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 비밀카페에서 펌질입니다.
글이 깁니다.
이 싯점에서 결정허세요.
끝까지 보시고 "웩~ 눈버리고 시간 버렸다!!" 하지 마시고....
백일도 포구의 요트 캐빈에서
새벽에 몇 번을 잠을 깼다가 다시 잠을 청한 후
눈을 떠 보니 6시..
서둘러야 했습니다.
전날 밤 물에 젖어 겨우 수신만 되는 핸드폰으로
술친구에게 전해 들은 물때로는
2011년 8월 21일 해남 인근 간조시각 9:40분, 만조시각 15:58분..
그렇다면 9시40분까지는 진도 울돌목으로 치고 올라가는
밀물을 잡아 타야 한다는 이야기..
항해유를 보충하고 세일중 챙겨야 할 부분을 모두 점검한 후
아직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는 상황에서
백일도 항구를 출항했습니다.
출항시각 6시 30분...
아직은 여명입니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바람은 수줍은 손님처럼 간간히 불었다 저뭅니다.
어젯밤에는 땅끝마을이 무척 가까워 보이더니
인근에는 양식장 어구로 완전 지뢰밭입니다.
어떤 곳은 수로 15미터 정도를 남겨두고
온 바다가 빽빽히 어구들입니다.
급한 마음에 어젯밤 어두운 바다 위를 달렸었다면..
땅끝마을로 알고 있던 곳을 가까이 다가가다 보니
어?
땅끝마을이 아닌 듯 합니다.
예전에 땅끝마을에서 포구 바로 옆에 쌍둥이 섬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157E3B594E53267528)
제가 알던 쌍둥이 섬입니다. 사진은 '땅끝마을'이라는 사이트에서 퍼왔습니다.
그 쌍둥이 섬이 안보입니다.
산 위에 땅끝 전망대는 보이는데...
전날 밤부터 라이터나 가스렌지가 작동이 되지않아 담배를 못피워서
기어이 땅끝마을에 상륙해서 라이터를 구입해야 합니다.
아마도 모퉁이를 돌면 내가 알던 땅끝마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퉁이를 돌았더니....
이런....지나쳐 버린 곳이 땅끝마을 맞습니다.
갑자기 담배를 너무 피우고 싶어집니다.
어장에서 일하는 배 곁에 요트를 갖다 대고 불을 빌릴까도 생각해 봅니다.
해도를 참 잘본다고 나름 자부했는데
한참을 가다 보니 방향이 헷갈립니다.
해도를 들여다 보며
나름 짐작으로 어불도라는 섬이라 생각하고
일단 라이터를 구입하기 위하여 섬의 항구로 진입했습니다.
세일을 접지 않고 항구로 요트를 대니
주민이 나와서 반깁니다.
사연을 듣더니
"담배 안피우는 사람은 그 마음 모르지라~
어허허허....일단 담배를 한 대 피우고 가시쇼~
수퍼는 쪼오기 수협어판장 뒷편에 있응게요"
하면서 라이터를 내 앞으로 들이밉니다.
항해 중에는 손에 물이 자주 뭍기에
라이터도 300원짜리 물에 약한 것은 안됩니다.
물에 안뭍고 불을 붙일 수 있는 500원짜리 두 개를 샀습니다.
빵 한 봉다리와 어제 오후부터 깜박거리던 gps용 AA건전지 두 개도 샀습니다.
정박지 바로 앞에 위치한 해양경찰 출장소에 들어가
바로 출항할 것이라고 통보를 하고
요트로 돌아오니 요트 앞에 주민 세 사람이 앉아서 이야기 중입니다.
빵 봉다리를 뜯어 하나씩 건네면서 드시라고 했더니
참 오랜 친구처럼 받아서 입에 넣습니다.
"어불도요?? 아니요...여기는 어란진항이요~
어불도는 바로 앞에 있는 저 섬이 어불도요~~"
어불도로 착각하고 들어간 어란진항..어불도와의 거리는 무척 좁게 느껴지고 지도에 안보이는
표지시설과 등대가 있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키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해양경찰서 출장소에서 다시 확인해 본 물때표는 9시 30분이 간조입니다.
GPS로 시간을 보니 정확히 9시 30분..
지금부터 남쪽으로 부터 바닷물이 북쪽으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할 겁니다.
급하게 닻을 올리고 시동을 걸어 항구를 빠져 나와 왼편으로 돌아 나갑니다.
멀리서 하 삼마도가 보입니다.
하삼마도를 향해 키를 잡고 진행하는데....
오호라....땅끝 앞바다 만큼은 아니더라도
여기도 만만치 않게 지뢰밭입니다.
아니...무이파로 인해서 많이 파손되어서 그렇지
무이파만 아니었으면 한참을 버벅거리며 항해할 뻔 했습니다.
양식장 부이에 달려 있는 미역줄기가 북쪽을 향해서 너울댑니다.
물길이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쟁터를 향해 말달리는 군사처럼 엉덩이 들썩 가슴 벌렁입니다.
백일도에서 평균 3.5노트 정도의 속도로 3시간을 걸려 어란진까지 갔는데
어란진을 벗어나 해류를 타니 점차 속도가 높아 집니다.
4.0....4.2....4.5...5.0...드디어 6노트를 넘어 섭니다.
벽파항 가까이에서는 7.6노트를 기록합니다.
캐빈 내에 담배가 몇 갑 있지만
호주머니에 있는 담배갑에는 달랑 한 개비만 남았습니다.
진도대교를 지날 때 기념으로 피우려고 남겨 둡니다.
그러나...
또 해도를 잘못보는 오류를 범합니다.
열심히 콤파스 각도와 방위를 추정해 보고 해도와 대입해 봤더니
녹도 등대 인근에서 서쪽...그러니까 진도 쪽으로 진도대교가 있는 것으로 알고
계속 진행을 하였는데
어느 순간 다리 하나가 오른 편에 뜨윽 하니 서 있는 겁니다.
어라?
다리를 한 번 쳐다 보고 해도를 쳐다 보고...다시 콤파스 각도를 확인해 보고..
오른 편 해남반도에는 다리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해도에 나옵니다.
아하..바로 저 다리가 꿈에 그리던 바로 그 진도대교로구나!!
자세히 보니 방송에서 봤던 조력발전소도 보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1B1B564E53238E2F)
진도 대교 직전의 바다는 소용돌이 칩니다. 세계에서 가장 물살이 빠른 곳 중에 하나라고 하여 꼭 한 번 통과하고 싶었던 곳!!
말로만 듣던 조류의 세기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고 싶었던 마초의 꿈!!
(사진은 동래정씨 대구경북화수회 카페의 청수 정명남님의 작품입니다)
드디어 진도대교 밑을 지나갑니다.
진도대교는 아무 생각없이 수도 없이 지나다녔지만
일본 간몬대교 아래의 유속에 결코 지지 않는
지옥의 협곡, 간난의 수로 울돌목!!
홀로 요트를 타고 꿈에 그리던 지옥의 계곡을 지나려니 가슴이 떨립니다.
진도대교 통과시간 12시 23분
어란진을 출발한 지 3시간 만입니다.
조류의 도움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항해궤적입니다. 백일도에서 어란진까지 3시간 항해거리가
어란진에서 진도대교까지의 3시간 거리 절반에도 못미칩니다.
감격에 담배를 피워 무는 순간....
뒤에서 뿌앙뿌앙~ 하는 경박한 소리가 들립니다.
돌아 보니 해양경찰서 대형 구조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요트 바짝 옆으로 지나갑니다.
이런.......시베리아들...
다시 감격을 추스리려는 순간...
이번에는 묵직한 뱃고동 소리가 들립니다.....부으으으엉~~~
쾌속선 '핑크돌핀'호 입니다.
카타마란형의 쾌속선입니다.
아..........짜증나....
요트의 출렁거림이 잦아들 때를 기다려 GPS를 보니
속도가 무려 12.6노트를 기록합니다.
대기록입니다.
밀물타기작전 대~~ 성공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EFE564E53238F29)
고요하게 보이는 진도대교 밑 울돌목..
조류의 빠르기는 극대화되어 그 고요함 밑에서 움직임을 더해 갑니다. (역시 사진은 청수 정명남님의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진도대교를 벗어나도 성취감과 만족감, 행복감의 여운이 가시지를 않습니다.
등대를 돌아 임하도를 지나니 멀리 시하도가 보입니다.
서녘 하늘이 번히 밝아 옵니다.
비구름이 걷혀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느긋이 콕핏에 반쯤 드러누워 발로 키를 까닥까닥 조종하며
여유를 즐깁니다.
오후 5시부터는 직장 근무입니다.
바람은 적당히 북북동에서 불어 주어
속도는 4노트 전후를 왔다갔다하는데
머리에서는 분주히 정박예정지를 고릅니다.
블랑코비치 앞 바다에??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CC 위에??
근무시작하기까지 아직 두 시간이 남았습니다.
벌써 시하도를 지납니다.
멀리 압해도 뒷편 하늘의 푸른 색이 드러납니다.
결국 목포 북항에 정박하기로 마음 먹고 엔진 스로틀을 높입니다.
북항 1.5키로미터 전..
앙카를 내리고 세일을 정리하였습니다.
북항 항내를 천천히 진입하며 정박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맞은 편에 빈 곳이 있습니다.
스피드 보트 옆에 닻을 내리고 정박을 마쳤습니다.
햇살이 따갑습니다.
해양경찰서 북항파출소에 입항신고를 하고 나니
근무시간 30분전....
급히 택시를 잡습니다.
첫댓글 아~!!! 태루님은 못하는것이 없는 맥가이버 같습니다 ㅎㅎ 아주 오래전 친구처가가 어불도라서 지도에도 잘나와있지 않은 어불도에 가본적이
있습니다..섬뒤편 언덕아래 절벽의 깍아지린듯한 바위들이 인상깊었었지요...아뭇튼 멋지게 사십니다요....
못하는 것 많지만 호기심많고 위험한 짓 골라 하는 위험인물입니다...ㅎㅎㅎ
이틀 동안 항해하면서 입술만 부르텄네요.
하늘이 도운 것 같습니다.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었는데
의사가 햇빛을 보면 안된다고 했거든요.
이틀 동안 억수같이 비만 맞았으니 완전 행운아 같습니다.
조류를 타기 위해서 서두르느라
어불도 구경을 못했네요.
어불도도 좋지만 신안의 섬 중에는 멋지고 기묘한 곳이 참 많습니다.
술친구 꼬드겨서 자연산 더덕 캐러 섬으로 댕겨봐야 겠습니다.
....근데 술친구 마눌이 요트라고 하면 원자폭탄보다도 더 무서워 하는디....
아무래도 거짓말을 하라고 해야 겄구만요...이히히히
아주 멋진 배사진도 보여주시지 ^^ 꼭 다음에 같이 찍어서 보여주세요 멋진배를 ~~~
정박하는 곳마다 한 군데씩 상처가 나서
상처투성이인 배에요.
어제는 밤 늦게 요트에 가서 갑판 솔질을 해 대는데....
으찌나 때가 절었는지 닦이지도 않아요.
어? 근데 지난 게시물에 요트 사진을 담았던 것 같은디요잉?
바람은 수줍은 손님이라~~ 가을의 정취를 느낍니다. 석양이 아름다운 바닷가 노을을 보며 한 잔 술이 생각난다. 크.. 멋져부러...내 조금은 늙어버리면 바닷가에서 작은 선술집을 하며 여생을 마감하리라.. .ㅎㅎ
전날 북북동풍이 불고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이런 날 조난을 당하면 해양경찰이 아무리 빨리 온다고 해도
저체온증으로 큰 일 당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쓰신 글 읽어 본 중에 맘에 드는 대목만 꼭 떼어 내서 말씀 드린 겁니다. ㅎㅎ 좌우당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체력은 국력입니다. 몸에 좋은 거 두루 찾아 드시면서 다니십시오.
아~ 진도대교 지날때 기념으로 담배 한 대??? ㅎ~~
직장근무 시각 맞추시려고 바다에서 뛰셨네요......
조마조마 숨도 크게 못쉬고 읽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면
제 기쁨이고 보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멋지시네요 부럽사옵니다.
그리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은 항해 내내 캐고생입니다.
다녀갑니다 늘 행복하시고 멋진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멋진 날 되세요~
(한 자라도 지지 않으려는 건방덩어리 태룹니다!!)
처칠하고만 씨름하시는 줄 알았더니 바다하고도 씨름하시네요. 감성과 멋진 시각으로 본 바다 잘 보았습니다. 그래도 항상 조심히시구요~~~
저는 조심허는디
날씨와 파도..지형지물이 안도와 주믄 절해고선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란 참으로 약한 존재라는 것을
바다에 나가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약한 것을 뼈저리게 알면서 덤비는 물나방입니다~~~
육지길도 몰라 헤매고 다니는데 바닷길을 어찌 알고 그리 찾아 다니시는지...대단 하십니다...
바닷길도 버벅댔습니다요~~~
고진감래... 이럴때 쓰는말 맞는거죠 ㅎㅎㅎ 즐거운 항해를 마치셨군요. 그나저나 부모님이 주신 몸을 잘 간수하셨다가 담에 뵐때 걱정듣지 않도록 하심이~~~~~
울 엄니는 내가 원래 그런 놈인 것을 알고 있슴다.
고생꺼리만 찾아 다니며 부대끼는 것을요..
뭐....50넘어까지 요로코롬 짱짱한 몸을 유지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또 오토바이로 남조선 한 바퀴를 돌아 볼까나
아니면 윈드서핑으로 애초 계획했던 제주까지의 항해를 해 볼까나 고민 중임다.
이러다 건물은 언제 다 짓나???
아...태루님 글 아침에 일다가 먼말인지 몰라서 다시 읽고서 글씁니다.. 정말로 대단하신분 같습니다 우리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을 하고 다니시니 .. 하여간 부럽습니다
아참...글 중에 간조, 만조, 세일, 집세일 같은 전문용어가 있지요.
제 비밀카페에 올리는 글이다 보니 그냥 용어를 그대로 썼는데
앞으로는 괄호 열고 풀어 써야 겠습니다.
조금 별스러운 점이 있기는 합니다.
또 그것을 잼나다고 홀랑 빠져 사니.....
울 엄니 살아 계시는 동안 속 많이 썩으셨지요.
에구..태루님 그람 지가 겁나게 미안혀서 우짠되유..안그래도 되유..걍 두번 세번 읽어번지먼 된디... ㅎㅎㅎ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은 것 같아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태루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세요 넘넘 부럽습니다.
근데, 처칠은 어디에? ㅎㅎ
처칠의 행방은 1부 '빗 속에 바람 속에'라는 글에 있지요~~~
잘 찾아 보셈~~
지금은 처칠....궁딩이 보이고 드러 누워 있네요.
은제나 네 가지 읎는 놈...
감히 쥔장에게 궁딩이 보이고 드러 눕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