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LED(발광다이오드) TV가 출시된 직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개발팀에 특명이 떨어졌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TV를 개발하라”는 임무였다. 차기 제품 구상에 나선 개발팀의 엔지니어들은 매일 전국의 영화관을 찾아다니며 하루 3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했다. 개발팀의 한 엔지니어는 당시 인기를 끌던 3D 영화인 ‘아바타’를 5개 영화관에서 수십번 봤다. 이들은 영화관의 앞·뒤·측면에서 영화를 보던 중 가장 몰입감이 좋은 영화관의 비밀이 ‘휘어진 스크린’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화관 전체를 빌려 미리 준비한 영상으로 테스트도 진행했다.
개발팀은 화면을 휘겠다고 작정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의 천강욱 전무의 말이다. “TV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소비자들도 새로운 TV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손가락 굵기의 LED TV를 출시했는데, 그 정도의 두께라면 충분히 구부릴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기존 TV와 확연히 차이나는 화질이라면 승산이 있었습니다.”
- 지난 5월28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고객들이 전시돼 있는 삼성전자 105인치 커브드 UHD TV를 살펴보고 있다.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 그러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협력사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곡면 TV를 차세대 전략제품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금도 괜찮은데 왜 화면을 휘려고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성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 치열한 논쟁을 거쳤고, 그럴수록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연구조사가 뒤따랐다.
우선 소비자가 가장 편안하게 시청하고,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적의 곡률(曲率)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가정집의 TV시청 환경을 조사했다. TV와 소파의 거리는 물론이고 소파의 크기, TV를 보는 자세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해답이 일반적인 시청거리인 3.5~4m에 맞는 최적 곡률인 4200R(반지름이 4.2m인 원의 휜 정도)이었다.
커브드 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