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이 핫하다는대
공중파를 하도 안봐버릇하니까 시간 맞춰서 드라마 보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대신 주말에 넷플을 통해서 나의 나라를 정주행 했습니다.
이건 뭐 70%가 픽션이지만 나쁘지 않더군요.
와, 설현 연기는 더럽게 못하는데,
왜 이렇게 예쁩니까 진짜 미모가... 괜히 한 시대를 풍미한 게 아님...
정도전, 용의 눈물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창작물에서 여말선초의 주인공은 누가뭐라해도 이방원이죠.
이유는 그의 캐릭터가 굉장히 입체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성계는 고대사에서 손에 꼽을만큼 극강의 무력을 지닌 무인이고
전쟁터에서 그는 누구보다 강력한 초절한 무공을 가진 인물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야심가였던 인물이고
말년에 아들에 의해 너무 급격하게 무너진 인물이었죠.
다만 나의 나라를 통해 이성계도 언젠가는 지금의 방원처럼 다양한 각도로 재조명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비록 방원에게 밀려 정치권력을 잃어가지만 계속해서 재기를 도모하는 야심가적인 부분이 부각되지 않을까.
그전까지는 천호진, 유동근, 김무생 같은 배우들이 굉장히 직선적인 캐릭터를 그린 반면,
나의 나라의 김영철이 연기한 이성계는 거기서는 좀 벗어난 인물이었어요.
아주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장혁은 결국 대길이다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그건 추노에서 장혁이 보여준 포스가 워낙 대단해서 그런 거고,
이후에 그의 다른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장혁이 연기한 이방원도 저는 굉장히 실제 이방원과 닮지 않았나 싶더군요.
무인 집안에서 과거에 합격할만큼 공부도 잘하고,
무인으로서 능력도 갖춘 문무겸비의 표본.
실제로 태종이 갖췄던 가장 뛰어난 능력은 결단력인데,
그가 정몽주를 죽이고, 형제를 죽이고, 또 스승이자 정치 파트너였던 정도전까지 죽일 수 있었던 건
포기할 수 있는 용기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자 그대로 평범을 꿈꾸는 범인들과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비범인들의 차이는
다 가지려는 욕심과 하나를 얻고 하나를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용기의 차이라고 보는데,
실제로 많은 이들과 이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대답이 가장 많죠.
이 평범이라는 게 수요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평범을 원하는 과연 평범이 손에 쉽게 잡히겠는가라는 뚱딴지 같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포기하는 삶은 쉬운가
그럴리가요.
포기하는 삶은 기실 평범을 꿈꾸는 욕심쟁이들의 삶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포기할 수 있는 비범함이 있는 자들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질 뿐입니다.
오늘 비스게에도 올라왔지만
아이돌을 꿈꾸는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포기한 대신
성인도 되기 전에 억만장자의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기업인들에게는 영향력을
또 괴물같은 정치인들에게는 권력을 주기도 합니다.
애매한 구간에 옹기종기 모여서 무엇도 놓을 수 없는 우리같은 평범을 꿈꾸는 욕심쟁이들은
그들을 부러워만 할뿐이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포기하고 한 때 뭔가에 올인했지만 이루지 못한 그들은
우리보다 더 낮은 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겠죠.
그런데 포기라는 것도 애초에 손에 뭔가 쥐고 있을 때 놓을 수 있는 거지,
지금 10대 20대 초반의 친구들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뭔가 손에 쥐어 본 적도 없는 친구들한테는
더 이상 뭘 포기하라고 말하기도 힘든 거 같아서
먹먹하고 그랬네요.
태종 이방원은 재방송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첫댓글 저는 비쥬얼로는 나의나라의 장혁 이방원이 가장 맘이 들더군요, 그냥 왕 자체였던 유동근이나 고뇌하는 청년인 유아인과 달리 유능한 전략가이자 야심가의 모습도 좋았구요.
이성계와 이방원을 아버지와 아들 관계외에 권력을 두고 수싸움 하는 사이로 그린것도 꽤 신선했구요.
그동안 드라마들이 이방원 상대가 언제나 정도전이나 신덕왕후였던거에 비해 여기선 이성계가 이방원의 최대 맞상대죠.
이성계 이방원은 정말 매력적으로 그렸으나 가상인물인 주인공들 포지션을 미드 로마의 캐릭터처럼 다뤘으면 좋았을텐데 되도 안되게 역사의 핵심처럼 그려서 망한 느낌이었습니다.
망작쪽으로 기울어 버려 너무 안타까웠죠.
정확히 중반정도까지는 정말 역대급으로 역사와 픽션을 잘 버무린 매력넘치는 작품이었는데
중반이후 작가가 바뀌기라도 한것처럼 유사 사건과 패턴 반복하다가 식상하기 그지없는 마무리..
확인 사살로 세로방향으로 몸통에 칼을 찔러 넣어도 자꾸 살아나던 좀비 여진족 부장도 좀 깨던 ㅎㅎ
글 감사합니다
드라마 자체는 볼만하셨나요?
네 재미나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