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며 할 인사는 다 했다.
음식도 먹을만큼 먹었다.
휴식도 쉴만큼 쉬었다.
날씨는 무쟈게 좋다.
잔차를 타는 라이더라면 이럴때 생각나는 것은 하나뿐...
그런데 나가면 욕먹을 것 같다. ^^;
오후 5시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잔차만 끌고 무조건 나와버렸다.
나와서 보니 복장이 가관이다
신발은 씨디드래군에, 낡은 체육복 긴바지에, 짧은 라운드 반팔 셔츠다
누가 봐도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 복장이다.
그래서 동네 마실 라이딩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동네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태릉역 근처에 새로 생긴 샆이 보였다. 연휴인데도 문을 열었다.
복장을 갖춘 라이더들이 먼길을 갔다 왔는지 얼굴들이 새까맣게 타 있다. 진열되어 있는 잔차들과 라이더들이 타고 온듯한 잔차 구경을 했다. 보다가 스캇 스케일 프레임을 봤다. 버전이 얼만가 자세히 보다가 이런~~. 프레임만 스케일이고 나머지 부품들은 전부 XTR급이다. 지름신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아니 봄만 못하게 됐다. 그 녀석을 보고 나니 좀채 시선이 다른곳으로 가지를 않는다. 같은 스캇이면서도 날렵만 디자인의 티탄몸매가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가 있다. TV화면. 익스트림스포츠같은 채널에서 예전에 유사가 올린것 같은 자전거묘기들이 어떻게 보면 "자전거를 이용한 자살법"같은 화면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넘어지고 깨지고 그러면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고 결국 멋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그들을 보면서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가볍게 몸이나 풀자는 생각에 뒷산(봉화산)을 향했다.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단번에 치고 올라갈수도 있는 길을 천천히 올라가려니 이것도 쉽지 않다. 이럴때는 무엇보다도 스탠딩 기술이 중요하다. 산을 오르며 하는 스탠딩은 평지에서 하는것보다 재밌다. 균형잡기도 쉽고.
조금 더 오르니 사람이 뜸해진다. 속도를 내 본다. 경사가 더 급해진다.
강촌에서도 내달린 내가 아닌가. 이 정도쯤이야 하며 그냥 내달린다. 신난다.
6시가 넘어가며 산이 어두워졌다. 라이트가 별로 밝지 않아서 시야에 문제가 있지만 이 코스는 예전 공짜 유사산악차로 숫하게 다닌 길이라 아주 익숙하다.
다음은 경사가 좀 심한 코스다. 클릭을 뺄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사람들이 둘씩 짝을 지어 내려오고 있다. 빼지 말고 치고 올라가기로 결정하는 사이 사람들이 또 내려온다. 잠시 대기 ... 사람들이 내려오다가 가만히 스탠딩 하고 있는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친다. 쑥스러움에 균형을 잃고 땅에 발을 딪고 만다. ㅡ.ㅡ;
짧은 도약을 거쳐 가파른 경사를 치고 오른다. 경사가 급해서인지 앞바퀴가 들리려 한다. 재빨리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겨 핸들을 누른다. 무게가 앞으로 가서인지 뒷바퀴에서 슬림이 난다. 여기서 밀리면 안된다. 클립신발이라 넘어지면 생각보다 많이 다칠수 있다. 나무 뿌리와 깊게 파인 골때문에 오르기가 더 힘들다. 악착같이 패달링. 휴~~ 겨우 올랐다.
오르고 났더니 거기 복장을 갖춘 라이더 한분이 나를 멀건히 바라본다. 순간 뻘쭘?? 얼핏 보니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아마도 동네 아저씨가 자전거 끌고 험한 산을 잘도 오른다고 생각했나 보다.ㅋㅋㅋ 라이더분 얼른 다운힐 해서 내려간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오면 숨이 턱까지 찼었는데 지금은 조금 급한 정도다. 1년간 내가 잔차를 열심히 타긴 했나 보다. 날이 이미 어두워져서 더 타기는 무리라고 판단 안전하게 속도 확 죽이고 다운힐 하여 내려왔다.
너무 상쾌했다. 그리 오래 타지도 않았건만 속이 후련하다.
내일은 봉화산 여기저기를 싸~~악 쓸고 다녀봐야지.
청풍님, 재미있는 오후 보내신것 같네요. 그런데 한국에선 자전거복 안입으면 별볼일 없는사람으로 취급하나요? 한 10 년전 미 서해 (Oregon-California)를 여행하는데, 한 독일아저씨를 만났어요. 카우보이 모자 & 부츠신고, 기어도 없는 옛날 쿠루져자전거에, 70 년대식 짐가방을 뒤에 싥고... 그래도 세계여행 잘만 하던데... 마실가셨다 겉만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좀 만나셨군요! ^^
누가 그때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어도 어쩔수 없어요. 내 복장이 그렇게 불량했었거든요...옷이라도 깨끗한 옷을 입거나 위,아래가 어울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ㅋㅋㅋ 급한 마음에 잔차를 타기는 했지만 사실 제 복장에 제가 더 웃겼으니까요...^^
첫댓글 저도 며칠전에 가볍게 마음먹고 대모산에 갔다가 두번 넘어지고는 무릎도 까지고 팔꿈치도 까지고..ㅠㅠ
앗, 대모산??? 그게 혹시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에있는건가요? 옛날에 한국에살때 대모산 약수터에 아침마다 갔었는데...
방심하면 그러지...산을 탈때는 높은 산이건 낮은 산이건 절대 방심하면 안될것 같아.. 나도 많이 당해봐서...ㅋㅋㅋ
형님 추석 잘보내고 계세요? 저도 추석일정을 마치고 막 상경했어요. 오늘 하루는 신나게 라이딩할 계획입니다.
청풍님, 재미있는 오후 보내신것 같네요. 그런데 한국에선 자전거복 안입으면 별볼일 없는사람으로 취급하나요? 한 10 년전 미 서해 (Oregon-California)를 여행하는데, 한 독일아저씨를 만났어요. 카우보이 모자 & 부츠신고, 기어도 없는 옛날 쿠루져자전거에, 70 년대식 짐가방을 뒤에 싥고... 그래도 세계여행 잘만 하던데... 마실가셨다 겉만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좀 만나셨군요! ^^
누가 그때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어도 어쩔수 없어요. 내 복장이 그렇게 불량했었거든요...옷이라도 깨끗한 옷을 입거나 위,아래가 어울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런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ㅋㅋㅋ 급한 마음에 잔차를 타기는 했지만 사실 제 복장에 제가 더 웃겼으니까요...^^
많이 늘었어...
대단허이~~~추석 잘 보냈군 ㅋ
너무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몰입하다가 마실나온 아자씨.ㅋㅋㅋ 웃겨주심 땡큐^^ 웃으며 연휴 마감하렵니다..히힛,..나도 달리고 프당...여의도 대여 자전거 신세~~ 흑흑...