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주 흥에 겨운 놀이 한 마당 이였다.
3현6각의 흥겨움이 이에 비견될까 ?
새 소리 마저도 진양조의 가락마냥 길게 늘어져 홍을 돋우고
산수갑산 인지 천지갑산인지, 지금 송사리 길안천의 텅빈 이 골짜기에서
우리들만의 함성이 울리고 있다.
280산악회!
회원님들의 건강과 친목을 도모하려..........(중략)...
한 해 우리의 산행길을 구어 살펴 주옵소서.....................................
축문이 마음속 기저의 심혼을 적시며 낭낭하게 너울져 퍼질때는 그 길안천 계곡의 물과
기세좋게 지나가던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골짜기는 갑자기 고요에 젖어들었다.
언제나 그러하 듯
어제 저녘에도 어김없이 밤새 두주불사의 객기를 부린 탓에
아침부터 허리춤을 움켜지고 허둥지둥 겨우 탑승할 수 있었고
콩나물마냥 꼭꼭붙은 아주 좋은 명당자리에 앉아오는 호사 덕택에
속 쓰림의 작은 고통 따위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손님맞이 땜에 그랬을까?
희성이는 산불진화 호스를 점검할 시간도 없이 시공간을 허벌나게 달려 버렸고,
엉덩이가 무감각해지고 짖 눌려 쥐가 날 즈음 길안 송사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까치소리 까마귀소리 뒤섞여 들리는 그곳 한 켠 에는
서울서 오신 윤일영 회장님이하 서울의 회원님들,
전라도쪽에 오신 박영은 회원님등등등....
영남방 시산제를 축하해주려 멀리서 오신 아주 귀한 님들이 계셨다.
대다수는 첨 보는 낯선 모습들 이였지 만
감히 속에만 가둘어 둘 수 없는 반가움이 실실 눈웃음으로 맞춰지고
마주잡은 손의 체온을 느끼는 즈음쯤에 감히 호형호제(好兄好弟)의 경솔한 만용도 부리며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길안천의 명경지수를 건너 준엄한 거봉,
천지갑산의 산행 들머리로 향한다.
등산로는 초입부터 급격한 가파름을 유지하며 제2봉까지 이어지고
초입에는 젖살이 통통한
한창 물이 올라 누구의 장딴지 같은 참꽃나무 가지에
정신줄 놓은 당골의 치맛자락처럼 각양각색의 시그널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
혼미한 무지렁이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개 젖혀 보이는 천지갑산의 깍아지른 듯한 자태가 사 못 예사롭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고 단숨에 작은 정상에 올랐다.
줄줄이 이어진 인간사슬이 가을단풍처럼 채색되어지고
오늘 해야할 계획들을 생각하니 걱정스러움이 심사를 어지럽혔지만
가슴섶으로 파고들어 전신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과 청아한 공기,
그리고 영남방 옥이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모든 잡념을 일소 시켜 버렸다.
한달만의 만남이여선지 뜬 금 없는 우문현답에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순식간에
정상능선에 닿았다.
천지갑산 !
제1봉은 언넘이 팔아 먹었는지 보이지 않고 바로 제2봉을 거쳐 한 흡만에 제3봉
에 도착했다. 저 아래로 길안천이 한눈에 들어왔고 이 일기 불순한 시기에 보기 드물게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저 먼 발치 아래로 보이는 마을 들머리 고샅길
그 사이로 고만고만한 밭고랑이 흩어져 있고, 천지갑산 기암과 그 아래 휘돌아 흐르는 강물,
특히, 바로 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산이 꼭 한반도를 빼어닮은 형국이다.
지도상 전라도 지방쯤에 과수원이 일구어져 있고, 산을 가로 질러 지나는 도로가
분단을 상징하는 38선 같은데 정말로 기이했다.
천지갑산(天地甲山)은 비록 다소 야트막한 산 이지만 산세가 천지간의 으뜸이고
노송이 어우러진 기암 7봉과 산허리를 휘감으며 태극 모양으로 흘러가는 길안천(吉安川)이
절경을 이뤄 이런 이름이 붙여진 모양이다.
감탄을 연발하며 걷는 호젓한 능선길은 고도차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고
수월하게 이 산의 최고봉(462m) 제4봉에 도착했다. 우리들의 생각보단 정상부근이 제법 넓었다.
한적한 정적만이 감도는 그곳에는 이름없는 묘지 1기와 정상 표지석, 이정표, 안내판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벤치까지 설치 해 놓았는데,
청량한 바람에 묻혀온 알싸하고 은은한 송진냄새로 연방 콧 구멍을 벌렁벌렁 거리고
귀청이 꿈틀거린다.
멋진포즈로 사진 댓판 박고는 모전석탑 방향으로 하산길에 접어든다.
잔설이 아직 남아있어 위험했지만
간간이 로프가 설치되어 있고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길 급비탈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니
제5봉에 도착했고, 너나없이 난간의 조망바위에 사진촬영도 하고 조망도 관찰 하는데,
수직으로 내리지른 천길 낭떠러지 밑을 내려다 보니 짜르르 오금이 져려온다.
또다시 하산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길안천과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깔아놓고
오로지 아래로 아래로만 한참을 가면 이내 제6봉 전망바위군이 나온다.
아름드리 소나무가지 사이로 비춰진 투명한 햇살은 길안천 계곡의 수면위에서 산산히
부서져 수천 조각의 황금빛 파편을 만들어 내고 있었는데,
마치 그림속의 일러스트나 삽화같은 구도가 형성이 되었다.
추억만들기에 싫증이 날때쯤
절벽틈새에 설치된 낡은 로프를 잡고 내려서면 자연 암반 위에 축조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인 [안동 대사동 모전석탑]이 반긴다.
모전석탑(模塼石塔)
세월이 그 되로 달라붙은 오래묵은 돌계단과 이끼
혹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한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산골을 지키는
모전탑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까 ?
아니면 세월속에 불을 지피며 천용사 은은한 독경소리를 벗 삼은 침묵의 인내를
배우는 것 일까 ?
오늘도 모전석탑은 우리들이 무성하게 남긴 수많은 소원들에 감각을 잃어버렸는지?
세월이 입혀준 맑은 잿빛 살결을 드러내고, 그 세월에 잃어버린 이목구비에도 아랑곳 없이
불목하니 마냥 외진 산골 길목을 지키고 있다.
떨어지지않은 무거운 발걸음을 어렵사리 돌려 하산을 재촉하니 마지막 비탈길로 이어지고
저 높이 있는 기암괴석들과 길옆의 기묘한 바위군들
세월의 모난 방망이에 이리저리 군데군데 패이고 1.4후퇴때 북한군 대포에 맞았는지
움푹페인 바위들
그리고 그 위를 묵묵히 걸어가는 인간들의 긴띠 .................
강 기슭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길 낭떠러지 밑에는 회룡포의 뽕뽕다리마냥
붕어빵틀 같은 철난간이 주차장 직전까지 이어져 있었다.
....................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산행을 종료 했지만 ,왠지 엉성하고 볼품없던 모전탑의
고독한 영상이 스크랩되어 심사를 어지럽힌다.
경험상 당분간 심한 두통에 시달릴 것 같다.
첫댓글 휑하니 불어가는 길안천변에서 시작한 광기들린 바람은 하루가 지난 지금에 까지 생채기를 남기네요. 회장님과 그리고 멀리서 오신님들 소박한 박주산채에도 즐거워 하셔서 영남회원님들 그 기쁨이 밤새 이어졌습니다. 감사 합니다.
아이쿠 ㅠㅠ 실수 했네요 바로 알켜주셔 감사 합니다. 이토록 정감어린 날개 달아주셔 고맙습니다 ^0^ ^0^ ^0^
세상을 대패질하는 도편수님..^^ 읽기를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 촉촉한 詩 한편의 글에 찬사를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도편수님의 글에 많은 위안이 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워낙 출중하시니.....포항에 팬이 많은가 봅니다. 모두들 기다리던데 ,부럽습니다 ㅎㅎㅎ
허구궁..ㅎㅎ 포항엔 저의 가장 절친한 고향친구가 둘 씩이나 살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포항에 정이 많이 가구만요..^^*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짧은 시간 산행 이였지만 아기 자기 즐겁고 재미난 산행 이였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구요.. 같이 산행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즐겁고 재미난 산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멋진 사진들 너무 고맙습니다...
오잉? 어서 가서 사진 봐야지~ ㅎㅎ 자수정님 어제 날씨 좋았죠? 수고 정말 많으셨네요~ ^^
자수정님 고맙네요. 같이 산행을 하고서도 얼굴을 몰랐었는데, 영남사진방에서 설명을 해주셔 이젠 알겠습니다.ㅎㅎㅎ
역시 도편수님 답게 글도 생동감이 팍팍~~천지갑산 다시 산행하는 기분입니다 ^^* 좋은글 ~~ 도편수님을 만나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계속좋은인연 쭈~~우~~~욱 이어질겁니다
옥이 언니 반갑습니다 ^^ 지난번 초보운전 이야기 올려 주신 언니 맞으시죠? ㅎㅎ 언니 사진 뵈니까 미인이시네요~ 도편수님 후기도 넘 좋고 출석부에 언니 사진이랑 인사 있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자주 뵈어요 옥이 언니~ ^^
옥이님과는 신입 송년회때부터 인연이 있었나 봐요 .앞으로 시간되면 좋은산 많이 안내 할께요 ㅎㅎㅎ
스누피님 반가워요 ㅎㅎ 언제 시간되면 같이 산행한번해요 ^^* 미인하고는 거리멀어요 사진빨입니다 ㅎㅎㅎ
옥이 언니~ 언니가 아니라 동생이실 것 같은데..제가 자꾸 언니라고 ㅎㅎㅎㅎ 애교 많으시고 귀여운 모습이세요 ^^ 내려가든 올라오시든 함께 산행 기회가 있을거예요~ ^^
아~~ 도편수님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이태백님 같은 느낌이랄까? ㅎㅎㅎ 함께 행복했던 그 느낌과 감사한 마음을 곱게 담아 다시 저희들에게 전해 주셨네요~ 넘 감사합니다. 참석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 기회는 꼭 참여할 수 있도록 새끼줄 잘 꼬아 보려고 합니다~ 저희 서울은 다음 3월 14일이 시산제입니다. 그러고보니 화이트 데이더라구요~ 그 때 시간 되시면 서울 시산제 때 오셔서 함께 하시면 그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분이 스누피님인가 하고 한참을 찾아보았네요 ㅎㅎㅎㅎㅎ 요번에 참석을 못하셨군요 그런줄도 모르고 .... 날개도 이쁘게 달아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스누피님 마음이 이쁜것보니까 아마도 천사가 아닐까 하옵니다 ㅎㅎㅎ
도편수님 따라 천지갑산 들렀다 갑니다^^
들려주셔 고맙습니다.ㅎㅎㅎ
아담하고 지루하지않은 제게 딱! 맞는 천지갑산 덕분에 산의 매력을 흠뻑 느끼며 도편수님 의 글속에 다시금 배워갑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천지갑산은 군더덕이 하나없이 화끈한 산이지요. 아울러 가을철에 연점산과 연계산행을 하면 가히 압권입니다. 다시금 함께할 수 있었음 하고 작은바램을 피력해 봅니다.ㅎㅎㅎ
한번은 가봐야할것같은 천지갑산 산행길 다시한번여운이 남네요...도편수님 후기글 잘 보고 갑니다
찾아주셔 고맙니다.ㅎㅎㅎㅎㅎ 천지갑산은 가족끼리도 쉽게 근접할 수 있는 산이지요. 맑은 길안천에는 예전에는 다슬기가 많았는데 ......
도편수님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천지갑산 잘 다녀 왔습니다.구석구석 설명도 잘 되어 있고 차분한 분위기 까지 접할수 있게 잘 써 주신 분께 감사 드립니다.뵙진 못했지만 뵌거 같아요 ㅎㅎㅎ
종종 느끼는 감성이지만 ,작은 끈 하나만 닿아도 이토록 의미가 부여 되는데, 그간 마음을 너무 닫아 두었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젠 작은 것에 조차도 의미부여를 해보려고 하네요 ㅎㅎㅎ 좋은 날개 달아주셔 고맙습니다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 영남방 산행후 후기글 좀 올리세요 하실때 부끄러워었요 글 주변이없어 입으로 하라면 머던 못할께없는데 글로는영 아니거든요~~~
회장님께 보시면 허뭇해 하실께에요 앞으로도 종종 산횅후 후기글 담당 하세요~~~
세상을 대패질하는 도편수님이시지만, 정도, 사랑도, 웃음도 대패질로 베품주셔서, 행복 만킥하고 왔습니다..... 감사!! 후기글 잘보고 갑니다 ^^
저는 이제서야 이좋은 글귀 잃고가내요. 다시한번 천지갑산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280 영남방을 살살 대페질 해나갑시다... 말이 되나 모르겠내요.ㅎ 도편수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