오는가베...
수목원에서 오는 길이시더, 아직 갈 길이 머니더, 하면서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해어진다.
* 위태로운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둔세동은 연초록이 바위와 어우러진 풍경이 과연 절경이다.
* 늘 올 때마다 이 곳에 올라서 사진을 찍는다.
* 초록이 빛나는 향로봉 자락은 비단이다.
둔세동
솔길 남현태
험한 세상 등지고
물소리 아름다운 깊은 골짜기
남몰래 숨어들어 산다는
하늘 더욱 가까운 곳
사람들은 동사동 이라 부른다
푸르름 감도는 너덜겅 위
외로운 수문장
오랜 세월 갈라진 육중한 몸
모진 비바람 견디며
변함없이 우뚝 선 촛대바위
개울가 벼랑에 앉은 부처바위
인자한 모습
도로변 절경 위태로운데
피서인파 북적이는 맑은 개울가
봄 소풍 어린 옛 모습 그립다
산 굽이 돌아 마두밭
눈에 차는 골짜기 양지 돔
징검다리 위로 한 폭 그림 펼치니
솔밭 넘어 아련한 퇴끼비리 재
흙먼지 걸어 넘던 꼬부랑 길 삼십 리.
(2007.04.15 )
* 건너편 바위 봉우리도 연초록 저고리로 갈아 입었다.
* 잠시 발아래 풍경에 도취되어 연신 셔터를 눌러본다.
둔세동 추억
솔길 남현태
좁은 길 넓히는 남포 소리
젖가슴 풀어헤친 깊은 상처
세월 속에 아물고
무디어진 눈빛으로
세상과 어렵게 아우러진다
허공에 널브러진 전깃줄
골짜기 시멘트 길 없던
아득한 옛날
자연 가깝고 속세와 먼
선인들 은둔하고 사 실제
부처와 신선만 살 수 있는
신성한 곳이라 여기며
순수한 마음들
바위굴 움막 의지한 체
하늘 뜻 순종하며 살아온 곳
둘러친 기암 봉우리 매달려
바위틈 비집는
독야청청 노송 활갯짓
아련한 봄 추억 한 가닥
부처 다물 맑은 개울가 맴돈다.
(2008.12.07)
* 둔세동 도로변에 내려서니
소나무 그늘에 자동차 몇 대 쉬고 있을 뿐 조용한 편이다.
* 고향 상옥으로 올라가는 길도 한가롭다.
* 개울 가에 내려서니 해맑은 물빛이 곱기만 하다.
* 개울 건너 작은 봉우리를 따라
낙동정맥 길이 있는 고향의 북쪽 능선에 오르기로 한다.
샘재를 출발한지 2시간 50분이 흘렀다.
예정 보다 30여분 빠른 것 같아
잠시 개울 가에 배낭을 풀고 머리 감고 세수 하니 개운한 기분이 든다.
배낭에 떡과 오이를 꺼내 먹으면서 잠시 느긋하게 쉬어 간다.
* 노란 양지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작은 논도가리 지나 건너 산자락으로 오른다.
* 어느덧 둥굴레도 하얀 꽃을 조롱조롱 피웠다.
* 큰구슬붕이도 고개를 내민다.
* 오밭터로 가는 능선길에 올라가다 돌아본 풍경 초록 싱그럽다.
* 올라오던 오솔길은
좌측 오밭터 골짜기로 기울어지고
잣나무 빼곡한 길이 없는 능선을 따라 그냥 올라간다.
좌측 오밭터 골짜기에는 산나물 하러 온 사람들이 서로의 위치 신호를 하는지 호각까지 불어대며 시끌벅쩍 하다.
* 길이 없는 낙엽 비탈을 오르다 보니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 이상이 온다.
허벅지에 경련이 이는 것을 보니 쥐가 날려나 보다.
아직 산행 길은 시작에 불과한데.
* 철쭉 나무 빼곡한 숲을 헤치며 오른다.
* 낙동정맥과 만나는 반가운 봉우리에 올라서니,
* 연분홍 철쭉이
청송군에서 불어오는 거센 봄바람에 흔들린다.
* 봉우리를 약간 넘어서면 낙동정맥 길과 만난다.
오른쪽 다리의 조짐이 이상하여
배낭을 풀고 아스피린을 하나 꺼내서 입안에 넣고 잠시 쉬어간다.
* 이제 성법령까지는 낙동정맥길 따라 쭉 가면 된다.
* 잠시 고도를 낮추는 오솔길이 이어지다가.
* 움푹 파인
고갯길이 가로지르는 여기가 간장현(간저이재)이다.
고향 상옥에서 청송군 부남면 간장리 마을로 넘나드는 길이다.
* 간장재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돌아본 초록 사이로 걸어온 향로봉이 보인다.
* 이제 고향의 뒷동산에서 가장 높은 바가지등(706.2m)에 오른다.
* 바가지 등에서 내려다본
고향 마을은 빼곡한 참나무 숲이 가리었다.
* 각시붓꽃이 곱게 피어 있는 길.
* 이 곳은 옛날
나뭇짐지고 지겹도록 다니던 길이다.
* 이제 어릴적
소먹이러 매일 올라오던
나의 홈 그라운드 통점재에 내려선다.
통점재는 상옥에서 청송군 부남면 통점리로 넘어 다니는 길이다.
통점재 추억
솔길 남현태
고갯마루 널따란 바위 곁
늙은 돌배나무 활갯짓하는 서낭 있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펼치고
나그네 나무꾼 쉬어가던 곳
가을이면 노란 돌배 주렁주렁 열리어
소먹이던 개구쟁이 가슴마다
텁텁한 선물 한 아름 안겨주었네
낙동정맥 시경계 가로지르는
가파른 바가지 등 의심이길 따라
감배창골 안 막장
재 넘어 도장 골 청송 가는 길
아버님 뒤 따라
작은 나무지게 나란히 밭쳐두고
오순도순 정담 나누던 곳
겨울이면 꼬부라진 바람 굽이
몰아치는 북서풍
나뭇짐 짊어지고 바동대며 넘던 고개
새마을 운동 리어카 수월 터니
고개길 확장으로 사라져간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날랜 자동차들 앵앵대며 달린다.
(2009.06.20)
* 길가에 자동차 한 대 세워진 통점령을 건넌다.
* 통점재 건너 이 길은
어릴 적에 산 주인 몰래 리어카를 끌고 올라오던 곳인데, 지금은 숲이 우거져 있다.
여기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먹으며 추억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
수목원을 출발한지 5시간 소요되었다
여기서 수목원까지는 몇 해 전에 4시간 만에 달린 기억이 있어
내심 10시간 정도면 충분히 종주를 하겠다는 생각에 느긋한 마음으로 걷는다.
* 추억 어린 이 곳에도 각시붓꽃이 곱게 피었다.
* 연초록 물감 번지는 오솔길.
* 연달래 빨간 망울이 부풀어 오른다.
* 가로 지르는 묵은 오솔길은
도장골 잿길인데, 어릴적 지게지고 소꼴베러 넘나들던 길이다.
* 길가에 자리한 외증조부모 산소에서 네 번 절을 하고 간다.
* 여기에도 천남성이 꽃피웠다.
* 776봉 오름길
전망 바위에서 노송 가지 사이로 바라본 고향 마을
고향 집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 늘 사진을 찍는 곳이다.
내 고향 상옥
솔길 남현태
동해 깊이 노닐던 고래 두 마리
영일만 감아 올라 태산 이루고
아늑한 산골 마을 동방 지키니
옛적 부터 이 곳을 고래라 불리운다
내연산 향로봉 서방향 허리 아래
오강지두 팔령지하 산간오지 마을
서라벌 고관대작 세상 시름 달래실제
하늘 아래 피난지처 으뜸 이었다네
오란도란 초가지붕 인정 열리면
땅거미 이마 위에 뽀오얀 저녁 연기
가물가물 호롱불에 익어가는 첫사랑
정다움 인정얽어 오손도손 살던 마을
삼동이면 하얀 눈 소복 쌓이고
여름이면 나그네 쉬어 가는 곳
해발 고도 사백오십 오막한 분지 하나
오십천 맑은 근원지 상옥 이라오.
(2008.07)
무시랍등 추억
솔길 남현태
불 깡통 허공에 휘두르며
정월 대보름 달 맞이 가던 길
버거운 나뭇짐 지고
쉬어가던 전망 바위
훌쩍 커버린 소나무 숲
빼앗긴 동녘 조망권 아쉽다
통나무 가득 싣고 빌빌대며
뽀얀 흙먼지 날리는
꼬부랑 신작로
시원스레 포장 된지 오래다
봄맥이 앞 거랑 버드나무
아카시아 우거진 숲 간 곳 없고
단조로운 시멘트 방천
장터 마을 야위어진 초등학교
외로운 봉답 마을 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