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2130 | 날짜 | 2006-10-25 | 조회수 | 148 | 이 름 | 박종규 |
제 목 | 경품추첨이 다가오는데... 필독 | ||||||
공 짜 박 종 규 이백 여명이 참석한 송년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언론관련 모임이라서 인지 몰라도 스폰서가 많아 경품이 꽤 들어왔다. 그 경품을 다 나누어 주려다 보니 송년모임은 아예 경품추첨행사처럼 되어 버렸고, 보통 한 사람에게 두 세 가지씩의 물품이 돌아갔다. 추첨 진행자도 경품이 산더미 같으니 누구나 한 두 가지씩은 선물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그는 공짜물품들을 놓고 물건 분배를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에 불과해 보였다. 당연히 내게도 경품이 돌아올 것이라 믿었고, 내 번호가 불리어지지 않아도 뒤로 갈수록 값진 물품들이 있지 않느냐며 기대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설마가 막판까지 갔고 내 번호는 끝내 호명되지 않았다.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나는 원래 경품 복이 없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넘어갔다. 경품 추첨이 끝났다는 진행자의 맨트가 있자 모 대학의 윤교수가 단상으로 오르면서 마이크를 빌리더니 이제까지 경품을 한 점도 받지 못한 사람 손 들어보라 했다. 나를 비롯해서 스물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전체의 10%정도가 경품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이다. 윤교수는 자기도 당첨이 안 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리도 경품 운이 없는 자기 같은 사람이 지금 손을 든 사람들이라며, 이런 불쌍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자기가 그 자리에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다섯 번 이상 경품을 받은 사람들을 확인했다. 열여섯 명이 손을 들었다. 윤교수는 그 사람들한테 한 점씩 양보를 받아내서 열여섯 점의 경품이 반납되어 바야흐로 새 주인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어렵게 만들어진 이번 열여섯 번의 기회에도 들지 못하는 나머지 다섯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반 공짜챔피언이라고. 이 많은 경품추첨에서 우린 바로 이 사람들을 가리기 위해 추첨을 한 것이라고. 열여섯 점을 스물 한 명이 나눠 갖게 된 것인데...... 결국 내 몫은 그곳에도 없었고, 윤교수가 말했던 진정한 챔피언 대열에 끼고 말았다. 하찮은 것이긴 해도 딱 두 번 당첨을 맛 본 경험은 있다. 한번은 춘천에서 500원 짜리 복권을 사서 만원이 당첨되었는데 사실은 그 복권도 내가 산 것이 아니라 경품 운이 있는 딸애가 사서 건네준 것이었다. 그러니 그나마 내 운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또 한 번은 총각시절에 데이트하다가 앉은 좌석이 당첨되어 마주앙 한 병을 받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 일이 하나의 사건으로 아직도 생생한 것은 그 뒤로 삼십 여년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마다 ‘내겐 공짜가 없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내 땀을 필요로 한다.’ 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나는 그야말로 공짜 운이 지지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운이라는 것은 우연과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필연성으로 인하여 결과지어지는 것 같다. 코엑스에 갔던 아들이 멋진 가방을 하나 들고 왔다. 가방의 디자인도 그렇고, 아들에게는 꽤 쓸모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관람객들을 상대로 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 탄 경품이라며 으쓱했다. 내겐 전혀 없는 소위 ‘경품 운’이 아들에게는 있었으니 녀석이 으쓱할 만도 했다. 얼마 전에는 딸에게도 당첨된 물건이 택배로 배달되어 왔다. 그렇다고 경품에 당첨되기 위하여 어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라 했다. 경품으로 들어온 물품들이 제법 값어치가 나가는 것들이라서 그것도 복인 듯싶어 비결을 물었지만 녀석은 오로지 ‘심심풀이 응모’를 할 뿐이라 했다. 경품이야 말로 사람의 노력과는 무관하다면서 당첨이라는 것은 순전히 신의 선택이라는 나의 생각에 경품 운이 따르는 딸애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 신이 내게 공짜의 혜택을 주지 않고, 경품에서 나를 언제나 배제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나는 기꺼이 반 공짜챔피언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공짜를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떤 물건이든지 합당한 값을 치러야 하는데 그거 없이 거저 물건을 준다니,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했을까?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들 한다. 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 것이 되려면 어떤 방법이든 그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지 그냥 되는 일이 없었다. 앞으로의 내 삶도 지금의 내 자신이 노력을 여하히 하느냐에 따라서 하늘이 내게 내리는 보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공짜로 되는 일이 없는 내가 바랄 것은 내 노력의 성과밖에 없을 것이므로. 어쩌면 이런 나야말로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아는 반 공짜 챔피언인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