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봄이 차오르는 경칩(驚蟄)입니다. "경칩"의 ‘경’은 놀란다는 뜻이고, ‘칩’은 ‘숨다’,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다’,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이라고 해요. 경칩이면 이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때예요. 입춘, 우수 동안 얼음도 녹고 땅이 녹으니, 그 아래 잠들었던 것들이 깨어나요. 지난 밤 제법 비가 내렸는데, 그 비에 뭇생명들이 더 번쩍 잠에서 깼을 것 같습니다.
이 즈음이면 풀과 나무에 물이 올라 싹이 돋아요. 보리, 밀, 시금치와 같은 겨울 작물들도 깨어나 자라기 시작해요. 또 쑥과 달래, 냉이, 씀바귀가 돋아나요. 복숭아나무 꽃이 피기 시작하고, 그 다음으로 꾀꼬리가 울며, 매서운 추위의 기운이 물러나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요. 물론 아직 꽃샘추위가 다 지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동지로부터 81일(경칩 즈음)이 지나면 추위가 거의 물러난다고 해요.
경칩 즈음 흙일을 하면 액을 막는다고 해서 부뚜막을 고치거나 담장을 쌓고, 흙벽을 해서 빈대를 없앴다고 해요. 농부들은 부지런히 때를 살피며 호미, 괭이 씻어 봄갈이 준비하고, 씨앗 마련하고 심을 때를 알아놓고, 똥으로 두엄(퇴비더미)을 만들기 시작해요.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 눈빛이 반짝여요. 저마다 선생님 이야기 속에, 행여 자기 경험이 스치면 놓치지 않고 그 경험을 나누곤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또 배움이 됩니다.
숲을 만나러 가는 길, 지난 주에 박은 장다리를 보니, 봄비를 맞아 생장점에서부터 단단한 새 잎이 솟고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잎눈이 깨어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경칩에는 쑥, 달래 된장국, 냉이, 두릅, 원추리, 미나리나물 먹는다고 하는데, 마침 마을에 두릅나무가 있어 새순 나왔나 만나러 가봤어요. 순은 아직 돋지 않았네요.
부지런한 산수유는 꽃을 내고 있어요.
화살나무 새순 먹고 싶다고 해서 본원정사 쪽 길에 가보니, 화살나무는 새순이 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계곡에서 혹시 개구리를 만날 수도 있으니, 가만가만히 내려가자고 이야기 나누어요.
도롱뇽이 축 늘어져 있어요. 자기 때를 따라 살고 죽는 것이 생명의 자연스러운 때이겠지만,
아이들은 늘어져있는 도롱뇽이 안타까워요. 아직 살아있는 듯하여 가만히 지켜보고 맙니다.
참개구리는 알을 천 개까지 낳는다고 해요.
우리 마을 계곡에서 만나는 개구리는, 산개구리, 또는 계곡 산개구리라고 해요.
돌아와서는 오늘 만난 생명들과 개구리 떠올리며 날적이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