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에서 시의 습지를 노닐다 |
광주 너른고을문학, 시인 30명 경안천 습지공원에 시화전시 |
고승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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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둥지의 둥지라지/ 비바람 부는 날에도 꺾일 수가 없다지/ 저를 철썩 같이 믿는 둥지들이 있어서/ 주둥이를 포개고 잠든 새들이 있어서/ 성근이빨 딱딱 부딪치면서도 나무는/ 갈비뼈 하나 우두둑 꺾이면서도 나무는/ 아직은 꺾일 수가 없다지/ 새끼 쳐서 객지로 떠난 새들/ 혹여 언제 또 날아와 둥지 틀지 몰라서/ 동구 밖 먼 길 내려다보며/무소식이 희소식이어서/ 고향엔 빈 둥지를 얹은 나무들/ 까막까막 늙어가고 있다/ 하늘을 훤히 읽고 있다. 이종남 시인의 ‘아직은, 나무’
▲ 곳곳에 시화가 설치된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 © 시티뉴스 | | 팔당이 규제를 잉태한 원죄를 안고 있기는 하나 그 주변,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의 풍광만큼은 부박한 일상의 무게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래서 더욱 사랑해야 할 자연의 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이미 사랑하고 있는 생태공원이기에 향토 시인들 눈에 비친 습지공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시가 되고 시조가 되고 시상의 샘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 시인들이 마침내 생태공원을 예찬해 그동안 갈무리해 온 시 30편을 그림에 담아 습지 생태공원 탐방로 곳곳에 시를 뿌렸다. 생태공원이 곧 시인의 마을이고 시의 늪이 됐다.
너른고을 문학(지부장 이종남. 한국작가회의 경기광주지부)은 최근 시조 시인인 남재호 문화원장을 비롯 이종남 허정분 등 대표적인 향토시인 30명의 시를 엄선, 시를 화폭에 담은 시화를 제작, 습지공원을 시 꽃이 피는 공원으로 단장했다.
작년 15편의 시화를 설치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지난 3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엄선한 시 30편을 가려내 마침내 공원 산책길 곳곳에 오두마니 시화를 설치한 것.
이 시화는 우기나 강렬한 햇빛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특수 방수처리 한 목재로 제작, 사계절 내내 이 곳을 찾는 탐방객들이라면 누구나 시인의 마음에 동화될 수 있도록 했다.
오래전부터 철새들이 안식처로 점지해 논 이곳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에 흩어진 심상을 추스르고 다듬게 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 제공된 셈이다.
▲ 시조시인인 청파 남재호 문화원장이 시화를 보며 시상에 흠씬 취하고 있다 © 시티뉴스 | | 광주의 대표적 문학 동아리인 너른고을문학은 이제 물이 차면 버젓하게 개장식을 하게 될 중대동 물빛공원에도 멋들어진 시화를 제작, 설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어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에 이어 제2의 자연 속 시화전시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향토 시인들의 아름다운 수고가 있는 한 너른고을 광주의 향수는 애잔한 늪이 되고 물빛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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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7/09 [16:32] 최종편집: ⓒ 시티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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