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에 걸쳐 항암, 2차례의 수술, 방사선이 드디어 종결되었다. 돌아보면 더운 여름 에어컨도 안켜고 집에서 항암시기를 견디고, 근육통이 심하면 약을 먹으며 지나갔다. 방사선은 다른것에 비하면 큰 불편함 없이 지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보면 나 말고도 이렇게 같은 질병의 환자가 많다는 걸 보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이제는 내 건강을 되돌아볼 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가장 두려운게 재발이기 때문이다. 수술을 앞두고 전절제를 할까 부분절제를 할까 참 많이 고민했다. 고심 끝에 부분절제를 선택했고, 수술후에도 암 세포가 경계면에 나와서 한번더 수술대에 올라가야 했다. 그렇지만 내가 한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아직도 날 보면서 짧은 머리땜에 빡빡이라면서 늘 놀려댄다. 이제 제법 자란 머리댐에 잔디라고도 하며 나와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난것에 행복해한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받기만 하다가 베풀줄 아는 거라던데 이제야 그 말을 이해할수 있게 된다. 그래도 가장 많이 웃게해 주는 우리 아들의 존재에 하나님께 늘 감사드린다.
남편과는 더 관계가 소원해진다. 원래 무뚝뚝한 남자인데다 “경제” 관념이 예민해서 늘 손해보지 않게 치밀하게 따진다. 무급으로 생활비 절반을 주지 않자, 방사선 치료 도중에는 내 치료비는 내가 결재하라면서 남편 카드를 가져갔다. 내 마이너스 통장을 안쓰는게 싫은 것이다. 기대를 하지 말고 살자. 그래도 양육비 받는 것 보다는 낫다고.. 그동안 부부 세미나도 다녀보고 상담도 받아봤지만 별로 소용이 없다. 이제는 내가 먼저 양보해야지 하다가도 이번 병을 치료하면서 마음이 많이 다쳤다. 이로 인해 내 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하루종일 아이 학교보내고 영어학원으로 수영장으로 챙기고 또 학교 숙제시키느라 시름하는데…남편은 11시 넘어 들어와서 TV만 보다가 말 한마디 없이 자고 나간다. 본인도 얼마나 재미없고 힘들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괘씸해서 들어오기 전에 불끄고 모른체 하며 지낸다. 그러면서 마음은 이게 아닌데..하고 있다.
인간은 참 어리석은 존재이다.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지금도 가장 힘든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것인지 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라고 아들에게도 말하지만 현실은 왜 이렇게 각박하고 재미가 없는지.. 남편의 존재감 없이 사는 것은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 그냥 받아들이자. 이런 남자를 만난것도 내 운명.. 이렇게 속상한것도 내 현실.. 그렇지만 미래는 내가 바꾸어 나가자. 잘 해주자..그냥 잘해주자..아무 조건없이 잘 해주자.. 죽음 앞까지도 갔었는데 이런것에 의연해 져야 한다고.. 죽다 살아난 인생이니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제 3월에는 CT 촬영으로 몸 전체를 다시 스캔해서 검사한다. 검사를 할때마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사는게 뭐 있냐..그냥 재밋게 살다 그리고 웃으면서 가면 되는거지... 그래서 요즘은 좋은 책들을 보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다시금 각성하기도 한다. 1년간의 휴직으로 우울해지는 맘을 달래려고 그동안 안배웠던 한식요리, 사찰요리도 배워서 요리하는것도 나름 자신이 붙었다. 그리고 일본여행을 위해 취미로 일본어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이번 달에는 병원에서 무료로 하는 요가와 스트레칭 관리 프로그램도 해볼 생각이다.
이제 곧 직장에 복귀한다. 성공을 위해 살아왔던 지난 날들,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줄 여유도 없었지만,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다. 인생은 내가 욕심 부릴수록 더 힘들게만 꼬인다. 그걸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의사 한분이 수술 방법으로 고민할 때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암은 수술 방법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이후 관리가 중요한 것이라면서…
나는 지금도 나무만 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속에서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고...하지만 언젠가는 숲을 보는 날이 오겠지하며 위안을 삼는다.
첫댓글 그간 수고 많으셨어요 . 토닥토닥. 아팠던 시기에 가족의 소중함도 느낄수 있었지만 결국 혼자더라는 생각도들었고. 나자신이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무장되고 행복해야되겠더라구요. 이젠 든든한 하느님빽도 생겼구요. 많이 웃으려고 웃음강좌. 개그공연 소극장도 자주 가게되요. 우리.. 자신을 많이 사랑하며 살아요. ^^♥
개그공연 좋네요.. 대학로에 자주 나가봐야 겠어요..ㅎㅎ
많이 공감이 가네요~ 저도 수술후 바뀐게 내
자신에 투자 하는겁니다
전 시댁에 제 마음이 다쳐버렸어요~
내가 아프면 나만 손해인데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요 재발전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 체중
조절중이에요~
식이요법과 운동 왕뜸 하면서 다른데는 신경
안써요~누구보다 내 자신이 소중해요~
남편에게 무조건 잘해주는거에 전 반대에요~
넘잘해주면 그렇게 길들여져서 못한거에
섭섭해하더라구요~말할건 하면서 사세요~
넵.ㅋㅋ..글쿠 체중조절 꼭 성공하세요. 저도 5kg 감량이 목표랍니다.
전 20키로 감량 목표 지금4키로 감량했어요~~
운동하고 제가먹는 식단준비하고 왕뜸하고 하루가 금방가요~ㅎㅎ
힘내세요~이제부턴~소중한자신~챙기구요♥이젠좋은일만생기실꺼예요~ㅎ전이제 항암1차했는데~부러워요~ㅋ
암이 오면서 새삼 느끼는 건 '절대 고독', 그 누구도 나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의 고독을 알 지 못할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아픈 내가 가족에게 짐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남편 또한 현실이 버거운가보네요. 이젠 착한 여자 하지 마세요. 그 것때문에 병이 왔는데....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어요.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삶, 그 길을 찾기 바라며...
절대 동감합니다.
남편얘기가 나오면 참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마음비우자 다른사람에게 봉사도하는데.. 그냥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으면 상처를 덜 받으니 없다셈치고 살자 없는거보다는 낫지않느냐 자신을 매일 세뇌시키지만 막상 얼굴만보면 도대체 내 이성은 어디로 증발해 버리는지.. 그래도 부부 상담이라도 받아보셨다니 부럽네요 전 그런거받아보는게 소원인데.. 언제나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사랑하심과 불보살님들의 자비심안에서 내가 비워지고 비워지고 또 비워져서 앞으로 무슨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심하게 저항하지않고 그 모든것을 다 수용하게해주세요--혜민스님말씀이세요 앞으론 좋은 일만 생길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세상엔 남편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이가 많으니까요
남편은 내편이아닌거여요
저도 우울증에 힘들다 깨우쳤어요
기분전환겸 일본북해도여행하면서 다 내려놨더니 편해요
동병상련..힘이 납니다.
10개월간 치료를 잘 견디신거 알겠네요 웃음을 주는 아들과 변함없이 외롭게하는 남편. 가족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드는 건 똑같네요. 직장나가시기전 요리도 배우시고 애도 챙기시고 보람있게 보내셨네요 저도 이제 투병 5개월째,돌아갈 직장도 없는데 어떻게 잘 지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꺼같네요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만족감을 찾는게 우리에게 중요한것 같아요. 전 가스펠송 부르면서 감사하는 마음 가지려고 노력해요
남편보다 몇수위의 삶을 사시네요..측은지심으로 생각하고 사셔야 되겠어요..아픈아내의 생활비 반..이해하기가 힘드네요..님의 초긍정적 삶이 님의 건강을 반드시 지켜줄꺼예요..현명하시분같네요..그 삶안에서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맘을 비우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우리 암환자들의 맘들은 참 큰것 같아요. 늘 양보하는 맘 배려하는 맘..이런 가녀린 맘의 상처가 암이 되는것 같아요..힘내세요..늘 우뚝섭시다.무소의 뿔처럼...힘내세요..
그간 힘드셨죠?
이제 건강만이 함께하실거에요~~^^
힘내세요!!응원기 팍팍
복직하셔서도 관리 잘하세요
복직하시더라도 건강조심하세요. 전 오늘 마지막 출근하네요 ㅜㅜ
빨리 복귀 하세요. 집에 있을 때 보다 좋은 점도 많아요
전직장 그만둔지 한달만에암을 알았어요. 이제 항암8차 막끝나고 방사선 들어가요. 남편이란 항상 입으로는 신경써준다고 해도 행동으로는 안하더라고요. 한번얘기해도 그 한번뿐 일일이 얘기하면 자꾸 잔소리만 되니까 앓느니 죽지....도를 닦는다 샘치고 이젠 나나 챙기려구요.산소여자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본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저도 그동안 저 자신을 넘 생각안했다싶어요. 이젠 이기적이 좀 될려구요. 화이팅!!!
이제 항암 시작해요. 치료 마치셨다니 축하드리구요. 저는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 보는걸로 감동이네요. 남편에게 기대하지 말라는말. 혼자 외로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들 쏙 박히네요. 힘내세요
사랑하는 남자는 여자를 위해서 나머지 10센트까지 쓴다고 하는데..남편들이 너무 계산적이죠?? 그래도 힘내세요. 그들은 그들이니까요
남편분 때문에 기분이 많이 우울했겠네요. 남편분이 아직 젊어서 생각이 짧어서 그럴꺼예요 그래도 잘 이겨내세요 전 다 큰 자식들때문에 서운할때가 많드라구요 자식들이 제맘같지가 않드라구요 나혼자 이생각저생각하다 슬퍼하다 울다하다 다시금 마음잡고하고있어요 마음을 비워야 내건강에 도움이 될까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그나마 남편이 56살 되다보니 마누라 걱정은 자식보다는 났드라구요 젊었을때 자기가 속많이 썪여서 마누라 병생겼다고 자식보다는 잘하네요
아마 댁 남편도 나이먹어서는 지금일을 후회하고 잘할꺼라 생각해요 아무쪼록 힘내자구요
산소여자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관리가 중요하다는데...저두 어떻게 관리를 해야되는지..모르겟어요...
전 ..걍 더 많이 웃으면서 살려구요..사실 치료하느냐고 바뀐 생활이 아직도 전 적응이 안되어요...
어여~적응해야 더 건강하게 살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산소여자님 그동안 거시기(나쁜모든것들)한것들 모두 다 털어버리시구요...환한 봄......밝은 봄...맞이해보아요~파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