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를 건설중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사현장에 설치된 지하수 관정을 제대로 폐공처리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진애 민주당 의원과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 고촌물류단지(김포터미널)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에서 포클레인을 동원해 땅을 파보니, 폐공처리가 되지 않은 지하수 관정 2개가 확인됐다. 지름이 각각 150㎜, 200㎜ 크기인 2개의 관정은 준설토가 쌓인 공사현장을 2m가량 파들어가니 나왔다. 지하수 관정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 150m까지 땅속에 꽂아 넣은 관으로, 사용이 끝나면 지하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시멘트로 봉합해 폐공처리해야 한다. 관정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염물질이 관을 타고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가 빠르게 오염되기 때문이다.
특히 물류단지 공사현장에는 김포시청에 신고된 관정 26개와 농민들이 신고하지 않은 채 임의로 설치한 관정 등 모두 170여개의 관정이 있는데도 물류단지 공사 시행사인 수자원공사는 2개의 관정만 폐공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김포시청에 관정 처리 실태를 문의하자, 시청 관계자는 “공사 지역에 정식으로 신고된 26개 관정 가운데 폐공처리 신고가 된 것은 2건”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자원공사는 “미신고 관정이 많아 위치를 제대로 알 수 없었고, 20m 깊이로 겉흙층까지만 판 관정이 대부분이어서 따로 폐공처리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포시 고촌읍 주민들은 170여개의 관정 위치 등을 담은 ‘지장물 보상 신고 자료’를 수자원공사에 제출한 바 있어, ‘관정 위치를 알기 어려웠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20m 깊이로 낮게 묻은 관정은 폐공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 지하수법 15조에는 ‘지하수 개발·이용이 끝나면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 깊이에 따른 처리 규정은 별도로 없다.
수자원공사가 이처럼 지하수 오염 위험을 방치한 채 공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 등에선 올해 상반기에 보 건설이 사실상 완료되는 ‘4대강 사업’과 속도를 맞추려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시 관계자는 “경인운하는 애초 2012년 안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올해 10월까지로 공기가 단축됐다”고 전했다. 김진애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공기를 맞추려고 환경오염 방지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들은 경인운하 외에도 4대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관정이 방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임희자 ‘4대강 사업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 집행위원장은 “수자원공사가 2009년 말 낙동강 합천보 일대와 창녕 길곡면 인근에서 폐공 작업을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농토에서 공사구간으로 편입된 곳에선 방치된 관정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