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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와 이중섭미술관....
산방산에서 서귀포의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이마트에 들렸습니다.
샤워타올도 사야되고, 다른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필요한 몇 몇 가지들을 구입하고는 숙소로 향하며
음식특화거리를 들어서는데 흑돼지를 연탄불에 구워준다는 식당이 눈에 들어옵니다.
피곤하고 배도 고픈데 다른데 찾아 다니지 말고 저기서 저녁을 때우자고 합니다.
엊그제 서귀포 도착하던 날도 돼지고기 먹었는데 바닷가에 와서 맨날 돼지고기냐며
궁시렁거렸지만, 사실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이나 많이 피곤한 저녁엔
삼겹살을 먹는 꽤 오래된 습관이 있습니다.
전날의 폭음으로 속도 미슥하고 불편한데 느끼한 삼겹살이 왠말이냐고
처음엔 펄쩍 뛰기도 했었지만 한 두 번 따라서 먹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길이 들여졌나 봅니다.
요즘엔 술 많이 마시고 다음 날 속이 불편한 저녁이 되면
내가 먼저 삼겹살이나 먹자는 소리가 나오고, 2-3일 여행을 하다가
지친몸이 되어 저녁 시간이 되어 서울에 도착하면 짐을 풀자마자 동네 식당으로 달려가
삼겹살에 한 잔하고 얼근한 취기에 잠이 들며 여독을 푸는것이 습관처럼 되었으니 말입니다.
암튼, 식당은 숙소를 400 - 500여m 정도 남겨둔 곳이어서
가까우니까 그냥 먹고 운전하고 가자는 나와
"뭔소리냐, 남의 동네에 와서 음주운전까지 한다는 거냐"
"언제 숙소까지 갔다오냐, 그럼 그냥 먹고 대리운전을 하자" 느니
가벼운 실랑이 끝에 렌트카를 숙소에 주차하고 걸어서 식당에 오는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술이 없이 고기를 먹는 다는 건 우리 둘 다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갔다가 여기까지 걸어서 올 수 있겠어?"
이 정도 거리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나야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피곤하다며 짜증을 부릴 수 있으니까
미리 배려성 멘트로 예방접종을 해 두는 것이지요....ㅎㅎ
혹시라도 이따가라도 춥다거나 생각보다 멀다며 딴소리 하면,
"거봐, 내가 뭐랬어.... 택시타던지 대리운전 하자고 했지"
이렇게 슬쩍 카운터 펀치를 날릴 계산으로....
저기 흑돼지 사진 밑으로
한라봉, 오메기, 우도 땅콩막걸리는 한 변에 5,000원입니다.
다른 건 마셔보지 않았는데
우도 땅콩막걸리는 여기 온 첫날부터 맛을 보더니 최고라고 합니다.
막걸리치고는 조금 비싼게 흠이었지만....
제주도에선 돼지고기를 먹을 때 작은 종지에 젓갈을 담아 불판위에 올려 줍니다.
비릿하지만 따끈하게 뎁혀진 젓갈에 고기를 찍어서......새우젓을 쓴다는데
맛은 우리가 육지에서 먹는 새우젓하고는 많이 달라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껍질에 검은 털 보이시나요?
요거 한 판이 딱 한근입니다.
백돼지는 한 근 600g에 42,000원 흑돼지는 54,000원 이랍니다.
1인분, 2인분 이런 거 없고요, 근고기라고 해서 무조건 한 근씩 판매를 하며
생고기를 따로 초벌구이를 해서 가지고 와서는 석쇠위에서 잘라줍니다.
물론 한 근을 주문한 테이블에서 추가로 주문할 땐 반근 300g도 가능하겠지만....
그런데 알고보면 이 "근고기"라는 것이 함정이 있습니다.
저렴한것 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지만, 우리가 기호에 따라 껍질이 붙은 오겹살이나
목살을 부위별로 주문하면 선호하는 부위만 먹을 수 있는데 근고기는 일단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지방층이 발달해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오겹살이나 목살을 많이 찾을테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이들 부위는 다른 부위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기 마련인데요
한 근씩 잘라 근고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덜 선호하는 부위까지 붙여서 함께
소비할 수 있다는.....즉, 공급자측에게 유리한 소비형태가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 날, 4일차의 아침입니다.
제주도에 머문 4일중에 오늘 하늘이 가장 청명합니다.
이런~젠장, 집에 갈려니까 날씨가 화창하고 지×이래요~
준비하는 동안 서귀포항과 이중섭미술관 주변을 어슬렁거려 봅니다.
서귀포항(西歸浦港)은 서귀포시의 무역항으로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하며,
주변 경관이 수려하기에 오래 전부터 해양 관광지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무역항이지만 출입하는 대부분의 선박은 국내 연안 화물선이며
서귀포항 주변으로는 해양생태계 보전지역 및 해양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등
환경, 생태계에 민감한 자원이 다수 분포되어 있답니다.
1920년대 초만 하여도 단순한 어항이었으나, 서귀포항 앞바다의 숲섬, 문섬, 범섬, 새섬이
천연이 방파제 역할과 함께 주변 해안절벽이 어우러지며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기에
관광항의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답니다.
어디고 포구의 아침은 분주합니다.
밤새 잡아온 해산물을 하역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신선한 해산물을 차지하려고 새벽잠을 마다하며 경매에 나서는 사람들
포장을 마친 생선박스를 가득 싣고 어디론가 먼길을 떠나려는 사람들
다음 어로작업 준비를 위하여 그물을 손 보고 부식거리를 챙기는 사람들
비릿한 바다내음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사는 풍경이 좋아
새벽 댓바람부터 포구를 서성이는 여행객들까지.....
그렇게 서로 뒤엉켜 사람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포구의 아침나절입니다.
은갈치 은갈치 하던데, 여기 제주에 오니
왜 제주산 갈치를 은갈치라 부르는지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습니다.
출항을 앞두고 있는 어선의 선창에는 생수병이 가득 실렸습니다.
그 양이 엄청나서 한 번 나가면 며칠씩 거친 바다에 머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볕 좋은 남녁, 서귀포 한켠의 한가로운 포구엔
아직도 가을의 그림자가 서성이고 있습니다.
서귀포 시내의 이중섭미술관입니다.
1995년 문화체육부에서 화가 이중섭이 살던 서귀포의 거주지에 기념표석을 세우고,
1996년에는 360m의 이중섭거리를 지정하였습니다.
당시 서귀포시청에서 이중섭의 거주지를 매입하여 복원한 후,
2002년에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고 제주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이중섭미술관을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답니다.
이중섭의 작품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작가의 작품 다수를 기증받아 전시하고,
2004년 산책로와 이중섭공원을 조성하였습니다.
화가 이중섭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입니다.
화가 이중섭은 한국전쟁 당시 원산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1951년 서귀포로 피난을 왔으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갈 때까지 약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했습니다.
서귀포에서의 생활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중섭의 일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중섭의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린 “흰 소”와 “황소” 그림으로 넓리 알려져 있으며
소를 소재로 한 작품이 통영 시절의 작품이라면 자연과 아이들, 가족에 관한 그림은
서귀포 시절에 즐겨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버지이며 남편 이중섭으로
소소한 일상을 통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잘 표현된 작품들이
서귀포에 머물던 시절에 그려졌다고 합니다.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의 거주지와 이중섭공원과 이어지며,
제주석의 돌담길을 따라 좌우로 그의 거주지와 이중섭공원으로 나눠집니다.
마당이 딸린 작고 나지막한 초가집의 오른쪽 구석 쪽방에서
이중섭화가의 네 식구가 피난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문턱을 넘어서면 솥을 얹을 수 있는 자그마한 아궁이 안쪽으로
1.5평 남짓의 조그만 방 한 칸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사람 눕기도 편치 않아 보이는 작은 방에서 일본인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 네 식구가 세 들어 살았다고 합니다.
이중섭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도
이 작은 방에서 가족끼리 몸을 부비며 살을 맞대고 오순도순 지내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답니다.
초가집 오른쪽의 작은 구석방, 한 평 반이나 될까?
저 작은 단칸방에서 화가 이중섭의 네 가족이 피난시절을 보내며 작품활동을 했었습니다.
이중섭의 거주지와 접하며 조성된 이중섭거리에는
다양한 공예품을 판매하는 공방들이 줄지어 있고 아트마켓도 열리기도 하고요.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예술 소품을 감상하며
은지화 그리기 체험과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물며 산책하였던 길을 따라 "작가의 산책길"을 조성하였습니다.
이중섭공원과 이중섭미술관을 출발해 동아리 창작공간, 기당미술관, 자구리 해안,
소정방, 소암기념관으로 이어지는 4.9km의 코스의 산책길은 약 4시간이 소요됩니다.
일정한 인원과 조건이 맞으면 문화해설사와 함께 작가의 산책길을 탐방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사전에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제주도를 흔히 삼다(三多)의 섬, 삼무(三無)의 섬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예로부터 바람, 여자, 돌이 많다고 하여 삼다도라고 불렸다고 하는데요.
바람이 거센 지역이다 보니 바다 일을 나간 남자들이 많이 죽었고
외세의 침략이나 우리의 근대사에서도 제주 남자들의 수난이 끊이질 않았지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바람과 돌은 여전히 많아 보였지만 최근의 인구조사에 의하면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기에 제주도가 여자가 많은 섬이라는 것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생산한다는 잘 나가는 생수의 이름이 삼다수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요.
삼무도라는 표현도 있지요.
도둑과 거지, 대문이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마을 사람들끼리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고,
힘들면 서로 돕다 보니 거지가 없었고, 도둑도 뭐라도 훔치고 나면 작은 섬에서 금방 발각이 되었을터이니,
혹은 딱히 훔칠만한 변변한 물건도 없었으니 도둑이 생겨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테고,
도둑이 없었으니 대문 또한 필요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답니다.
육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거지, 도둑, 대문 셋 다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아직은, 대문 없이 나무 하나 두 개 걸쳐놓은 집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옛 선인들도 아름다운 제주도에 반해 섬을 대표할 만한 경승지와 절경을 선정하여
이름을 짓고 철따라 두루두루 찾아다니며 칭송하였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숙종 때에 제주목사로 왔던 이익태(李益泰)(1694년 도임)는
조천관(朝天館), 별방소(別防所), 성산(城山), 서귀소(西歸所), 백록담(白鹿潭), 영곡(靈谷), 천지연(天池淵),
산방(山房), 명월소(明月所), 취병담(翠屛潭)을 “제주십경(濟州十景)”으로 꼽았으며,
그 뒤에 제주목사로 왔던 이형상(李衡祥)(1702년 도임)은
한라채운(漢拏彩雲), 화북재경(禾北霽景), 김녕촌수(金寧村樹), 평대저연(坪垈渚烟), 어등만범(魚燈晩帆),
우도서애(牛島曙靄), 조천춘랑(朝天春浪), 세화상월(細花霜月)을 제주팔경으로 꼽았답니다.
이형상이 선정한 제주팔경은 한라채운(漢拏彩雲)과 어등만범(魚燈晩帆)을 제외하고는
제주도의 동북쪽에 치우쳐 있지만 이익태가 단순히 열 곳의 지명만을 열거한 것에 비하여
이형상은 지명 뒤에 구체적인 볼거리를 밝히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에 그대로 답습된니다.
순조, 철종 시대의 오태직(吳泰稷)은
나산관해(拏山觀海), 영구만춘(瀛邱晩春), 사봉낙조(紗峯落照), 용연야범(龍淵夜帆),산포어범(山浦漁帆),
성산출일(城山出日), 정방사폭(正房瀉瀑)의 8곳을 선정하였으며,
조선 헌종 때 제주목사로 왔던 이원조(李源祚)도 역시 열 곳을 선정하였는데,
영구상화(瀛邱賞花), 정방관폭(正房觀瀑), 귤림상과(橘林霜顆), 녹담설경(鹿潭雪景),
성산출일(城山出日), 사봉낙조(紗峯落照), 대수목마(大藪牧馬), 산포조어(山浦釣魚),
산방굴사(山房窟寺), 영실기암(靈室奇巖)을 절경으로 뽑았습니다.
출처 : 향토문화전자대전.
선인들이 뽑은 제주의 절경, 영주10경에 대한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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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도 제주의 명승지, 관광지와 일치하고 있고
제주도 전역을 대상으로 경승지를 영주십경으로 선정한 인물은
조선말의 지식인 이한우(李漢雨, 1818~1881)로 그가 선정한 영주십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산일출(城山日出) - 성산봉의 해돋이
사봉낙조(紗峯落照) - 사라봉의 저녁노을
영구춘화(瀛邱春花) - 영구(속칭 들렁귀)의 봄꽃
정방하폭(正房夏瀑) - 정방폭포의 여름
귤림추색(橘林秋色) - 귤나무 숲의 가을 빛
녹담만설(鹿潭晩雪) - 백록담의 늦겨울 눈
영실기암(靈室奇巖) - 영실의 기이한 바위들
산방굴사(山房窟寺) - 산방산 굴의 절
산포조어(山浦釣魚) -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고수목마(古藪牧馬) - 풀밭에 기르는 말
이한우가 선정한 영주십경은 이원조 제주목사의 선정과 매우 비슷하고
지어진 연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순서와 명칭에서도 약간씩의 차이가 보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한우가 영주십경을 배열한 순서입니다.
먼저 “성산출일” 다음으로 “사봉낙조”를 놓아 하루를 말하고,
그 뒤로 “영구춘화, 정방하폭, 귤림추색, 녹담만설” 사계절을 표현하였지요.
이렇게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뒤로는 변함이 없는 모습의 바위인 “영실기암” 과
속세와는 절연하고 영원의 진리를 추구하는 사찰 “산방굴사”에 주목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고기 잡는 모습(산포조어)과
풀밭에서 기르는 말(고수목마)을 보는 것으로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옵니다.
영원한 시간의 흐름과 변함없는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삶을
제주의 명승지 열 곳에 절묘하게 빗대어 놓은 것이지요.
그 뒤에도 이한우는 영주십경에 서진노성(西鎭老星 - 서진에서 보는 노인성)과
용연야범(龍淵夜帆 - 용연의 밤 뱃놀이)을 더하여 영주십이경(瀛洲十二景)을 만들기도 하였답니다.
이한우는 영주십경마다 시를 지어 찬양했다고 합니다.
1경 성산일출(城山出日)
동틀 무렵 성산 일출봉에 올라 바다위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봅니다.
산립동두불야성(山立東頭不夜城) 동쪽 머리에 서있는 산이 불야성 같더니
부상효색사음청(扶桑曉色乍陰晴) 해 뜨는 곳 새벽빛 잠깐에 어둠이 걷히네.
운홍해상삼간동(雲紅海上三竿動) 바다 위 붉은 구름 해를 따라 걷히니
연취인간구점생(煙翠人間九點生) 사람 사는 마을에 푸른 연기 솟는다.
용홀천문개촉안(龍忽天門開燭眼) 하늘 문에는 문득 용이 눈을 부릅뜨고
계선도수송금성(鷄先桃峀送金聲) 복사꽃 골짜기에서 닭 우는 소리 들리네.
일륜완전승황도(一輪宛轉升黃道) 둥근 해가 높이 솟아오르니
만국건곤앙대명(萬國乾坤仰大明) 온 세상 나라들이 밝음을 우러른다.
2경 사봉낙조(紗峯落照)
사봉은 제주시에 위치한 오름으로
저녁무렵 사봉에 오르면 붉은 태양이 한순간 붉게 퍼지며
바닷물 속으로 장엄하게 빠지는 낙조가 절경이랍니다.
수파홍사요벽봉(誰把紅紗繞碧峰) 누가 붉은 비단을 푸른 봉우리에 둘렀는고?
사양경각환형용(斜陽頃刻幻形容) 잠깐 해지는 사이에 모습이 바뀌었네.
신루변태번황학(蜃樓變態飜黃鶴) 신기루는 변하여 황학이 되고
경굴부광희적룡(鯨窟浮光戱赤龍) 고래굴에 뜬 빛 적룡을 희롱한다.
역력고촌연외수(歷歷孤村煙外樹) 외진 마을 나무 연기 너머에 뚜렷하고
의의원사월변종(依依遠寺月邊鐘) 아득히 먼 절 종소리가 달 가에서 들린다.
잠정일어동인전(暫停日馭同寅餞) 잠깐 해 수레 멈추고 송별 자리 함께 하여
기아부상효로봉(期我扶桑曉露逢) 부상의 새벽길에 다시 만날 기약한다.
3경 영구춘화(瀛邱春花)
제주시 오등동에 흐르는 하천 가운데에는
거대한 기암이 마치 문처럼 서 있고 맑은 시냇물과 함께 봄철이 되면
계곡 양쪽으로 언덕에 무리를 지어 피어난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답니다.
조선시대에 제주에 부임한 제주목사와 육방 관속이
봄이면 행차하여 풍류를 즐겼다고 하지요.
양안춘풍협백화(兩岸春風挾百花) 양쪽 언덕 봄바람에 온갖 꽃들 끼고 있고
화간일경선여사(花間一徑線如斜) 꽃 사이로 한 가닥 오솔길 비껴 있다
천청사월비홍설(天晴四月飛紅雪) 날 맑은 사월에 붉은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지근삼청영자하(地近三淸影紫霞) 선계 가까운 땅에는 붉은 이내 비친다.
영입계성통활화(影入溪聲通活畫) 그림자 잠긴 시내는 살아 있는 그림이고
향생선어격연사(香生仙語隔煙紗) 신선의 말소리만 들려 모습은 비단연기에 가렸다
청군수향상두거(請君須向上頭去) 청하노니 위쪽으로 올라가 보시오
응유벽도왕모가(應有碧桃王母家) 푸른 복숭아 열린 서왕모가 있을 터이니.
4경 정방하폭(正房夏瀑)
바다에 직접 떨어지는 폭포로 낙하수의 물보라에 의한 무지개와
인근 바다의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답니다.
급폭뇌성파정방(急瀑雷聲破正房) 거센 폭포 소리 정방폭포를 뚫으니
염운도사자연광(炎雲倒瀉紫煙光) 타는 구름이 거꾸로 자주 빛 연기를 쏟아 부었다.
설비삼복청산냉(雪飛三伏靑山冷) 삼복에도 눈이 날려 청산이 서늘하고
홍괘반공백일장(虹掛半空白日長) 긴긴 여름날 무지개가 허공에 걸렸네.
직도연천귀대해(直倒連天歸大海) 거꾸로 떨어진 물은 하늘에 이어진 채 바다로 돌아가고
횡류락지작방당(橫流落地作方塘) 땅에 떨어져서는 옆으로 흘러 연못을 만들었네.
내지보택종성우(乃知普澤終成雨) 마침내 비를 내려 널리 적셔주려고
진입신룡조화장(進入神龍造化藏) 깊숙한 곳 신룡이 조화 부리는 것을 알겠네.
5경 귤림추색(橘林秋色)
10월 중순 이후 절정을 이루는 노란 감귤과 가을바람이 빚어내는 정취는
단풍 일색인 다른 고장의 가을과는 사뭇 다르며, 특히 서귀포, 남원, 중문지역은
감귤 농원이 밀집해 있어 귤림추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황귤가가자작림(黃橘家家自作林) 누런 귤 집집마다 저절로 숲을 이루니
양주추색동정심(楊州秋色洞庭心) 동정호 가에 있는 양주인 듯 가을빛이 깊었네.
천두괘월층층옥(千頭掛月層層玉) 가지 끝마다 걸린 달은 층층이 옥이요
만과함상개개금(萬顆含霜箇箇金) 서리 먹금은 열매는 낱낱이 금이로다.
화리선인승학의(畵裏仙人乘鶴意) 그림 속에 선인이 학을 탄 듯
주중유객청앵심(酒中遊客聽鶯心) 술 취한 나그네가 꾀꼬리 소리 듣는 듯
세간욕치봉후부(世間欲致封侯富) 세상에 부귀영화 이루려 하는 사람들
저사주문도리심(底事朱門桃李尋) 무엇하러 권세가를 찾아다니는고?
6경 녹담만설(鹿潭晩雪)
해안지대의 유채꽃과 산등성이에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한 봄이 찾아와도
한라산의 정상은 아직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어서,
이처럼 산 밑 해변은 꽃과 신록이 무르익어 가는데도
여전히 흰 눈을 이고 사는 한라산을 녹담만설이라 하였답니다.
천장만설호징담(天藏晩雪護澄潭) 하늘이 늦도록 눈을 저장하여 맑은 못을 지키니
백옥쟁영벽옥함(白玉崢嶸碧玉涵) 백옥이 우뚝 솟았고 푸른 옥이 잠겼다
출동조운무영토(出洞朝雲無影吐) 아침 구름은 골짜기를 나오며 그림자를 토하지 않고
천림효월유정함(穿林曉月有情含) 숲을 뚫고 나온 새벽달은 정을 머금었다
한가경면미호분(寒呵鏡面微糊粉) 물 위에 찬 기운 부니 분을 바른 듯하고
춘투병간반화람(春透屛間半畵藍) 병풍 바위에 봄이 스미니 절반은 쪽빛이라
하처취소선지냉(何處吹簫仙指冷) 어디에서 피리 부느라 손이 시린 신선
기래쌍록음청감(騎來雙鹿飮淸甘) 쌍 사슴 타고 와 맑은 물을 마시는가?
7경 영실기암(靈室奇巖)
한라산 서남쪽으로 천연의 기암절벽 영실기암은
오백장군들이 마치 조물주의 호령에 부동자세를 취한 듯하며
사계절의 모습이 모두 장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실연하오백암(一室煙霞五百巖) 연하 덮힌 골짜기 오백 개의 바위
기형괴태총비범(奇形怪態總非凡) 기묘한 모습이 예사롭지 않네
승의보탑간운장(僧依寶塔看雲杖) 스님이 탑에 기대어 구름을 보는 듯하고
선읍요대무월삼(仙揖瑤臺舞月衫) 요대에서 신선이 달빛 소매로 춤을 추는 듯
한객궁하도범두(漢客窮河徒犯斗) 한나라 나그네 황하 근원을 찾다가 북두를 범하고
진동망해막정범(秦童望海莫停帆) 진나라 아이들 바다를 보며 배를 멈추지 못했네.
장군혹공신기루(將軍或恐神氣漏) 장군들은 하늘의 기밀 샐까 두려워
묵수영구구자함(墨守靈區口自緘) 신령한 곳 굳게 지켜 입을 다물었다
8경 산방굴사(山房窟寺)
산세가 험준하면서도 수려한 산방산의 중턱,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선과 주변 섬들의 빼어난 경치를 말합니다.
화공다교착청산(化工多巧斲靑山) 조물주가 재주 많아 푸른 산을 깎아내어
동설승문운엄관(洞設僧門雲掩關) 굴속에 절을 짓고 구름으로 빗장 걸었네.
연석건곤포상하(鍊石乾坤包上下) 돌을 다듬어 만든 천정과 바닥을 감쌌고
공침세계천중간(孔針世界穿中間) 침으로 뚫어 세상은 그 중간에 만들었네.
도현수색천년희(倒懸樹色千年戱) 거꾸로 매달린 나무는 천년을 희롱하고
점적천성만고한(點滴泉聲萬古閑) 떨어지는 물방울은 만고에 한가롭다
한탑향소쌍불좌(寒榻香消雙佛坐) 향기 가신 차가운 자리에는 부처 두 분 앉혔는데
기시병발학비환(幾時甁鉢鶴飛還) 어느 때나 큰 스님이 학을 타고 오실는지?
9경 산포조어(山浦釣魚)
제주의 관문인 산지포는 옛날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던 곳이랍니다.
지금은 제주항이 들어서서 흔적조차 없지만 지금의 측후소로 올라가는 길 밑에는
아름다운 모양의 홍예교가 있었고 홍예교 밑 깊은 물에는 은어가 뛰어 놀았다고 합니다.
양양경사출조어(兩兩輕槎出釣魚) 짝지어 고기잡이 나가는 가벼운 떼배
해천일색경중허(海天一色鏡中虛) 하늘 바다 한 색으로 거울 속 허공이라
낙화비서춘화후(落花飛絮春和後) 꽃 지고 버들 솜 날리는 따스한 봄날
녹수청산우헐초(綠水靑山雨歇初) 푸른 물 푸른 산에 비가 막 개었다.
하의연운수왕반(何意煙雲隨往返) 연기 구름은 무슨 뜻으로 가고 오는고?
다정구로망친소(多情鷗鷺忘親疎) 다정한 갈매기는 친소를 잊었구나.
여금차경수고수(如今此景輸高手) 지금 이 경치를 좋은 솜씨에 맡긴다면
응작인간미견서(應作人間未見書) 세상에서 못 보던 글을 지을 것인데
10경 고수목마(古藪牧馬)
제주도는 예부터 말을 방목하여 한양으로 진상하던 곳입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한라산 중턱의 탁 트인 초원지대에서
수백 마리의 조랑말이 떼 지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제주만의 매력이랍니다.
운금재래각색구(雲錦裁來各色駒) 구름 비단을 마름질한 듯 각색의 망아지들
청규자연우신부(靑虯紫燕又晨鳧) 청규마 자연마 또 신부마일세
도화세우행행접(桃花細雨行行蝶) 복사꽃 가는 비에 날아드는 나비 같고
방초사양갈갈오(芳草斜陽渴渴烏) 향기로운 풀 지는 해에 목마른 오추마라
무습반모개변호(霧濕班毛皆變虎) 안개 젖은 무늬 털은 다 호랑이 같고
풍비황렵각의호(風飛黃鬣各疑狐) 바람에 날리는 누런 갈기는 여우같다.
투편욕소동서예(投鞭欲掃東西穢) 채찍을 휘둘러 세상 더러운 것 쓸어버리고자
수유경륜만복주(誰有經綸滿腹蛛) 거미 배에 가득한 경륜 누구에게 있을까?
출처 : 향토문화전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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