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연애 10년, 결혼한 지 6년, 그리고 11년째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 저는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기 전에는 해외여행 가는 걸 너무나 좋아했고 1년에 최소 5~6번은 여행을 다녔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꼭 호텔이 아니라 Airbnb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것도 서슴지 않았었는데, 외국에서 특히 유럽의 Airbnb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이케아로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마다 이케아 제품이 저렴한데도 이렇게 꾸며놓으니 어느 비싼 아이템보다도 좋아 보이는구나, 생각보다 단단하고 좋은 제품들이 많구나라는 걸 느끼며 여행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 집은 꼭 ikea로 꾸며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이사를 하게 되었고, 전체 인테리어 공사와 시공을 하면서 이케아 상품들과 키친 등으로 인테리어를 도전해보게 되었어요.
#도면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도 사실 같은 아파트의 작은 평수에 살았는데, 이사를 결심했을 때 이 구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은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2006년에 준공해서 15년이 된 조금 오래된 아파트지만 21평의 작은 평수임에도 불구하고 계단식 구조, 그리고 양쪽에 베란다가 각각 있어서 확장한다면 21평보다 더 넓어 보이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집으로 결정했어요. 신기하게 같은 평수라도 구조가 어떻게 나와있느냐에 따라서 집이 좁아 보이고 넓어 보이고는 천지차이인 것 같아요.
기존에 사시던 노부부 내외는 우측 침실 1에 붙박이장이 있어서 그걸 그대로 사용하셨고, 좌측 침실 2에서 손녀와 함께 잠자는 방으로 사용하셨던 것 같아요. 다행히 베란다 확장을 미리해 두셔서 비용을 조금 절감할 수 있었고 우측 침실 1에 있던 붙박이장은 철거하고 드레스룸을 좌측 침실 2에 배치하기로 했어요.
#공사과정
회사 생활로 바쁘기도 하고 셀프로 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인테리어 업체를 검색하던 중에 집에서 가깝고 후기가 좋았던 한 업체를 만났어요. 실장님께서는 유선으로도 친절하게 대략적인 금액과 시공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가감 없이 말씀해주셨고 뭐든지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되는 부분에 믿음이 가서 다른데 더 알아보지 않고 바로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회사가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공사하는 동안 근처 호텔에서 지내면서 점심시간에 틈틈이 자주 방문하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어요. 찾아가면서 공사하시는 분들 드실 수 있게 커피 챙기는 센스도 발휘했지요! 하루 종일 상주할 수가 없으니 커피(라 쓰고 뇌물이라 읽는)라도 드리면서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나왔어요 :)
집의 전반적인 도배, 장판 등의 큰 공사는 믿음직한 인테리어 업체 실장님께 전적으로 맡겨두고 저는 이케아 주방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케아 주방은 아시다시피 A부터 Z까지 전부다 고객이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플래너가 도와주신다고 해도 전적으로 공사의 메인 책임은 당사자인 제가 책임져야 했어요.
정말... 어려웠어요. 인테리어의 ㅇ도 몰랐던 사람이라 분배기가 뭔지, 후드 사이즈가 이렇게 다양한지... 이케아 주방 공사하면서 많은것 을 배우고 알게 되는 시간이었답니다.
또 제가 생각했던 꼭 이렇게 해야지! 했던 구성이 있었어도 그 당시의 재고 여부에 따라 설치 가능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말 여유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다양한 구성으로 1차, 2차, 3차 시안까지 어느 정도 생각을 해 둬야 했습니다. 시공하면서 느꼈던 점을 아래에 상세히 적어두었으니, 이케아 주방을 생각 중이신 분이라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론이 너무 길었지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인테리어 전체 공사 및 이케아 시공까지 끝난 우리 집을 소개해볼게요!
#거실
거실에 TV가 없어요. 신혼 때부터 둘 다 TV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했고, 거실에 TV가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켜 둘 것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고, 집은 작지만 거실에 6인용 식탁을 놓고 싶었어요.
벽지는 화이트 실크 벽지로 선택했고, 바닥도 원목이지만 화이트 느낌이 나는 강마루 원목을 선택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구도 화이트톤으로 맞추고 나머지 아이템들도 대체적으로 밝은 화이트 계열 혹은 우드 계열로만 선택했어요. 작은 집이지만 넓어 보일 수 있게, 그리고 소품으로만 포인트 줄 수 있도록요!
거실에 햇볕이 많이 들어와서 이곳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재택근무할 때는 식탁에 컴퓨터를 올려두고 일을 하기도 해요. 주말 아침에는 창문을 열어두고 커피를 내려서 브런치를 먹기도 하고요.
최근에 거실 창과 식탁을 바라보는 형태로 소파 배치를 바꾸었어요. TV가 없다 보니 소파가 좌측 벽에 위치한 것이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소파에 앉아서 거실 창을 바라보는 게 훨씬 안정감이 느껴졌거든요. 집 크기가 크지 않고 가구나 소품들도 무겁거나 크지 않아서 위치를 자주 바꿔보고 있습니다 :)
#주방
원목 상판 인테리어는 정말 호불호가 많은 인테리어지요. 물이 너무 오래 닿으면 안되고, 뜨거운 것을 올려두면 안 되는 등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비추천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니까- 예쁘면 용서된다고 조금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관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스타일 상판으로 골랐다가, 아 내가 지금 안 해보면 언제 또 해볼까? 싶어서 결국 마지막에는 원목 상판으로 급 선회했어요. 인테리어는 남들 말 듣기보다 정말 자기가 원하는 워너비를 실현시키고 도전해 본 뒤에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직접 느껴보아야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저요? 전 후회 없어요!
부모님도 그렇고 가끔 제 주방 사진 보면 다들 "상부장 없는데 수납이 괜찮아?" 라고들 많이 물어보세요.
제가 상부장을 없앤 이유는 첫 번째, 키가 닿지 않아요.. T.T ㅋㅋㅋ 키가 작은 저는 예전 집에서도 상부장 첫 번째 칸을 제외하고는 손이 전혀 닿지 않아서 항상 남편을 불러서 꺼내달라고 하거나 아예 손이 잘 가지 않는 물건들을 넣어 두거나 했었어요. 뭔가 많이 넣을수는 있지만 어차피 손이 닿지 않아 꺼내지도 못할 바에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하부장으로만 구성했어요.
또 이케아 수납장은 수납이 많이 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하부장으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상부장 없이 하부장에 다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유 서랍들이 있어요. 물론 살다 보면 짐이 늘어나겠지만 지금은 서랍 2~3칸 정도가 여유가 있어서 그릇을 더 구매하더라도 공간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또 이케아 쇼룸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부에 조명이 설치된 게 너무 예뻐 보였어요. 이케아에서 하부장 안에 조명을 설치하고 추천하는 이유가 밤에 주방의 불을 굳이 켜지 않고 서랍만 열어도 필요한 물건을 꺼낼 수 있어서라고 하더라고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편의성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게 너무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전체 하부장에 조명을 설치하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서, 제일 위 서랍에만 설치하는 걸로 현실과 이상을 적당히 타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